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초등전일제학교, 실무자와 학부모는 이렇게 바란다

프로젝트

초등전일제학교, 실무자와 학부모는 이렇게 바란다

초등전일제학교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 정부, 현장실무자 의견 반영 없어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학부모, 방과후강사, 돌봄전담사 1만 설문조사
아이, 학부모, 돌봄담당이 모두 행복한 전일제학교 요구안 제시

 

초등전일제학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초등전일제학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가책임제 강화 교육격차 해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정부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초등전일제학교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8월 9일 발표했다. 올해 초등전일제학교 모델 마련, 23년 시범 운영 후 24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동 돌봄 공백을 메울 정책 도입은 분명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그러나 일선의 우려도 크다고 서비스연맹은 전한다. 윤 정부의 명확한 ‘반노동, 친자본, 민영화’ 기조, 현장 의견 반영 없는 정책 추진으로 초등전일제학교가 취지를 살려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교육부의 전일제학교 운영 계획에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개설, 초등돌봄 오후 8시까지 단계적 확대,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확장을 가능하게 할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은 계획이다. 게다가 이를 진행할 전담부서도 없어 책임 있게 정책이 진행될지도 의문이 크다고 설명했다.

 

초등전일제학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초등전일제학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에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은 국민입법센터와 협업해 10월 11일 ~ 21일 동안 학부모, 방과후강사, 돌봄전담사 1만 30명을 대상으로 초등전일제학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전일제학교에 대한 요구안을 정리해 11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이 있었다.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초등전일제학교 도입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긍정적이었다. 제도 운영 주체는 교육당국이 돼야 한다는 데 학부모 77%, 돌봄전담사/방과후강사 97%가 동의했다. 

전일제학교 참여 방식은 전학년을 대상으로 지원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선택형을 가장 선호했다(50.9%). 운영비용은 교육재정 부담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86.8%). 전일제학교 운영 시간은 오후 5시까지가 가장 적합하며(57.5%), 방학 중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학부모도 많았다(49.2%). 

또 초등전일제학교 운영인력에 필요한 조건으로 자격기준 마련, 전일제 일자리, 적정임금 보장, 교육청 직접 선발, 교육훈련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수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독단적인 정부의 전일제학교 계획 수립을 비판하고 있다.

김수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독단적인 정부의 전일제학교 계획 수립을 비판하고 있다.

 

김수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기조발언을 맡아 초등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의 의견 반영이 없는 정부 계획을 비판했다. 그는 “정작 돌봄을 담당할 현장 실무자에게는 만나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며 이대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돌봄교실 오후 8시까지 확장 운영 발표 역시 아동 정서교육, 안전 등 현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대로 정부 계획을 추진할 경우 “실무자는 업무 폭탄을, 학교 내 구성원 간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초등돌봄전담사의 돌봄전담화, 전일제학교 운영 행정전담기구 신설로 학교구성원 업무를 명확히 분담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전일제학교 정책을 세우기를 촉구했다.

 

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가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주체가 되어 실무자 처우를 개선하라 촉구하고 있다.

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가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주체가 되어 실무자 처우를 개선하라 촉구하고 있다.

 

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는 양육자이자 활동가로서 초등전일제학교에 대한 수요, 실태 조사가 절실히 필요했다며 조사를 진행한 서비스연맹 정책원에 감사를 표했다. 또 전일제학교 정책 추진의 책임 주체가 확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돌봄기관은 초등돌봄교실이라는 점이 이번 설문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신뢰에 부응하는 책임 주체는 교육당국, 즉 교육청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시간만 늘린 전일제학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교장 재량에 따라 제각각인 돌봄교실 현실을 비판했다. 또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에게 강요되는 시간쪼개기 일자리, 고용불안 문제도 짚었다. “돌봄은 사람과 사람이 이루는 것”임을 강조하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박지은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방과후수업이 “아동들에게 학원 셔틀버스 뺑뺑이에 시달리지 않고 학교에서 안전한 돌봄,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그 의의를 짚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민영화 추진, 업체 위탁 행태를 보면 “(전일제학교 확대를 핑계로) 강사 고용 안정이 아닌 업체 배불리기를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방과후수업 기획부터 재료 공급, 수업 진행 등 전반 업무를 수행하는 방과후강사에 대한 당국의 입장도 비판했다. 교육청은 “학부모가 돈 내니 너희(방과후강사)의 주인은 학부모다”라며 방과후강사가 특수고용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방과후강사의 수업기간, 시수, 수업 장소는 모두 학교다. 교육부도 방과후강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교육청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은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이중적인 교육청의 방과후강사 대우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박지은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이중적인 교육청의 방과후강사 대우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너희가 받는 교육은 방과후강사들을 착취해서 만든 거라고 아이들에게 솔직히 말하든지, 그럴 수 없다면 책임지고 노동현장 문제를 해결하라!”며 교육청을 강력 규탄했다.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복도의 유령처럼 살아온 방과후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강사 신분 법제화를 촉구했다. 

마지막 순서로 오정민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조합원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있었다. 기자회견문에는 ▲추첨제가 아닌 원하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초등전일제학교 ▲초등돌봄전담사, 방과후학교강사에게 질좋은 일자리 보장 ▲전일제학교 운영 행정 전담기구 신설 ▲교육청의 전일제학교 직접 운영 요구가 담겼다.

당일 부산교육청 앞에서도 전일제학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서비스연맹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부모단체와 연대하며 아이, 학부모, 노동자가 모두 행복한 전일제학교 추진을 꾸준히 촉구할 예정이다. 

 

박민아 대표가 교육당국의 전일제학교 운영을 촉구하는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박민아 대표가 교육당국의 전일제학교 운영을 촉구하는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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