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치권 이어 시민단체들 ‘윤 대통령의 복지 민영화’ 비판

“사회서비스 고도화, 취약층 복지 질 저하”

 

“노인 요양·아동 돌봄에 경쟁 도입 땐 서비스 양극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사회서비스에 민간 경쟁구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후 현 정부의 ‘복지 철학’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민간이 경쟁하면 사회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지만, 시장논리가 작동하면 취약계층의 복지서비스 접근성 및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 첫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되면서 산업화되면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팩터(factor·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미 ‘민관 협력을 통한 사회서비스의 고도화’는 국정과제에 담겨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이번에 아예 “시장화” “산업화”란 용어를 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복지는 시장의 영역이 아니고 국가의 영역”이라며 “복지에서조차 ‘경쟁, 시장화, 산업화’를 추구하는 윤 대통령의 복지는 과연 어떤 복지인지 그 철학과 정책이 의문스럽다”고 썼다.

참여연대·정치하는엄마들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시민연대)는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자도생을 조장하고 국민의 돌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현금과 현물(서비스)로 나뉜다.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은 현금, 아동보육이나 노인장기요양 등은 돌봄이란 현물을 제공한다. 사회서비스는 이 중 후자다. 보건복지부가 설명한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골자는 ‘서비스 공급의 지역·진입 제한 등 규제를 개선해 부실기관은 퇴출하고 양질의 기업을 지원해 민간기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는 이미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2만1334개소 중 2만1208개소(99.4%)를 개인·법인 등 민간이 운영 중이다.

지금도 민간이 사회서비스를 주도하긴 하지만 영세한 기업이 많다 보니 서비스 질이 분절적이고 노동자 처우도 열악하다. 정부는 경쟁구도를 만들면 이런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하반기 사회서비스에 ‘가격탄력제’(비용 상한 완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당장 사회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질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민연대는 “(기업이) 저소득층 가구보다 중산층 가구의 돌봄 수행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며 “경제력에 따라 이용하는 기관이 달라지는 사회서비스 계층화가 심화할 것이고, 경제적 약자일수록 더욱 소외되고 배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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