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시끄럽게 굴면 동영상 보낸다? EBS는 범죄 교육방송인가!”

프로젝트

[현장] 정치하는엄마들 등 EBS에 "심의 및 인권 제작가이드라인 마련 촉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포텐독의 뽀글이가 '먹고 배변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포텐독의 뽀글이가 '먹고 배변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BS는 포텐독 몰아보기 및 다시보기 중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텐독에 대해 조속히 심의하라!”

“EBS는 포텐독 시즌 3, 4 제작이 야기할 범죄 재현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 제작가이드라인 마련하라!”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EBS 포텐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했다. 포텐독은 유튜브(YouTube)에서 7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똥 밟았네’의 원작 애니메이션으로 7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현재 EBS에서 목, 금 저녁 7시부터 7시 35분까지 방영중이다.

문제는 ‘7세 이상’ 시청자 연령 등급에 있다. EBS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포텐독은 ‘반려동물로서 높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개를 소재로, 인간과 개의 우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러나 포텐독에는 ▲타인의 배변활동 관람 ▲최면제 ▲불법 촬영·유포 ▲변형카메라로 사생활 시청·협박 ▲모든 여성 등장인물에 내재된 차별·혐오 ▲양육강식의 세계관과 동물학대 등 7세 이상 아동이 시청하기엔 부적절한 내용이 많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단체에서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 ‘몰아보기 편성 중지와 다시보기 중단 및 EBS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 요구’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라며 “해당 작품의 시청 대상은 7세 이상이다. 아이들은 인지 능력의 한계로 현실세계와 애니메이션 속의 가상세계를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아동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포텐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활동가, 노하연 라라스쿨 협동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1인 발언으로 진행됐다. 이 외에 발언은 김정덕 활동가가 대독했다.

 

◇ 7세 이상 만화에서 표현된 디지털 성범죄와 폭력성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포텐독에 나온 대사는 텔레그램에서 활개치는 성착취 가해자들의 실제 대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포텐독에 나온 대사는 텔레그램에서 활개치는 성착취 가해자들의 실제 대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동영상 하나 더 안보내면 너 부모님한테 말한다. 내가 시키는 거 하면 안 뿌릴게. 얌전히 있어. 시끄럽게 굴면 동영상 보낸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동영상 지워줄 수 있는데, 어때? 할래?”(EBS 애니메이션 포텐독 중)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변형 카메라를 이용해 ‘스킨십 하려는 부부의 일상’을 염탐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 장면의 내용과 대사는 ‘디지털 성범죄’와 동일하다. 디지털 성폭력인 ‘텔레그램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불꽃은 포텐독에 대해 ‘공영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비쳤다. 

추적단불꽃은 “포텐독에 나온 대사는 텔레그램에서 활개치는 성착취 가해자들의 실제 대화다. 불법촬영 피해생존자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을 인용해 대사를 작성하고, 약점을 잡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해 범죄에 끌어들이는 악랄함까지 표현했다. 포텐독은 디지털 성범죄를 재현했다”고 김 활동가는 전했다.

이어서 “악당 기네스가 ‘방금 변신하고 말하는 모습 여기에 다 찍혔어. 지금 당장 너의 주인님에게 보내면 어떨까? 너의 견생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라는 대사는 성관계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피해생존자를 협박하는 N명의 가해자가 겹쳐 보였다”며 “그간 여성단체와 피해생존자들이 있었기에 ‘N번방’과 ‘박사방' 사건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 사건 등은 중한 범죄로 인식됐는데, 불법 촬영이란 범죄를 희화화한 포텐독의 문제 회차는 범죄 인식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불법 촬영이 실존하는 범죄임을 인지하고 콘텐츠 제작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활동가 역시 포텐독에서 나타나는 폭력성에 대해 꼬집었다. 이가현 활동가는 “포텐독에서는 스스로 ‘노예가 뭐 어때서?’라는 장면이 있다. 사람을 노예화하는 것은 폭력이다. 한국의 현실에서 협박을 당해 노예로 학대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미디어를 통해 범죄나 폭력을 묘사할 때에는 고도의 비판의식이 필요한데,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주인공과 악당의 갈등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폭력과 범죄 장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어린이용 만화영화 제작시 반드시 교육적 목적과 비판의식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가현 활동가는 포텐독 캐릭터들 중 ▲여성들의 성격적 결함 ▲남성 중심 가부장제 가족 ▲남성에게만 중요한 역할 배정 등의 문제점을 꼽았다.

 

◇ “배변활동을 타인이 지켜보는 것은 매우 가학적인 장면”

노하연 라라스쿨 협동조합 공동대표는 "포텐독은 사적인 배변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화장실 공간을 다수가 지켜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렸다. 이 장면은 매우 가학적"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노하연 라라스쿨 협동조합 공동대표는 "포텐독은 사적인 배변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화장실 공간을 다수가 지켜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렸다. 이 장면은 매우 가학적"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야근수당 대신 성과금 줄테니까 열심히 (똥)싸기나 해”(EBS 애니메이션 포텐독 중)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는 와중에, 포텐독이 묘사하는 노동은 굉장히 모욕적이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공용방송 EBS가 만든 포텐독 장면 중에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 너무 많다. 특히 배변 강요장면이 그렇다. 이런 장면을 본 어린이들은 과연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포텐독의 ‘똥 싸는 장면’에 대한 문제점은 이 뿐이 아니다. 노하연 라라스쿨 협동조합 공동대표는 "이 장면이 유아 성교육과 밀접하게 관련있다"고 말했다. 노하연 공동대표는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있을 때 안을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 예절이다. 그러나 포텐독은 사적인 배변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화장실 공간을 다수가 지켜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렸다”며 “이 장면은 주 시청 연령층을 고려한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가학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 연령 등급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노하연 공동대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규정한 시청연령은 폭력성, 선정성, 언어, 모방위험을 기준으로 구분되어 있다. 7세 이상 관람의 경우 모방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범죄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등과 관련된 표현이 없어야 한다”며, 포텐독에는 온라인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이 그대로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의 젠더기반 폭력예방교육과 성교육은 1년에 한 번 받는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문제의 심각성과 대처법, 필요한 가치관을 전한다. 그러나 미디어는 원한다면 언제나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영상을 보고 있는 아동들에게 우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고 폭력적인 미디어에 노출의 위험에 대해 토로했다.  

 

◇ “양육자가 따돌리고 무시하는 만화를 아이들과 시청할 수 있겠는가?”

기자회견 중, 아이들은 한참동안 기자회견 옆에서 발언을 듣고 있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회견 중, 아이들은 한참동안 기자회견 옆에서 발언을 듣고 있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남궁수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 내용인 포텐독이 반가워 아이들과 함께 포텐독을 시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텐독을 시청 중 아이들이 못 보게 텔레비전을 끄고 해당 내용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남궁수진 활동가는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코로나19로 이제 막 학교생활을 경험 중인 아이인데, 포텐독에서 반짱이라는 존재가 이유 없이 아이들 사이에서 추앙을 받고 반짱이 따돌리거나 무시하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용이 나온다”며 “어떤 양육자가 이런 장면을 아이들과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겠는가?”라고 포텐독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장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은 남궁수진 활동가 뿐이 아니었다. 포텐독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역시 ‘따돌림 장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시청자가 있었다. 남궁수진 활동가는 “이 때 포텐독 제작사의 답변은 부모가 함께 시청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하라고 했다”며 “우리는 이런 뜻으로 만든 것이 아니니 시청자가 이렇게 해석해서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포텐독 제작사의 답변을 전했다.

이어 “‘미디어 리터러시’는 결국 미디어 ‘이용자’보다 ‘제작자’들에게 훨씬 시급하다”고 설명하며 “2014년 2월 포텐독 제작사인 레트로봇은 ‘변신 자동차 또봇’ 9기와 13기 엔딩에서 아크니와 훤빈의 퇴장 장면이 자살을 암시했었다. 어린이 시청 애니메이션에 자살 암시가 필요한 내용인가. 레트로봇은 계속해서 2차 가해에 가까운 수위의 대사로 어린이물에 적합하지 않은 장면을 기획, 연출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문에서 “EBS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현재 몰아보기로 재방영을 하고 있는 포텐독부터 살펴보길 간절히 권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속한 포텐독 심의 의결을 통해 방송의 공적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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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7340

 


🟣보도자료 전문 

http://www.politicalmamas.kr/post/1840

👿포텐독 다시보기 중단 요구 서명하기! 

https://han.gl/QjM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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