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 주문했지만···여전히 어려운 저출생 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는 28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주문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그간 나온 저출생 해법을 진척시키는 데 주력했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나 정책 실효성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급하게 내놓은 정책도 상당수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육아기 재택근무제’의 취지는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택근무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근무형태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재택근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노무관리 컨설팅과 관련 인프라 구축, 간접노무비 등을 지원하고 정책 활성화에 앞장선 기업을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육아기 단축근무제도 확대한다. 적용되는 자녀 연령 기준을 현행 8세에서 12세까지 상향한다. 단축근무 기간도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축근무로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지원하는 급여는 현재 하루 1시간(통상임금의 100%)에서 내년부터 2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동 돌봄과 교육 분야에서도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가정 내 양육을 돕기 위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아이돌봄서비스 규모를 크게 늘려 지난해 7만8000가구였던 지원대상을 2027년까지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 정책 추진과 맞물려 국공립어린이집은 한해 500곳 이상 확충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상생형 직장어린이집 등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 주문했지만···여전히 어려운 저출생 정책

 

‘육아휴직 맞돌봄(3+3) 제도’는 인센티브 확대란 방향까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하지 않았다. 해당 제도는 육아를 담당하는 부모가 번갈아 가면서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썼을 때 총 6개월의 휴직기간에 대해 통상의 육아휴직 급여보다 더 높은 액수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육아휴직 기간 3년까지 연장’ 방안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육아기 재택·단축근무제 도입과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제도가 확립된 육아유직도 제대로 쓰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자 10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중소기업 6.9명, 대기업 13.7명이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노동자는 재택·단축근무제로 일하는 시간이 줄더라도 그만큼 육아와 가사노동 시간이 늘 수밖에 없는데 이를 예방할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도 직장 내 불이익을 주는 문화를 근절하고 제도 정착을 지원하는 관련 기관 및 예산 수립 등의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휴직 사용을 거부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500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김성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난 27일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4월 중으로 집중점검을, 8월부터 일·가정 양립을 위한 포괄적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2015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이후 7년여만의 일이다. 저고위는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그러나 그간 5년 단위로 마련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 임명된 나경원 부위원장이 정치적 논란 끝에 2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챙기면서 앞으로 저고위가 저출생 대책 수립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관계부처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저고위는 전문가 긴급 간담회와 부처 간담회, 청년과 부모 간담회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회의를 준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기존 200여개가 넘는 백화점식 정책들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철저히 평가하고 효과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선택해서 전반적인 정책 수를 줄이고 재구조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정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가졌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주 69시간제’처럼 저출생 대책과 동떨어진 노동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도 하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재택근무 등으로 양육자의 육아·돌봄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저출생을 부르는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정책과 모순된다”며 “자칫하면 돌봄 노동자와 양육자 모두를 장시간 노동에 갈아넣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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