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성평등·성교육 책 ‘금서’ 지정?…“검열이자 반헌법적 행위”

1일 ‘금서 요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열려
“민주주의 위협·사서 권리 침해” 성토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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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나다움책’ 7종 도서를 도서관에서 열람을 제한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도지사에겐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법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이는 반헌법적 행위이며 검열에 해당합니다. ‘금서’를 요구하는 이들에게도 얘기합니다. ‘당신들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어!’”

 

안찬수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대표가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쳤다. 지난 1일 오후 충남 내포혁신플랫폼 엠(M)1 회의실에서 ‘공공도서관을 향한 성평등 책 금서요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인권단체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충남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 어린이책을 없애라는 ‘금서’ 민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또 이런 사태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도서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인권단체 활동가와 어린이책 전문가, 도서관 전문가는 물론 출판사 대표·작가·사서·교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했다.

 

이날 유내영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충남교육청 소속 도서관 19곳 가운데 14곳은 성평등·성교육 어린이책인 ‘나다움책’ 10권의 열람을 제한했고, 10곳은 열람은 물론 검색까지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서’ 지정 요구가 이미 관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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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020년 여성가족부가 ‘나다움책’이란 이름으로 성평등·성교육 어린이책 선정·추천 사업을 벌였다가 일부 반발로 사업을 중단하고 해당 책들을 회수했던 사태와 똑 닮았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분학연)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이 ‘나다움책’을 ‘포르노 같은 동화책’으로 낙인 찍자, 국회에서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조기성애화 우려’ ‘동성애 조장·미화’를 이유로 교육부 장관을 질타했고, 다음날 여가부가 회수를 발표했다”고 되새겼다. 이와 똑같이, “2023년 충남에서는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다학연)이 ‘우리 아이 도서관에서 살아남기’라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꿈키움성장연구소 등이 성혁명·차별금지법 교육 완전 배제를 요구하며 성평등 도서를 빼라는 집요한 민원을 제기하자, 군의원과 도의원까지 이에 가세해 해당 도서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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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단지 ‘악성 민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일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몽 집행위원장은 “학부모 단체들의 민원이라는 허울을 쓰고 학생인권조례나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 세력이 전면에 나선 것”이며 “2000년대 즈음부터 개신교의 사회적 공신력이 하락하고 교세가 침체되는 위기 속에서 보수 개신교 세력이 동성애 혐오 정치를 개신교 내부 결집을 위해 동원,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널로 나선 손보경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는 “‘금서 민원’으로 시민들의 책 읽을 권리는 물론이고 도서관 사서들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노동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를 보호할 책무가 있는 도지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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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검열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찬수 대표는 검열이 ①민간단체의 자체 심의 ②배제 목록 작성·배포 ③언론을 통한 이슈 증폭 ④관계 당국의 행위 ⑤사실상의 금서 조치 및 변형된 형태의 검열 ⑤자기검열의 확산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며, 이번 사태도 이러한 과정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좋고 나쁜 책은 없다”며 지금은 필독서로 꼽히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나 ‘성경’ 또한 금서였던 역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누구도 어떤 책이 ‘유해하다’면서 다른 사람의 책 읽을 권리까지 뺏을 수 없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같은 책도 도서관에 놓고 읽으며 토론하는 것처럼 언론과 출판과 독서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 전문 보기
https://m.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02722.html

 

🔖[자료집] 공공도서관을 향한 성평등 책 금서요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https://www.politicalmamas.kr/post/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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