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성교육서 ‘성소수자’ 단어 빼라는 서울시…“퇴행적 정책 멈춰라”

 

서울시가 성교육에서 ‘포괄적 성교육’과 성소수자 관련 용어 등의 사용을 제한하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만든 것을 두고, ‘퇴행적 성교육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네트워크)는 24일 오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성교육 정책 퇴행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시립청소년문화센터 6곳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티에프(TF) 회의’ 결과를 공지하며, 향후 센터에서 성교육을 진행할 때 지양하거나 대체해야 할 용어 목록을 제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는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과 관련된 신체·심리 발달, 인간관계, 윤리, 성평등 등을 전 생애에 걸쳐 다루는 교육이고, ‘섹슈얼리티’는 성적 감정과 욕망, 행위, 정체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이 개념이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동성애를 부추긴다며 반대해왔다. 서울시는 이 외에도 ‘연애’를 ‘이성교제’로, ‘포궁’을 ‘자궁’으로,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바꾸도록 했다.

이에 대해 네트워크는 “이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재와 다양성을 지우고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며 “서울시는 성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착취와 젠더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 전국성교육강사협회 공동대표는 “학교에서 ‘게이냐’는 말이 여전히 놀림과 비난의 의미로 쓰인다”며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이런 문제 해결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대 남매를 양육하고 있는 홍주씨는 “원하면 10초 안에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며 “아이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포괄적 성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티에프 회의에 리박스쿨과 함께 활동해온 극우 성향의 조우경 다음세를위한학부모연합 대표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최유희 국민의힘 시의원의 요구로 조 대표를 회의에 참석시켰으며, 조 대표는 회의에서 “남성과 여성의 눈에는 서로 다른 DNA가 있어 남성은 파란색을, 여성은 빨간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개신교계 민원 등을 이유로 해당 매뉴얼을 확정했다.

네트워크는 “특정 종교·보수 세력 기반의 편향적인 콘텐츠가 성교육 현장에 유입된 것”이라며 “교육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가 참고했다는 교육부 고시는 윤석열 정부 당시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든 것”이라며 “그 퇴행을 주도한 주체는 한국교회총연합회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등 보수 개신교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남자답게, 여자답게를 배우던 시대, 폭력과 억압을 참게 하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퇴행적 성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연서명에는 142개 단체 1189명이 참여했다.

 

📰[한겨레 기자 장수경] 기사 전문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2097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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