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대응팀 활동공유] 관련기사② “아동학대 피해자의 증언, 아이의 말이라고 듣지 않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동학대대응팀 활동공유]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 학대 피해 아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강제급식으로 인한 피해로 아동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수사는 부진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관련기사②>
“아동학대 피해자의 증언, 아이의 말이라고 듣지 않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인정받지 못한 아동의 증언] ②김희진 변호사 인터뷰 下편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연일 아동학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이 형사절차상 참고인이나 증인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동이기 때문에 증언이 인정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146조에는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어, 아동의 증언이라도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아동의 증언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부모와 해당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수민 양은 일관되고 반복된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유치원 원장선생님과 교사의 이야기에만 비중을 두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대처하지 않는다. 요즘은 아이의 진술이 의심스러워도, 아동의 시각에서 민감하게 대처하는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수민 양의 진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김희진 변호사)
보건복지부의 ‘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사례인 3만 905건 중 학대행위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 등의 사건처리 조치를 취한 것은 1만 1209건으로 36.2%다. 고소·고발이 진행된 경우는 1만 455건으로 93.3%인데 반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분이 행해진 경우는 754건인 6.7%이다.
이런 결과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분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에 대해 아동인권옹호전문가(CRA)과정을 거치고 사단법인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으로 역임했던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증거확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시 동작구에서 만난 김희진 변호사와 기자는 “아이가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아요” 기사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눴다. 김 변호사는 수민 양의 사례와 더불어 아동학대 증언이 왜 인정되지 않는지,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부모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 “반복된 아동의 진술은 꼭 참고해야”
모든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의 증언은 핵심파악 요소지만, 아동은 ‘아동이기 때문에’ 증언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는 “아동의 증언이 진술로 인정되기 위해선 여러가지 사정이 검토돼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아동은 연령, 발달 특성도 다 다르고 가정환경, 기질적인 성향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여러가지 사정이 종합적으로 판단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아동전문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동이 기관에서 학대를 받으면, 보통은 보호자가 제일 먼저 알게 된다. 그럴 경우 보호자의 첫 대처가 중요하다. 아이의 발언을 인지하고,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10세 미만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혼재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그랬어? 어떤 상황이야?’라고 특정 상황을 암시하는 말을 들으면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아동의 특성을 전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아동의 ‘증언’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아동의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증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증언이 절대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유치원 원아들은 유도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동의 진술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맞다. 수민 양의 어머니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사건의 해결 주체가 아동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한 것인데, 이런 공무원의 태도는 문제점이 많다.”
◇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때, 아동에게 잘 설명해 줘야”
수민 양의 경우, 부모·교사·친구등의 주위 사람들에게 ‘당시’ 겪었던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를 당한 아동들은 보편적으로 어떤 반응일까.
이 물음에 전형적인 대답은 어렵다는게 김 변호사의 대답. 김 변호사는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반응은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르다. 아동은 최초 진술을 한 후에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동에 따라선 진술 자체를 거부해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확실한 건 아동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상황이 흔하진 않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아이에게 학대 정황이 의심될 때 보호자의 대처 방안에 대한 조언을 했다.
김 변호사는 “아동이 학대받은 것 같을 땐 바로 신고하는 것보다는 원 관계자나 주변 보호자들에게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 뒤,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아동에게 ‘이걸 왜 하는지, 엄마에게 말한 것보다 편하게 말하면 된다’고 설명해줘야 한다. 적지 않은 경우, 아동은 사건에 대해 갑자기 말을 하라고 하니 얼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동이 학대 피해를 겪으면, 보호자는 그보다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보호자는 죄책감과 분노를 겪는데, 그 순간에도 보호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 “아이의 증언을 듣지 않는 것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
아동기 부정적 경험은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는 성인이 된 후 갑자기 트라우마가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도, 제대로 된 보호나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아동에게 발언을 적게 주는 환경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아동·청소년들은 외상적 영향을 표출하는 것을 꺼린다”며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 아동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표정을 하는지 듣고 기록해야한다. 특히 배타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되고 편안한 환경에서 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아이의 증언을 듣지 않는건 가장 큰 문제의 시작이다. 대부분 3, 4세 아이라고 하더라도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아서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서 증언을 하는 과정 중 아동이 겪는 2차 가해도 염려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본인이 겪은 사건을 발언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진술을 계속 하도록 하는 것은 사법절차에서 지향돼야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아동이 계속 기관을 다닐 수밖에 없어서, 아동의 보호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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