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발언] 우리, 정치를 이야기하자 7분발언대 (강미정)

반갑습니다.

1.

 

지원자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마이크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바로 이 마이크에 관한 것입니다. 마이크는 단지 목소리를 확장시키는 도구일 뿐 아니라 정치한다는 행위의 메타포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단체에서 마이크 담당이라 기자회견 전날 꼭 엠프 충전을 해놓는데요. 충전을 깜박했다가 그만 현장에서 엠프가 꺼져서 기자회견을 망친 적이 있어요. 두번이나.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기자회견에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생각이나 의제를 담은 목소리가 거의 전부고 마이크와 엠프가 유일한 무기인데요. 결전의 날, 차 다니는 도로 옆에서 엠프가 안 나오면 그날 장사 접은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지금도 충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고 있습니다.(하하) 

 

2.

 

그렇다면 마이크를 잡는 자는 누구인가. 대표하는 자만이 마이크를 잡는것일까. 아니거든요. 저희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할 말 있는 사람에게 마이크를 줍니다. 이게 의미 있는 지점인데 또한 여타의 어떤 조직과도 다른 점이라 자부하는데, 직업, 사회적 위치, 나이 따지지 않고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발언권이라는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정치혐오의 시대에 서로 정치적 효능감을 나누면서 지금의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

 

 

3.

 

저는 특히나 발언자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아본 강렬함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30여년을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사람의 태도로 살아왔고 그것도 매우 ‘말 잘 듣는 사람’ 이었습니다. 부모 말 잘 듣고 선생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직장상사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엄마가 되니, 사회에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게 뭐지? 하면서 집에서 육아하다가 이년전에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났어요. 활동초기에 어느 여성단체 연대 기자회견에 발언자를 자원했어요. 그때까지 전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아왔고 집회에 참여해본 적도 없어서, 더구나 그 자리가 정권 바뀌고 얼마 안된 시점에 대통령의 측근을 규탄하는 자리였는데요. 솔직히 기자회견 발언하고 잡혀가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치안정치의 공포에 사로잡힌 무지한 상태였는데 막상 마이크 잡고 발언을 하는데 광화문이 고요한 거에요.

 

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잡아가지도 않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내 생각이 엠프를 타고 울려 퍼지는 3분동안은 자유라는 감정마저 느껴버린 겁니다. 이 감정을 계속 응시했더니 그 동안 고분고분 안정선을 넘지 않으면서 살아온 나는 사실 굉장한 억압 속에서 살아온 것이었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훈육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나대지 좀 마’ 등이 실상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권력의 작동기제였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것을 깨달았습니다.

5.

 

이걸 알게 된 저는 다시는 정치하는엄마들 이전으로 돌아갈 수 가 없습니다.

이걸 알게 된 저는 아이들에게 정치를 독려할 겁니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가 하나의 방법이라고 가르치고 싶어요. 그래야 외부의 문제들과 맞설 수 있으니까요. 직업으로서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정치적 주체로서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과 판단을 유보하지 않고 당당히 피력하라고 할 것입니다. 애들이 보살핌의 시기를 지났을 때부터는 ‘부모의 뜻을 거스를 때만이, 온갖 권위가 요구하는 관습에 거부할 때만이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자장에 끌려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것이 정치하는엄마로서의 최종 목표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이 대표자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마이크를 잡았듯이 아이들한테 그 마이크를 건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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