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회전문에 아이가 낀 안전관리 사고에도… “혐오로 쌓은 장벽에 갇힌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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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어린이·양육자 혐오표현에 무감각한 사회” 비판

용혜인 “국가가 노키즈존 실태 조사해야”…정치하는엄마들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해”

 

 

블랙컨슈머를 연구한 논문(신봉섭, 인구통계적 특성에 따른 블랙컨슈머 성향과 성향이 보복의도와 자기정당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인구통계학적으로 30대가 ‘상습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30대를 상습적 블랙컨슈머로 일반화하진 않는다. 일부 양육자가 타인에게 민폐를 끼쳤다고 ‘맘충’으로 일반화한 혐오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노키즈존(no-kids-zone)’이 나타났다. 포털에서 검색했을 때 ‘노키즈존’을 다룬 언론보도는 2011년부터 등장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면서 동시에 양육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제의 결과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세이브더칠드런, 민변 아동천소년인권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토론회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를 개최했다. 용 의원은 “노키즈존이 등장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국회에서 노키즈존을 다루는 토론회가 없었다”며 “그동안 국회는 어른들의 공간으로 어린이 신체조건을 고려한 의자도 없었고 어린이를 위한 화장실도 거의 없었다”며 이번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어린이 토론자도 참석했다. 

남궁수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어린이나 양육자 관련 언론보도에서 이들에 대한 혐오댓글이 많이 달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 예로 지난달 26일 KBS <회전문에 낀 5살 아이 다리 골절…안전관리 사각지대>란 기사의 요지는 회전문 안전관리가 허술했고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아이의 발이 회전문에 끼인 사고를 목격한 성인이 와서 회전문을 멈추려고 손으로 당겨도 멈추지 않고 회전문이 계속 돌아가 아이가 다친 사건이다. 

 

▲ 양육자나 어린이에 대한 혐오 댓글. 자료=정치하는엄마들

▲ 양육자나 어린이에 대한 혐오 댓글. 자료=정치하는엄마들

 

기사 취지와 달리 댓글에는 ‘아이를 안고 타라’, ‘백프로 부모 책임’, ‘엄마책임’ ‘핸드폰 보며 놀았냐’ ‘백화점 빨리 들어가려고 애는 안봤냐’, ‘니가 낳은 새끼 니 책임이다’ 등 양육자에 대한 혐오 내용이 많았다. 남궁 활동가는 “놀란 건 댓글 내용도 물론이지만 그 양과 공감수였는데 200여개의 달하는 댓글을 모두 소개하기도 어렵다”며 “정치하는엄마들은 인터뷰이 보호를 위해서라도 댓글창을 닫아달라는 요청을 KBS 측에 보냈고 유튜브 채널과 포털 기사에서 댓글창을 닫도록 조처했다”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기자회견을 하면 ‘아이를 안 보고 어딜 나왔냐’고 비난받는 현실도 전했다. 남궁 활동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나오면 아동학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혐오로 쌓은 장벽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예시로 지난달 27일 YTN2채널 ‘이슈더있슈’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경영포럼위원을 이력으로 가진 한 대학교수가 “노키즈존은 노맘충존”이다 등 ‘맘충’이라는 혐오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남궁 활동가는 “인권위 위원이란 사람도 혐오·차별어를 방송에서 남발할 만큼 이 사회는 양육자 혐오에 무감각하다”고 지적했다. 

남궁 활동가는 과거 한 언론과 노키즈존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해당 기사에 혐오 댓글이 달려 경찰에 고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경찰에서 모든 고발은 불송치됐다. 경찰에선 ‘맘충’이란 댓글이 혐오가 아닐 수 있고 일반인이 맘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가변적이라며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고, ‘입으로 똥을 싸네’ 등도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남궁 활동가는 “결론적으로 이런 혐오댓글을 달아도 괜찮다는 학습만 하게 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통상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덕담 성격의 축사만 하는 것과 달리 용 의원은 자신의 양육자로서 경험을 담아 발제자로 참석했다. 용 의원은 지난 5월4일 국회소통관에서 자신의 두살 자녀와 함께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지난 2021년 7월 출산 뒤 첫 등원도 생후 59일이었던 자녀와 함께 한 바 있다. 

 

▲ 지난 5월 노키즈존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SBS뉴스 갈무리

▲ 지난 5월 노키즈존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SBS뉴스 갈무리

 

용 의원은 “한국에서 ‘노시니어존’, ‘노중학생존’, ‘노정신질환자존’ 등 노키즈존 이후 새로운 ‘노OO존’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공간의 미감과 분위기에 저해된다고 판단하는 대상을 전면적으로 걸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노키즈존은 아동의 사회적 참여를 가로막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아동친화사회를 위한 국회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현재 ‘노키즈존’에 대한 현황 파악아 안됐는데 이를 파악하고 아동차별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업소인 단란주점 등은 국가에서 영업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처럼 ‘노키즈존’에 대한 영업허가제 도입을 제안했다.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환경이라면 아동 보호를 위해 ‘노키즈존’을 영업허가의 조건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둘째로 일본과 서울시에서 도입하기로 한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전국에 확산하자고 했다.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고객은 줄 서지 않고 먼저 입장하는 제도로 어린이에게 ‘키즈카페’만이 아니나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양육자를 환대하는 제도다. 

셋째로 아동 놀이공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법률상 150세대 이상 주택단지에만 놀이터 의무설치를 규정하는데 모든 아동이 ‘거주지 도보 10분 이내 자연이 풍부한 공간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로 양육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양육자 교육이 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노키즈존을 ‘무책임한 일부 부모들’의 문제로 축소하는데 아동을 보호자의 통제 영역에만 둘 것이 아니라 공적·사회적 돌봄 차원에서 보자는 주장이다. 

 

▲ 11일 국회에서 열린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 사진=장슬기 기자

▲ 11일 국회에서 열린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 사진=장슬기 기자

 

또 현재 국회에서는 아동기본법 입법을 추진 중인데 남궁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어린이 등 당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키즈존에 대항하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제주도의회에서는 노키즈존(아동출입제한업소) 지정금지 조례가 발의됐다. 노키즈존 지정금지 권고·계도,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보호자 교육,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 등 지원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어린이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내용의 ‘서울 어린이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또 서울시가 지정한 어린이와 양육자를 환영하는 매장인 ‘서울 키즈 오케이존’을 시행하는데 아동용 의자나 수저·포크 등으로 어린이 식사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다. 

다만 ‘오케이 키즈존’은 오히려 차별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용 의원은 “아동과 양육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오케이 키즈존’에 한정해 아동에 대한 격리와 차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남궁 활동가도 “‘오케이키즈존’은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그쪽으로 가라는 정당한 대안이 될 뿐 아니라 사회와 아동과 양육자를 만나게 하기 보다 분리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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