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곁 프로젝트>

프로젝트

10.29이태원 참사 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와 한겨레가 공동기획으로 생존자분들의 안부를 묻고, 연결 가능한 방법을 알리는 <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동안 총5회 기고가 진행 될 예정입니다. 첫번째 기고는 세월호 형제자매 박보나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안녕하신가요’ 인사조차 조심스러운 이태원 생존자들께

 

[이태원 생존자들]
위로와 연대의 편지① 4·16이 10·29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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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연대의 편지를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기획으로 희생자 가족, 생존자, 목격자와 구조자들이 함께 10월29일과 그 후 이야기 나누는 자리도 마련합니다. 재난을 먼저 겪은 이들과 인권·재난전문가들이 곁이 되겠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줄 생존자, 구조자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채널(10.29이태원참사피해자권리위원회), 전자우편([email protected]), 유선전화(02-72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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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안녕이라는 말도, 잘 지내시냐는 말도 쓸 수가 없어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어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의 첫째 누나 박보나입니다.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몸은 괜찮으신지, 식사는 조금씩 하고 계시는지, 연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들과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혹시라도 외롭지 않으실지 혹은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나 힘드실지, 얼마나 아프실지 저는 짐작조차 못할 것 같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그날을 저도 잊지 못합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희생자분들, 생존자분들의 물건이 치워지던 날에 이태원역에 다녀왔습니다. 시민들이 쓴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희생된 분들을 그리워하며 적은 편지들과 희생된 분들의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국화꽃과 편지를 전하며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여러분들 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한참 동안 머물다 가더군요.

 

참사 당일,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나 사람들의 2차 가해가 세월호 참사 이후 저희가 겪었던 일들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는 우리 같은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행동했지만 결국 다시 많은 분이 희생되시고 다치고 고통받으시는 모습을 보며 더 잘했더라면 하는 죄스러운 마음에 이 편지를 쓰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얼마나 힘드셨나요. 안심하고 말할 곳이 없어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드셨지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말을 제대로 들어줄 사람들, 사회가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셨겠지요.

 

여러분 탓이 아니라는 것 늘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날 이태원에 놀러 가서 부상하고,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날 그곳에 갔다고 해서 이런 일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세월호 비방글 모니터링을 했었습니다. 한동안 길을 지나면서도 사람들이 두려워지는 때도 있었습니다. 세월호의 ‘세’자만 들어도 몸이 경직되고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지 걱정되고 힘들어서 외출하면 늘 이어폰을 끼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들과 세월호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해주시던 분들을 보며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작은 액정 속 수많은 비방 댓글들만 보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이 마음 아파하고 있고, 곁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많은 힘을 얻었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고, 유가족 형제자매들과 모임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사이가 되면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아는 존재, 힘들게 버티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형제자매들과 국내외로 다른 재난참사, 역사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Victim blaming(피해자 비난)’이라는 학술용어가 있을 만큼 다른 나라의 재난참사 피해자들도, 홀로코스트 피해자조차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비난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떼쓰는 피해자가 아니라 실은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알 권리, 살아나올 수 있도록 구조받을 권리,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을 지킬 권리, 시신 인도 과정을 존중받을 권리, 장례 절차를 포함해 추모와 애도에 대한 조력을 받을 권리, 피해자들이 모이고 말할 권리, 진실에 대한 권리, 의문과 질문을 멈추지 않을 권리, 기록과 정보에 접근할 권리, 진상규명 절차와 제도에 참여할 권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 책임 있는 사과를 받을 권리, 정당한 배보상을 요구하는 권리, 재발방지 보장을 요구할 권리도, 체계적이고 충분한 지원에 대한 권리, 사회적 기억과 추모에 대한 권리 등 다양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요. 구조 및 지원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 다양한 피해를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들은 당당하게 다니는데 피해자들만 위축되고 움츠러들고 죄인인 것처럼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야 하느냐고 형제자매들과 하소연을 하며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고, 당당한 피해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피해자 상에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기로 선택했고 어렵더라도 그 틀 자체를 없애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요.

 

형제자매들과 그날 이후로 두렵기만 하던 카메라를 들고 찍은 사진들을 모아 “피해자다움”에 대한 사진 전시를 열었습니다. 꼭 카메라 앞에 서서, 무대에 서서 발언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마음, 고통, 슬픔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저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 노력하겠습니다. 그저 당신의 고통을 존중하려 노력하겠습니다. 저처럼 당신을 이해하려고 존중하고자 하는 사람들, 옆에서 뒤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159명*의 명복을 빕니다. 한 분 한 분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겠습니다.

 

2022년 10월 29일의 그날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어제도, 오늘 하루도 잘 견뎌내 주셔서, 살아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박보나씨. <한겨레> 자료사진

 

2022년 12월25일

 

4.16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단원고 2학년5반)군의 누나 박보나 드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에 친구를 잃고 홀로 생존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를 포함했습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한겨레] ‘안녕하신가요’ 인사조차 조심스러운 이태원 생존자들께 

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73115.html#ace04ou


 

생존자, 목격자 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곁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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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 https://t.me/itaewondisaster/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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