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 환장의 1시 땡

프로젝트

나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a.k.a. 두리 엄마다. 두 번째 방학을 맞았다. 지난 여름방학 두리를 돌봄교실에 보낸 첫날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식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 두리 데리러 안 오시나요?”, “네~에?!” 돌봄 선생님 말씀이, 방학 중 돌봄교실은 낮 1시까지만 운영한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게 1시 15분쯤이었다. 당황스러움에 죄송함까지 진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부리나케 달려갔다. ‘방학 동안 어떡하지?’ 머리가 하얘졌다. 가정통신문을 확인하니 역시나 방학 돌봄은 13시까지라고 공지가 돼 있었다. 내가 제대로 읽지도 않고 돌봄 신청서를 제출했던 거였다.

 

[오늘을 생각한다]환장의 1시 땡

 

서울은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오후 5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했는데, 1시라니! 사실 5시도 말이 안 된다. 4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대체 무슨 근거로 5시에 하교하라는 것일까? 맞벌이 가정만 이용하도록 제한해 놓고 5시 땡이라니 앞뒤가 상당히 안 맞지만, 그것도 감지덕지다. 4~5시에 학교에서 학원버스를 타고 하교한 다음, 한두 시간 후에 학원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거나 학부모가 퇴근길에 학원으로 데리러 가면 되니까. 그런데 1시는 정말 답이 없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아동센터(소득 기준도 충족해야 함)는 도보로 1시간 40분 거리, 공익활동가 봉급에 학원 3개 뺑뺑이는 언감생심이다. 주 30시간 재택근무자라서 생계에 지장은 없지만, 업무에 지장이 크다. 게다가 두리의 전두엽은 지장이 막대하다. 넷플릭스, 유튜브, 포켓몬고…. 그래서 두리는 집이 점점 좋아진단다. ‘엄마랑 집에 있는 게 좋다’라고 말하지만 ‘휴대전화랑 있고 싶다’라는 뜻. 휴대전화를 쥐여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나는 오늘도 울며 겨자를 먹는다.

서울은 2022년 7월부터 학기 중, 방학 구분 없이 저녁 7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저녁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프로그램도 부실하기 때문에 7시까지 이용하는 학생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나마 3학년부터는 이용할 수 없으니 학년 제한 없는 다함께돌봄센터(다돌)가 급부상 중이다. 내가 있는 제주에는 단 세 곳(읍·면엔 전무)뿐이고, 서울에는 237곳이 있으니 일단 집 근처에 다돌이 생긴다는 자체가 로또급 행운이다. 그래서인지 2월 1일 0시 22분에 정치하는엄마들 텔레그램방에 ‘웃픈’ 소식이 전해졌다. 0시 정각에 열린 서울시 다돌 신청 서버가 마비됐다는 거였다. 3학년이 되는 첫째에게는 다돌이 유일한 희망이라 했던 한 엄마가 발을 동동 구른다. 이렇게 또 한 여성이 고용단절의 기로에 선다. 오도 가도 못 하는 그의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엄마를 해고하는 사회, 엄마만 해고하는 사회,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든 이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댔지, 바쁘다는 핑계로 대책 없이 겨울방학을 맞았다. 이번이 마지막 1시 땡이라고 두리 엄마는 각오를 다진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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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3020311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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