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인공지능 ‘빛의 질주’…따라갈 것인가, 성찰할 것인가

프로젝트
[한겨레S] 이슈
챗지피티 둘러싼 사회적 담론 모색

범용 서비스 가능성 큰 ‘생성형 AI’
혐오·편견·차별·가짜정보 위험도

인공지능 공존할 규칙·문화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 소통 필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몽구재단 온드림 소사이어티 1층에서 열린 ‘AI와 시민사회의 만남’ 포럼. 윤형중 제공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몽구재단 온드림 소사이어티 1층에서 열린 ‘AI와 시민사회의 만남’ 포럼. 윤형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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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결과를 보여주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이 세계 곳곳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는 지난해 11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두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어떤 인터넷 서비스보다 빠른 속도였다.

 

 

이번에 등장한 인공지능의 특징은 언어 구사에 있다. 체스나 바둑을 잘 두는 것도, 특정한 과업만 잘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입력한 텍스트(프롬프트)에 맞게 답변을 텍스트·코드(프로그래밍 언어)·그림·음악 등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과는 다소 다르지만, 겉으로 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이 거대언어모델(LLM)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이해하고 답변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락에 맞게 단어를 나열하는 기술이다.

 


 

‘짧은 시간’ 안에 미래 고민해야

 

 

인류가 살아가면서 범용적으로 적용된 기술과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삶의 양태를 크게 바꿨다. 증기기관, 전기, 자동차, 컴퓨터, 통신, 휴대폰,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구글과 아마존, 우버, 배달 앱 등 각종 플랫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떻게 될까. 누구도 쉽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범용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출시부터 범용화까지 순식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서비스가 가져올 여러 문제를 예측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실제로 챗지피티가 시장에 공개된 뒤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픈에이아이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장착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챗지피티에 장착할 수 있는 ‘플러그인’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구상을 지난달 23일 공개했다. 경쟁사인 구글·페이스북 등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고, 네이버·카카오 등의 국내 업체들도 거대언어모델 개발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 영역만 역동적인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안전규약을 만들자며 6개월간 ‘고도 인공지능 개발’을 중단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고 거짓 정보 전파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결과다. 인공지능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에 따른 반작용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머리를 맞대는 사회적 논의, 사람들의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민간 정책연구소 랩2050이 시민의 참여로 에이아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에이아이시이(AICE·AI & Civic Engagement) 포럼을 지난 10일에 개최한 이유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에이아이와 시민사회의 만남’이었다. 양쪽의 소통이 포럼의 목적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대비

 

 

서로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민사회와 인공지능 기업의 만남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각자의 의제와 인공지능이 연결돼 있음을 인지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도 있었던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공론장 활성화를 시도해온 권오현 빠띠 이사장은 “인공지능도 결국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검색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내놓는 답변에 우리의 정보·활동이 들어가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의제를 알리는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에 알리는 언론사들조차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중과 만나는 접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오은선 활동가는 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서 혐오와 차별, 편견이 콘텐츠와 검색 결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며 이런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무차별적으로 학습할 경우에 발생할 위험을 경고했다. 안전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신속하게 소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계단 지도를 만드는 계단뿌셔클럽의 이대호 공동대표는 오픈에이아이가 협력하고 있는 덴마크 기관 ‘비마이아이스’(Be My Eyes)의 사례를 언급하며 인공지능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을 제고하자고 제안했다. 비마이아이스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면 사용자들이 이를 설명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계단뿌셔클럽은 계단의 사진을 찍고, 내용을 일일이 입력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하면 이 작업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대응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김용범 전문위원은 인공지능을 통해 주거공동체가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에 얻는 혜택과 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손쉽게 에너지 전환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심리치유 활동을 진행하며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인 사회치유기업 퐁의 정보연 대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동 상담을 통해 심리상담의 접근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상담가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내담자의 과거 정보와 관련 전문지식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현재 접근성이 낮은 ‘심리 시피알(CPR)’(심리적으로 힘든 사람의 고통에 주목하고 공감해주는 일)을 좀 더 쉽게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제안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에이아이랩 소장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에 어떤 한계가 있으며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회적인 협의나 소통, 가이드라인 제작과 준수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인공지능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논의들이 많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노동을 중개하면서 사회안전망의 정합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정치적 양극화와 부족주의가 심화됐다는 진단도 과거엔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쓰나미는 더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 과연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를 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게 만들까, 아니면 놀라운 혜택과 효용을 고르게 누리게 할까. 그건 우리 인간이 어떻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갈지에 달려 있다.

 

윤형중 랩2050 대표

 


 

📰[한겨레S | 윤형중 랩2050 대표]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0889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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