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명이 급식 1200분 만들어도 한달 186만원 벌어”

프로젝트

 

학교 비정규직 3만명 총파업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로 이루어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 소속 노조원 등이 31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손팻말을 들고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로 이루어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 소속 노조원 등이 31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손팻말을 들고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저는 13년째 급식실에서 근무 중이며 2022년 8월8일 폐암 판정을 받고 회복 중입니다. 지금도 (급식실에서) 2시간 동안 두 세 명이 1200인분을 조리해야 합니다. 신입을 채용해도 반 이상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도망가고 남은 인력이 쉬지도 못하고 일합니다. 안전한,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어주세요.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까.”

 

 

급식 조리사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13년 차 급식 노동자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31일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가 연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총파업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학비노조의 상징이 된 분홍색 조끼를 입고 동료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이날 학교에서 급식·돌봄·방과후 학습 등을 맡는 전국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 3만여명(학비연대 집계, 교육청 집계 2만3516명)이 파업하고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용자인 교육부·시도교육감과 지난해 9월부터 집단 임금 교섭을 벌였지만 새 학기에 이른 3월까지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7년부터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전국 단위의 집단 교섭을 벌여 직종별 동등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결정한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3293개 학교(급식 대상 학교의 25.9%)의 급식실이 운영되지 않아 빵·우유 또는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돌봄 교실이 운영되지 않은 학교는 150곳(돌봄 교실 운영학교의 2.5%)이다. 총파업대회에서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걱정과 우려가 많으시겠지만 우리들은 정당한 총파업을 잘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총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 △임금체계 개편 △급식실 폐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공무원과 복리후생비 차별 해소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차별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5천만원, 1억원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 갓 넘는 우리 임금을 정규직의 70~80% 수준이라도 달라는 요구일 뿐”이라고 외쳤다. 급식 조리사 등의 기본급은 186만8천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올해 교육 공무직 기본급 인상률은 직종에 따라 2% 수준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응원하는 글귀를 적어 게시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경기도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응원하는 글귀를 적어 게시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학비노조는 기본급 인상에서 나아가 직종별 기본급과 근속 수당이 ‘주먹구구식’으로 구성된 것에 반발하며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등을 실현할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수현 학비노조 인천지부장은 “지긋지긋한 저임금의 차별을 무너뜨리고자 노동조합으로 뭉쳐 학교 현장을 멈췄다”며 “생색내기용 임금교섭이 아니라 저임금 차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급식 노동자의 폐암 문제 관련 당국이 손 놓고 있는 현실에 분노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반겼던 바삭한 튀김과 볶음밥이 급식 노동자의 건강과 맞바꾼 것이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부끄럽다.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와 전문가 분석 등을 보면 급식 조리 노동자의 폐암 발생률은 50대 후반을 기준으로 4.9배~16.4배까지 높다.

 

 

정부는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대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2022년 집단 임금교섭 타결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학교 급식실 조리 환경 개선 등 급식종사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86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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