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나도 ‘선생님’입니다 ③] 교육공무직, 대화·정책참여 공간이 사라진다

프로젝트

교육부 전담조직 없어지고, 공무직위는 성과 없이 종료 … “모든 이해당사자 참여하는 논의 틀 마련해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교육공무직 임금체계 개편 등을 논의하기로 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공무직위원회 산하 교육분야 실무협의회가 지난달 뚜렷한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교육부가 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학교비정규직 관련 총괄조직인 교육공무근로지원팀을 없앤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에서 돌봄·복지의 역할이 확대되며 교육공무직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노정 간 대화채널은 사라지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는 쪼그라든 상황이다.

주요 의사 결정에서 교육공무직이 배제될수록 비정규직 노조는 대화보다 투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교사와 교육공무직 간 갈등은 심화되고 그 피해는 학생·학부모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 교육공무직을 학교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정책협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교육 분야 실무협의회, 흐지부지 끝나
교육부 올 초 교육공무근로지원팀 폐지

 

3일 <매일노동뉴스>가 공무직위의 ‘교육분야 실무협의회 정리문’ 초안을 입수해 살펴보니,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나 교육훈련 등 인사관리와 관련한 권고안이 전문가 공익위원 의견서 형태로 정리문에 포함될 예정이다. 임금체계 권고안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반영해 노사공동 협의기구를 설치해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근로환경 실태조사 및 시장임금 조사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 마련도 포함됐다. 인사관리 권고안에는 교육공무직 교육훈련 기본계획을 매년 수립하라는 것을 비롯해 △직종별 교육훈련 체계 정비 △근로자 유형별·직종별 교육훈련 형평성 제고 △조직 내 소통 활성화 제고 등이 담겼다. 권고문은 미세한 문구 조정을 거쳐 시·도교육감에게 이번주 개별적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노조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공무직위원회의 공무직 발전협의회 산하 교육분야 실무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최종 회의에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간 쟁점 사항이 아니었던 교육훈련 등 인사관리에 대해서도 정부측 위원이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협의회는 2020년 10월28일 1차 회의 이후 약 30개월간 활동을 이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종료됐다.

교육부가 학교비정규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없앤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 1월1일자로 전면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기획조정실 산하에 있던 교육공무근로지원팀을 교육자치협력안전국 산하 교육자치협력과로 흡수시켰다. 교육자치협력과는 교육공무직뿐만 아니라 교원단체와 공무원 노조 관련 업무도 포괄적으로 맡고 있다. 교육공무근로지원팀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시절 2019년 6월19일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업무를 총괄할 조직으로 만들었고 인력도 증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시·도교육청 협력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자치협력안전국과 교육부 전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이 유리돼 있어서 교육공무직 담당 업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업무 자체를 축소하거나 담당인원을 줄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교육현장 노노갈등 심화, 교육당국은 ‘방관’

 

교육공무직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중앙 차원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단위에서도 교육공무직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 학교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법적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돼 교육공무직 참여가 보장돼 있지 않다. 박정호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은 “노사협의회는 제대로 꾸려져 있지 않고, 유일하게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교육공무직이 참여하는 기구로) 굴러가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라고 전했다. 박 실장은 “모든 의사결정이나 의견수렴 과정이 교섭장 안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첨예하게 부딪히고 갈등 상황이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도 “정책이 발표되면 노조에서 이를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해 이후에 협의가 이뤄지는 사후약방문식 패턴이 굳어졌다”며 “정책이 수정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직 노사 갈등 또는 노정 갈등은 교육현장의 노노갈등으로 이어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학교 현장에서 교직원 간 갈등 실태와 정책 개입 방향’ 보고서를 내고 교육공무직 2천28명과 교사 562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무직·공무원·교사 등 교직원 간 관계가 갈등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은 교사 집단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 3년간 학교 현장 공무직·공무원·교사 관계의 변화 정도 인식’을 물어본 결과 교사는 “갈등적으로 변했다”고 답한 경우가 53.7%로 절반 이상이었다. 공무직의 경우 “별다른 변화 없다”가 35.1%로 가장 많았고, “조금 협력적으로 변했다”가 25.8%로 뒤를 이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전승혁(39)씨는 <매일노동뉴스>에 “교사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에 허덕이는 상태에서 공무직과 업무분장을 두고 문제가 발생하니까 갈등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업무분장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고 뒷짐을 지고 노노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씨는 “전시성 행사나 교사에게 부과하지 말아야 할 행정적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며 “업무총량부터 줄여야 하고 교육청이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 법제화 핵심은
교육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이 심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학교에 상담이나 돌봄 등 복지 영역이 넓어졌는데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정규수업, 방과후수업, 돌봄교실이 학교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각각의 영역으로 분절화돼 있다”고 답답해 했다. 박 대표는 “양육자 입장에서 시간만 때우는 방식이 아니라 질 높은 돌봄이 제공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무엇보다 공무직 처우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운동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기존 정규직과의 긴장이나 갈등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대한 사회적 지지 같은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뚫고 나가야 하는데 교육공무직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운동이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 틀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터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공무직의 노동조건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교육부, 교육청, 교사단체와 비정규직 노조뿐만 아니라 학부모단체도 함께 참여하는 논의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정화 교수는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적 차별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원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교육공무직 법제화의 핵심은 ‘교원 등’으로 교육공무직이 표현되는 게 아니라 공식적인 구성원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 협의나 참여의 창구도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어고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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