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동칼럼] ❝또또또또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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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또또또또 대란

2022.11.08 03:00 입력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0년에는 폐지 수거 대란이었다가 지난해에는 폐지 수급 대란이었다가 최근 다시 수거 대란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쓰레기 정책을 보면, 이건 정권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환경부가 문제다. 규제부처는 규제부터 해야 하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진흥부처 시늉이다. 환경부는 4대강 죽이기 사업에서 이미 ‘국토부 똘마니’ 이미지를 굳혔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 혈세와 국토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죽이는 데 환경부가 충직한 사냥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보라.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무·배추도 마찬가지다. 올 한 해 동안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국립 부경대 연구팀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걸 보면 환경부는 똘마니 역할이 꽤 만족스러운가 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개발도상 단계에서는 당연히 진흥부처의 역할이 강조되고 잘 나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환경부가 진흥부처의 ‘따까리’ 노릇을 해선 안 될 일이다. 진흥과 규제의 목적은 같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그것이다. 규제 없는 진흥은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산업과 기업만을 위한 진흥이 되어 결국 국민의 삶을 해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밟아 온 전철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지위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총 195개 가입국 중 32개 선진국 그룹에 들어섰으며, 그룹 A에서 그룹 B로 이동한 사례는 1964년 UNCTAD의 설립 57년 만에 대한민국이 최초라고 한다. 미쳐 날뛰는 진흥의 고삐를 풀어 줄 이유와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제 규제부처가 잘 나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2018년 3월의 쓰레기 대란을 기억할 것이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국제적으로 폐지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단독주택과 달리 공공주택(아파트)에서 배출하는 재활용품은 대부분 민간 재활용 업체가 계약을 통해 독점 수거한다. 플라스틱, 비닐, 유리병, 캔 등 각종 재활용품 중에 가장 수익성이 좋은 품목이 폐지며, 비닐이나 혼합플라스틱은 수거·선별 비용이 판매가격에 못 미치는 적자 품목이다. 하지만 특정 품목이 아닌 아파트 단지별로 수거 계약을 맺으므로 폐비닐·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나머지 흑자로 상쇄하는 셈이다. 근데 폐지 수거마저 적자 상황이 되니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예고된 건 2017년 7월이었고, 당시에도 환경부가 9개월간 별 조치나 대책 없이 피해를 가중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을 겪고도 환경부는 손놓고 있다가, 2020월 2월 서울 지역 재활용수거업체들이 폐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수거 거부를 예고하자 ‘수거 거부 시 공공 수거 체계에 편입시키고, 해당 업체에 영업정지·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장에 대란을 막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민간 재활용 업체나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조치다. 이와 더불어 종이류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밝혔는데, 2018년 쓰레기 대란 직후 추진했으면 좋았을 텐데 ‘또 대란’이 임박하니까 황급히 EPR 카드를 던진 것이다. 폐지 발생 자체를 줄이는 종이류 EPR 도입에 기대가 컸는데, 환경부가 ‘또 환경부’ 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종이 포장재 수요가 급증하고 폐지 가격이 상승했고 지난해 2월에는 폐지를 웃돈 주고 사는 상황이 벌어지니, 환경부의 종이류 EPR 추진은 슬그머니 중단됐다. 그래서 우리는 ‘또또또또’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종이 수요 감소에 따른 폐지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고 한다.

 

지난 1일 환경부는 오는 24일 시행되는 일회용품 제한 조치(식당의 나무젓가락·물티슈, 편의점의 비닐봉지 등)의 과태료 부과를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공포되고 나서 1년 내내 손놓고 있다가, 갑자기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환경부를 이제 ‘황당부’라고 부르고 싶다. 황당부는 지난 6월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12월로 유예하더니, 9월에는 갑자기 세종·제주 지역에서만 시행한다고 통보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과태료도 유예하겠다고 발표해도 이제 놀랄 사람도 거의 없다. 지금은 일회용품 사용에서 오는 편리함보다 불편과 피해가 더 커진 시대다. 전국의 자원순환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쓰레기 수거 대책도 없고 쓰레기 발생을 줄일 생각도 없는 환경부와 싸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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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1080300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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