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동기본법 릴레이 기고 ②차별 받지 않을 권리] 미성숙하면 차별·배제 당연한가요…엄연한 사회구성원 대우·존중해야

[아동기본법 릴레이 기고 ②차별 받지 않을 권리]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등 어린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제재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등 어린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제재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왜냐면] 권예빈 | 충남 금산군 별무리고등학교 3학년

 

 

수많은 국제협약 중 가장 많은 나라가 가입한 협약은 무엇일까? 196개 국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18세 미만 아동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1989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는데, 우리나라도 1991년 비준해 협약 당사국이 됐다.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 3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아동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아동과 청소년들이 더욱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9월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잘 지켜지고 있는 응답은 31.2%로 여가권(26.2%)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설문에서 아이들은 “어린이도 어른과 똑같은 사람이므로 차별해서는 안 돼요”, “어린이를 깔보는 어투를 제재하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아동차별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을 들 수 있다. 업주들로서는 아이들과 관련한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노키즈존을 내걸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과 부모 처지에서 노키즈존은 차별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주취자는 만취한 상태로 주변에 큰 민폐를 끼칠 수 있지만 ‘노주취자존'이라는 것은 없다. 노키즈존이 엄연한 사회구성원을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3년 채택한 일반논평 17호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동체나 공원, 쇼핑몰 등에 아동의 출입제한 조치로 아동이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아동은 사회적 배제, 편견 또는 차별로부터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아동이거나 아동이었다. 모두가 한때는 누군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누군가에는 존재만으로도 큰 기쁨이었기에 양육 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아동을 단순히 시끄럽고 말썽을 피우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부모 또한 아이 교육에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내 자녀로 인해 다른 사람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어린이'라는 말은 방정환 선생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던 아동들을 존중하기 위해 1920년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의 의견에 동의해 어린이라는 말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후 1922년 어린이날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엔이 12월14일을 ‘세계 어린이날'로 제정한 1954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1989년보다 훨씬 앞선 일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아동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식하기 전부터 어린이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고 했던 깨어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변질해 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현재 일상에서 어떤 일에 있어 초보자이거나 미숙한 사람들을 ‘○린이’라고 부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조차 ‘○린이’를 사용해 캠페인을 벌이다 여론의 비판을 받고 캠페인을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없어지기는커녕 방송이나 광고와 같은 공적인 장에서 여전히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잼민이, 급식충, 민식이 놀이 등 아동을 비하하거나 미숙하게 보는 용어 사용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5월 ‘○린이’라는 표현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됨으로써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아동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방송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정도다. 사람들이 쓰는 언어에는 그 시대 사람들 인식이 녹아들어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아동은 미숙하고 뭔가 서투른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아동은 어른들보다 한세대, 두세대 새로운 사람들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 받고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격으로 존중받고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어른과 아동은 함께 사회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인 만큼, 아동과 어른 사이 관계는 상호 이해와 존중이기를 소망한다.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존재 자체로 존중해줬으면 한다. 이러한 생각이 아동기본법에도 반드시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한겨레 아동기본법 릴레이 기고 ②차별 받지 않을 권리]

    권예빈  | 충남 금산군 별무리고등학교 3학년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73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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