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소비자, 시민사회, 종교계, 노동자, 농민, 중소상인, 정당이 함께 하는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선포 기자회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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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 사회적 합의는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1123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에 함께 한 남궁수진 활동가 발언을 나눕니다.

우리에겐 마감보다 생명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소비자이자 시민이자 노동자인 우리가, 편리함을 얻고자 잃어버린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흔히 고객을 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거대 플랫폼 시장에서 고객은 주인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 올가미에 묶인, 기업이 만든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쿠팡은 고객이 ‘이탈하지 못하게’ 교묘한 장치를 만들어 둡니다. 월 회비를 내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배달비 할인, 심지어 드라마와 영화까지 한꺼번에 제공합니다. 장보기, 식사, 미디어콘텐츠까지 패키지 안에 꾹꾹 담아 묶어버리는 방식입니다.

‘달콤하고도 편리한 덫’이자,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시야를 가리는 눈가리개이며 발목을 잡는 올무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에 분노하지만, 막상 앱을 지우려 하면 머뭇합니다.

“내일 배송은 어떻게 하지? 무료로 보던 드라마는? 이미 낸 회비는?” 

기업이 던져 놓은 이 촘촘한 덫이자 올무에 우리는 노동자의 고통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와 같은 시민이자 노동자의 삶은 지옥이 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마감 시간’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저는 쿠팡에 오후배송을 신청했어도 새벽에 받았다는 소비자의 제보를 들었습니다. “마감”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고객의 편리를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스스로의 이익과 편의에 따른다는 반증입니다. 제가 이용해본 새벽 배송을 하는 마켓컬리는, 밤 10시에 주문을 마감하지만, 쿠팡은 밤 11시 59분까지입니다. 불과 두 시간의 차이 얼마나 많은 주문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그 두 시간여의 주문을 쓸어 담겠다고 쿠팡이 자기 기업의 임의대로 늘려 놓은 이 시간이 노동자의 삶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12시 전까지 주문해도 됩니다.”라고 하며 소비자의 일상까지 길들여버립니다. 

노동자들은 그 2시간을 메우기 위해 화장실은 사치이며, 나와 주변 노동자의 안전도 내던진 채 미친 듯이 뛰어야 합니다. 마치 섬과 같은 물류센터, 고속도로 옆, 대중교통도 거의 없는 외진 곳. 밥을 먹을 공간도, 밥을 살 가게도 없습니다. 잠깐의 대화도 허용되지 않으며, 다리가 아파 잠깐 벽에 기대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방의 CCTV와 방송 마이크에서는 “빨리 움직이라"는 고성이 쏟아집니다. 

뿐만 아닙니다. 물류 노동자도 7시에서 몇 초라도 늦으면 벌점이 쌓입니다. 쌓인 벌점은 내 일터를 뺏아갑니다. 숨도 쉬지 못한 채 뛰고 또 뛰다 심장이 멈춥니다. 그렇게 안타까운 생명을 놓친 것이 쿠팡이 숨기고 숨겨 42명에 이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이 숫자는 쿠팡이 숨긴 다른 분들의 사고를 뺀 숫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런 현실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숏폼 영상 아래에 달린 쿠팡 광고 링크,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동영상과 이미지들이 넘쳐납니다. 마케팅에 온갖 역량을 부으면서도 노동자를 위한 노력은 어떠합니까? 쿠팡은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 야간 노동자 수, 안전사고 현황 같은 노동환경의 실태를 알 수 있는 정보는 끝까지 드러내지 않습니다.

국회가 불러도 나오지 않는 그 오만함.
소비자를 길들여 얻은 돈으로 쌓아 올린 높디높은 성벽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쿠팡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우리의 락인 서비스, 이미 편리함의 그물에 걸려 있어.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든 고객들은 떠나지 못할 거야.”

그리고 바로 이 오만을 깨뜨릴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우리입니다. 소비자이기도 하고 같은 노동자이기도 하고, 동료시민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조금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루푸스라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체력이 약하고, 일상에서 늘 시간을 쪼개 살아갑니다. 주부이자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숨쉴틈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 한 번도 쿠팡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을 이용하는 분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쿠팡없이도 삶은 돌아갈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드리려는 것입니다. 
쿠팡프레시가, 로켓배송이 없으면 삶이 무너질까요? 아닙니다. 장보는 것도 저에겐 시간과 틈을 내야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쿠팡이 없어도 저와 제 가족의 삶은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러갑니다. 

쿠팡이 던져주는 작은 혜택에 눈이 멀어 어제 그리고 오늘 또다시 내일 반복될 수 있는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침묵하는 공범이 되지 맙시다.

정부에 또한 소비자로서 요구합니다. 
소비자로서 안전한 구매 역시 우리의 권리입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서비스와 물품이 누군가의 고혈이거나 생명의 대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쿠팡의 노동실태를 철저하게 조사해주십시오. 쿠팡의 노동실태를 소비자이자 시민들에게 알려주십시오. 하루 한시도 늦지 않게, 지금 당장 정부가 나서야 할 일입니다.

저는 오늘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쿠팡의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이후부터 밤과 새벽은 저에게 수치스럽고 모욕적이며, 착취적인 노동이 굴러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동료시민이자, 같은 소비자이자, 같은 노동자로서 여러분께 강력히 호소합니다.
속도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위해
쿠팡이 숨기는 정보를 당당히 요구하고,
쿠팡이 주는 그 ‘편리한 올가미’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우리가 잃었던 생명과 사람을 향한 연대를 선택합시다.

마지막으로 오는 23일 광화문 동십자각,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소비자와 여러 시민이 함께 모입니다. 죽음을 부르는 잔혹한 노동을 끝내고 생명을 살리는 길, 시민 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웹자보

 

🚚 11.23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일시 및 장소
- 11월 23일 (일) 오후1시 광화문 동십자각

🔹 당일 안내
📍부대행사(12시 30분~)
📍시민자유발언(13시 ~ 13시 30분) 
📍본행사(13시 30분 ~ 14시 30분)
📍시민대행진(14시 30분 ~ 15시 30분)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로사 없는 택배현장을 만들기 위해
택배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하는 시민대행진에 참여부탁드립니다.

📣 시민 자유발언 신청 https://forms.gle/Y9xDSbTy82keZYZ17

📺 홍보영상
https://youtube.com/shorts/KghKJfHsr5Y?feature=share

🔹문의 : 과로사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 (010-9971-3830)

날짜
종료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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