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심층K | 창+] 남편이 집안일 도와주는데 왜 매일 피곤하지? 아내들이 속고 있는 한가지!

 

 

[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가사노동 해방일지' 중에서]

 

깨끗한 옷, 정돈된 집, 따뜻한 식사. 어린아이와 연로한 부모님을 살뜰히 보살피는 누군가의 가사노동이 있기에 이어질 수 있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 노동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건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나타나죠.

그런데 이 통계는 실제 가사노동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요?

 

<인터뷰> 정민우·이하은/맞벌이 부부
저는 86년생이고요. 정시온 아버지이고요. 지금 외국계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는 정민우라고 합니다.
(맞벌이 부부시죠?) 네. 맞벌이 부부입니다. 첨엔 사실 익숙하지가 않다보니까 제대로 역할 분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처음엔 서로의 목소리를 낸 것도 있었고.
(싸우진 않으셨어요?)목소리 낸 게 조금 싸운 느낌이에요.

<인터뷰> 정민우/ 남편
(지금 가사노동을 아내하고 분담하는 비율이 몇 대 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기준에는 배우자가 6, 제가 4 정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이하은/아내
4대 6 했나요? 저는 (남편이) 6 대 4인 것 같아요. 반대로. 사실 제가 출산하고 체력이 많이 떨어져가지고 육체적으로 놀아주는 게 힘들더라고요. 걷게 해줘야 되고 놀아줘야 되고 하는데 그걸 남편이 많이 해주고 있어서 (남편이) 6대 4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어요.

 

통계청 방식대로 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을 측정해봤습니다.
육아휴직 중인 부부는 각각 약 7시간 정도를 가사노동에 쓰고 있군요. 역시 달라진 요즘 세대답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좀 다른 점이 보입니다.
남편은 전혀 안 하는데, 아내가 전담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가족 생활 전반에 대한 계획을 짜고, 구상을 하고, 정보를 모으는 ‘기획’과 관련된 노동은 전부 아내인 이하은 씨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하은/아내
제가 더 신경쓰고 관리를 하게 돼서 기획을 하면서 어떤 게 필요하지? 예를 들면 영양제가 떨어졌다든지, 기저귀 떨어졌다든지, 식자재가 필요하다든지 이런 거를 계속 체크하게 되면서 그게 머릿속에 또 잊으면 안되니까 가득한 것 같아요.

어린이집도 사실 육아 선배들 얘기 들어가지고 출산하고 나서 미리 걸어놨어요. 대기를. 근데도 자리가 없는 거예요. 저는 복직이 딱 정해져있는데. 만 0세반을 보내야 하는데 자리가 많지 않아서 그럼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남편은 조금 기다려봐도 되지 않냐고 했는데. 저는 그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중간에 자리가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다 수소문했어요.

 

예비 초등학생을 키우는 권영은씨도 직장에서 일하는 틈틈이 아이를 챙겨야 합니다.
학교에 가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유치원 다닐 때보다 훨씬 일찍 집에 오게 되는 아이를 누가, 어떻게 돌봐야할지, 또 당장 오늘 저녁 식사는, 내일 아침엔 뭘 먹일지...아이와 집안일과 관련된 기획과 구상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 이거 아이가 성장기에 맞춰서 바꿔줘야 되고. 계절에 따라서 바꿔줘야 되잖아요. 신발도 마찬가지, 속옷도 마찬가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남편이 나서서 알아서 챙기진 않아요.

지금 늘봄이나 초등 돌봄 공백 관련해서 동동거리는 것 역시 기획 노동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간은 학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양육자에게 어떻게 돌봐달라고 부탁할지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늘봄 학교라는 정책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되는 거지? 그 고민도 엄마들의 몫이 된 거예요. 제가 일을 줄여야 되나 그만둬야 되나? 그런 고민을 저는 심각하게 하고 있는데. 남편은 하진 않거든요. 어떡하지? 이렇게는 해요. 어떡해? 남의 일인 거예요.

 

<인터뷰> 김영란/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회사를 운영하고 유지할 때 기획은 핵심 부서의 책임급, 관리자 급들이 기획을 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가사 일에 있어서도 식생활 영역, 주생활 영역, 의생활 영역 자녀 돌봄, 가족 간의 교류 행사 등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언제 어떻게 일정을 짜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기획하는 건 사실 가족생활 유지에 있어서 굉장히 핵심적인 일이고요.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요즘은) 아웃소싱해서 많이 쓰는데, 기획하는 가사노동은 절대로 가사도우미에게 맡길 수 없는 중요한 노동입니다. 대체로 집에서는 여성들이 이 부분을 많이 맡고 있고, 그로 인해서 가족을 매니지하는 책임 역할로서 여성들이 상당히 많은 부담을 많이 갖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측정하는 가사노동시간에는 이런 기획 노동은 아예 빠져있습니다.
하루 24시간 동안 실제 ‘행동’을 한 시간이 얼마였는지만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하는 ‘기획노동’ 시간은 분명히 가족을 위해 쓰는 중요한 시간인데도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누락되는 거죠.

<녹취> 정민우/ 맞벌이 남편
(기획 노동이) 사실상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머릿속으로 늘 계속 구상해야 되고 시뮬레이션으로 1안, 2안 3안으로 계속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가면서, 뭐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까에 대해서 표는 안 나지만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것 같습니다.

 

조사 방식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조사 시점에서 최근 며칠간 했던 행동을, 하루 단위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명절, 김장, 계절별 옷장 정리 같이 매일은 아니지만 일 년에 몇 번씩 해야 하는 가사노동은 잘 측정되지 않습니다.

시사기획 창은 여성정책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가사노동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실제 가정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가사노동 항목에 기획 노동, 관계적 노동, 가족과 관련한 이동 시간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항목별로 이 일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상세히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먼저 가사노동 시간.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더 많았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기획 노동에 대한 남녀 격차입니다.

통계청에서 조사하고 있는 항목, 즉 실행 노동에서 남녀 격차는 2.9배였지만, 통계청이 측정하지 않는 노동인 기획 노동에서 남녀 격차는 3.4배로 더 벌어졌습니다.

가사노동의 핵심인 기획 노동을 빼고 조사하면, 실제 실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죠.

 

<인터뷰>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까지 가사노동 시간을 측정한 건 실제 행동 중심으로 돼 있거나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가사노동의 모든 영역을 다 포괄하지 못해서 부분적으로 조사가 됐다고 생각이 되고요. 실제 여성들이 가족 관리를 위해서, 가사노동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고 그에 맞춰서 정책들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아마 2030 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가족을 기피하는 추세는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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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mobile/view/view.do?ncd=7909453&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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