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차별금지법 있는나라 만들기 유세단] 서이슬활동가 발언문

안녕하세요. 역곡에 사는 부천시민입니다. 
제게는 8년 여의 해외생활 경험이 있습니다. 해외에 살땐, 집밖에 나가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모국에 돌아온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입니다. 그럼 더 편해야 할텐데, 이상하게도 그게 그리 편치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만나본 경험이 한국에선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 해외에 살 땐 매일 겪었던 일입니다. 버스를 타면 적어도 꼭 한 번은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 탑승했고, 그 때마다 승객들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접이식 의자를 접어 올려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간 공공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 아동/청소년을 만나본 경험이 한국에선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 해외에 살 땐 이 역시 자주 겪었던 일입니다. 
그뿐인가요. 그곳에 살며 친해진 한 친구는 어느 가을날, 동성의 파트너와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고, 이웃 할머니의 손주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앞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달라고 청했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난 저의 아이는, 선천성 희소질환을 갖고 태어나 특이한 생김새를 갖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도서관에서 만나는 발달장애 청소년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장애 여성을 보면서, 동네에서 만나는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몸과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자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걸 자연스레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연스러운 배움의 경험들이, 한국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 
그 현실 속에는 ‘차별하는 우리’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겐 높은 턱, 높은 장벽이 드리워진 공간이 되곤 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 ‘차별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문턱을 높게 만들어 놓고, 그 턱을 넘어올 수 있는 사람만이 그 공간에 들어올 자격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별도의 시설을 따로 만들어 놓고, 이러이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저 별도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평범함’과 ‘정상성’이라는 말을 근거로, 그 말들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 눈 닿지 않는 곳에서 알아서들 살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실이 제게는, 불편하다 못해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을 마주치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저는 점점 더 편협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일상 속에서, 나의 편안함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일 수 있다는 사실은 자꾸 잊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은, 나의 편안한 일상이 누군가의 불편함을 담보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할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나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바꾸어달라’, 하고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대우받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신체조건이 특이해서, 질환이 있어서, 나의 사랑이 국어사전 속 사랑의 정의와 달라서, 이주민이어서, 학력이 낮아서, 가난하고 거주지가 불안정해서 배제되었던 많은 사람들을 일상 속에서 마주칠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이 되고,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조금 더 살 만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부천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