과학자로서의 나의 커리어와 미래, 그리고 나의 건강. 이런 가치들이 아이 하나 건강하게 낳았다고 모두 ‘퉁’칠 수 있는 것들일까? 내가 포기한 것들은 저만큼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포기한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신랑을 보며 약이 오르는 것은 내가 성격이 나쁘기 때문인가? 임신 중 나의 건강보다 태아의 상태가 우선 되는 진료가 과연 정상적인 게 맞을까?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내게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는 주변의 격려와 응원을 마치 생존에 꼭 필요한 전투식량처럼 여기며 거듭 살아갈 힘을 쥐어짜내곤 했다. 어쩌면 가끔은 그런 말을 듣는 스스로를 대견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러나 10년 반환점을 지난 지금은 안다. 이것은 결코 ‘대단해선 안 될 일’임을.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래희망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적어냈다. 우리 집은 가난한 편이라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지휘자는 지휘봉만 있으면 될 수 있는 줄 알고 그렇게 적었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가정형편을 탓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물일곱 살 무렵 헌법을 처음 읽고 원망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국가였다. 정치였다. 심지어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대국이다. 아이들이 양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의 꿈을 짓밟고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 행복 추구는커녕 행복이 무언지 상상할 틈을 주지 않는 사회다. 그래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를 택했다."
내가 시민선거인단에 참여하는 이유
-김지애 활동가
내가 시민선거인단에 참여하는 이유
-강미정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