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 소외된 자들] 버스기사도, 장애인도 “기후정의 파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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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저감, 버스 이용 늘려야 하는데 사업자만 보호” … 장애 가진 빈민 “지구 망친 기업, 책임지라 외칠 것”

 

▲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포스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면서 정작 요금은 인상한다고 합니다. 버스 회사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납득이 안 됩니다. (버스 회사는) 매년 수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준공영제 덕분에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금도 받습니다. 이용객이 줄었으면 늘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버스 이용을 늘려 자가용 이용률을 줄이면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고 기후위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버스노동자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더 늦기 전에 기후정의를 외치기 위해 4·14 기후정의파업에 참가합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라(No one leaves behind)는 표현은 2015년 유엔(UN)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면서 내건 구호다. 이 구호는 기후위기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얼핏 기후위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버스노동자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며 기후정의파업 동참을 결정했다.

 

 

대중교통, 공공재이자 탄소 배출 감축 대안

차상우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기획국장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 기자간담회에서 “대중교통은 수익만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시민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재다”고 강조했다. 차 국장은 “해외는 무료 대중교통 사업을 통해 이용객을 늘리고 자가용 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며 “국내도 무료정책을 통한 성공사례가 있는데 정작 이런 정책은 내팽개치고 사업자 지원만 신경 쓴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후위기 시대 뒤에 남겨지기 십상인 ‘소외된 자들’이 모였다. 지적장애를 가진 빈민, 2025년 일자리를 잃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환경운동가, 어린 딸과 농사짓는 노모를 둔 여성, 그리고 버스노동자다.

이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뒤에 놓였다. 장애인이면서 빈민인 나경동씨는 기후위기파업에 동참해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주장할 생각이다. 나씨는 “지구가 많이 병들어 겨울에 더 춥고 비가 오면 태풍이라고 들었다”며 “가난한 사람은 날씨 때문에 집에서 더 위험해지고 얼어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를 다녀 보면 아파트 짓는 공사장은 많은데 왜 가난한 사람은 안 좋은 집에서 자꾸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후정의파업에서 공동임대주택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지구는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망쳤는데 우리는 차도 없고 에어컨도 없다”며 “비싼 물건 만들고 그걸로 돈 버는 기업에게 지구를 책임지라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 “산업계 면책”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산업계에 면죄부를 줄 계획이다. 지난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기존 목표보다 하향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탄소 배출량을 당장 (정부) 목표보다 더 많이 줄여야 함을 보여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상용화가 먼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목표를 확대하고 다음 정부로 탄소 감축을 미루고 있다”며 “부모님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아이들은 산불과 폭염·폭우가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고 따졌다.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정의파업을 통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폐기시킬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파업권을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면서 연차를 내고 참여하는 사회적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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