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오늘을 생각한다] 족쇄가 된 고교학점제
홍어삼합을 주문했더니 묵은지만 나왔다. 홍어와 수육은 떨어졌단다. 괜찮다며 묵은지만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홍어와 수육이 떨어졌는데 묵은지를 삼합이라고 내놓는 상인은 상도리는커녕 도둑놈 심보를 가졌다. 지금 고교학점제가 딱 그 꼴이다. 대입제도 개선 없는 고교학점제는 입시 지옥에 기름 뿌리는 격이다. 고교학점제는 3년간 교과군 174학점,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대다수 고등학교가 8월 말~9월 초에 졸업할 때까지 수강할 교과목(174학점) 신청을 마감하고 있다. 1학년 때는 필수 이수학점에 해당하는 공통과목(국·영·수·사·과·예체능 등)을 수강하지만, 2학년 때부터는 학생 각자 신청한 선택과목을 수강하는데 이 선택과목이 대학 입시와 직결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진로에 대한 탐색과 고민을 시작해 보지도 못한 수많은 고1 학생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전공을 선택하고, 그에 맞춰 선택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고1 재학생, 학부모들이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진로 선택을 강요하는 폭력이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고3이 돼 진로와 전공을 바꾸고 싶어지면 1학년 때 신청하고 2학년 때 이수한 과목들이 진로 수정의 족쇄가 된다. 고1 재학생, 학부모들이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진로 선택을 강요하는 폭력이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고교학점제는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는다. 예컨대 언론인이 되고자 ‘매체 의사소통’(융합 선택), ‘문학과 영상’(진로 선택)을 수강하려면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과 같은 일반 선택 과목을 먼저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고3이 돼 진로와 전공을 바꾸고 싶어지면 1학년 때 신청하고 2학년 때 이수한 과목들이 진로 수정의 족쇄가 되는 것이다. 그런 무거운 선택을 지금 고1 학생들은 강요받고 있다. 고교학점제로 모든 학생의 성장과 진로 개척을 돕는다더니, 학생들은 사교육 컨설팅 업체를 찾거나 아예 자퇴를 선택한다. 학생을 학교 밖으로 쫓아내는 교육 정책을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 대입 개혁 없는 고교학점제는 묵은지도 아닌 양잿물이다. 지금 대한민국 공교육은 사경을 헤매고, 고1 학생은 비명을 지른다. 이재명 정부는 고교학점제 당장 중단하고, 대입 개혁부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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