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투명장벽의 도시②> | 놀면서 자라는 도서관, 여기는 라이브러리 티티섬

투명장벽의 도시②

놀면서 자라는 도서관, 여기는 라이브러리 티티섬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 어린이 작업실 ‘모야’에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 어린이 작업실 ‘모야’에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도전을 많이 하게 됐어요. 목공도 해보고, 배낭도 만들어 보고, 사다리 타기도 해봤어요. 앞으로도 많은 것을 해보게 될 것 같아요.”

성남중앙초 6학년 조안(12)이에게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삶에 ‘도전’의 뜻을 알려준 공간이다. 지난해 8월 성남 중원구에서 문을 연 티티섬은 12~16세(트윈세대)와 17~19세(틴)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놀이터인 곳”이라는 조안이의 말처럼 티티섬은 ‘실내 정숙’과는 거리가 멀다. 9층에서 12층 절반까지 3.5개층을 쓰는 도서관은 개관 시간 내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중원구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지난달 23일도 티티섬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붐볐다. ‘용자’라 불리는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한다. 9층의 널따란 모두라운지에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3D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춘 10층 티티랩에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드럼을 치거나 음악을 작곡해 녹음할 수도 있다. 그림 붓을 씻을 수 있는 화장실에는 어느 ‘빡친’ 용자가 빨간 잉크로 “끝나고 붓 좀 닦아!”라는 쓴 메모가 붙어 있다. 책들은 표준 분류법을 따르는 대신 공간의 특성에 맞게 경험이 촉진될 수 있도록 목공이면 목공, 요리면 요리 등 주제별로 정리돼있다.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티티랩. 3D 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췄다./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티티랩. 3D 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췄다./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티티랩. 3D 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췄다./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티티랩. 3D 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췄다./성동훈 기자

“원래는 학교 끝나면 그냥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집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볼 때가 많았고요. 티티섬에서는 친구들이랑 놀아요. 친구랑 하루에 1~2시간 노는 게 다였는데, 지금은 5시간은 노는 것 같아요.”

성남중앙초 6학년 재훈이는 티티섬에서 ‘목공’에서 자기의 적성을 발견했다. 티티랩에서 칼을 만들어 전시하면 뿌듯한 기분이 오래 남는다. 모터에 젓가락을 달아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모두 재훈이 스스로 해낸 일이다. 티티섬 게시판에는 워크숍 개최 소식을 알리는 용자들의 구인 공고들로 가득하다. 지난번 조안이가 참여한 ‘생존배낭 만들기’ 워크숍처럼 모든 행사와 모임은 용자들이 직접 꾸리고 운영한다.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용자’들이 서로 플레이리스트 공유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용자’들이 서로 플레이리스트 공유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용자’들은 이곳에서 최신 장비를 활용해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는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성동훈 기자

경기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용자’들은 이곳에서 최신 장비를 활용해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는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성동훈 기자

‘영자’라 불리는 12명의 운영자들은 전문 지식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용자들을 돕지만, 여기엔 어떤 지시도 교육도 없다. 매일 티티섬을 방문하는 120~200명의 용자들 중에는 12세 이하 어린이들도 15% 가량 된다. 몇몇 트윈·틴 전용공간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이들도 별 어려움 없이, 티티섬의 자유와 재미를 만끽한다.

스마트폰 속 좁은 공간에 갇혔던 아이들의 세계는 티티섬에서 다시 펼쳐진다. 티티섬이 여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매일 방문도장을 찍는 예은(9)이는 “티티섬에 안올 때는 집에서 스마트폰을 봐요. 친구를 만날 수 없으니까요”라고 했다. 친구와 공간이 모두 있는 티티섬에서는 스마트폰을 볼 이유가 없다. 성남중앙초 6학년 윤아(12)는 “스마트폰만 계속하면 심심하다”면서 “티티섬에서는 친구가 없던 아이도 친구를 만들 수 있으니 심심할 새가 없다”고 말했다. 윤아는 학교를 마친 뒤 학원에 가기 전 1시간30분 정도 짬을 내서 티티섬에 매일 들린다. 윤아는 매일 같이 “뭐야 벌써 3시30분이야!” 외치며 티티섬에서 학원으로 달려가는 탓에 “달리기 실력이 늘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하는 어린이 ‘용자’들. /성동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성동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성동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초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 등 9개 학교 5600여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곳에 티티섬이 위치해 있다. /성동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라이브러리 티티섬 내부. 초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 등 9개 학교 5600여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곳에 티티섬이 위치해 있다. /성동훈 기자

티티섬은 보기 드문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2018년부터 트윈세대를 위해 도서관 내에 전용 공간을 설치하는 사업을 지속해왔던 도서문화재단씨앗이 지난해 설립, 운영하고 있다. 조은정 관장은 “초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 등 9개 학교 5600여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곳에 티티섬이 위치해 있다”면서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는 일상에서 짬짬이 쉽게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조 관장은 “지식의 격차는 성인이 돼서 따라갈 수 있지만 경험의 격차는 따라가기 어렵다”면서 “경제적·사회적 격차와 상관 없이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다양한 사람과 경험을 만나는 공공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자 김지혜]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010151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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