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상금타면 홀리뱅 멤버 부상 치료” 허니제이 발언 훈훈한 미담일까

‘팝업’ “미담 소개 됐지만 오디션 참가자 권리열악 드러낸 역설”
방송사 부상 책임·정부 보호 가이드라인 필요 제기
엠넷 “해당 팀원에 치료비 전달할 것, 다른 팀원엔 일부 지원”

유재석(진행자): “우승상금이 5000만원인가요? 어떻게 쓰실지?”

허니제이: “사실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1회 때 배틀을 하고 다쳤어요. 무릎을 심하게 다쳐서 수술도 하고.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액수더라고요, 들어보니까. 혹시라도 1등해서 상금 타면 꼭 메꿔주자 (했었다).”

일동 및 자막: “아으, 따뜻해.”

지난달 3일 엠넷(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출연자들이 나왔던 토크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이다. 우승팀 홀리뱅이 상금으로 멤버 병원비를 내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며 ‘훈훈한 일화’로 화제가 됐지만, 예술노동자 권리 측면에서 보면 ‘큰일 날 소리’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팝업’은 14일 “(우승상금 치료비 부담 일화는) 미담으로 소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일터(촬영)에서 발생한 부상 치료를 제작자가 아닌 오디션 참가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촬영 중 발생한 부상을 산재가 아닌 개인의 상금을 통해서 해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관행은 오디션 참가자의 권리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3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갈무리.

▲지난달 3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갈무리.

 

일터에서 일하다가 겪는 부상과 사고를 산업재해라 하지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의 촬영 현장은 좀처럼 일터로 여겨지지 않는다. 팝업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카메라가 촬영하는 공간이 일터라고 볼 수 있음에도 공연·노래·춤·연습 등에서 발생한 부상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장면만 훑어봐도 스우파 출연자들은 곳곳에서 각종 부위를 다쳤다. 크루 ‘프라우드먼’의 케이데이는 발목 부상을 당한 뒤 걷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발목 깁스를 하고 무대에 올랐다. ‘원트’의 리더 효진초이도 무릎이 빠지는 부상을 입은 뒤 무대에 올랐다. 스우파 제작진이 무대를 유리 바닥으로 마련한 것을 두고 부상을 입기 쉽고 관절에 무리가 가는 환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부상 장면은 프로그램에서 위기와 감동적인 서사를 연출하는 소재로 쓰였고, 방송 뒤에도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팝업은 산재 문제 외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권리 침해 문제도 방송사와 오디션 분야를 막론하고 이어져왔다고 했다. 미성년자들에게 과도한 연습량을 감당하도록 강요 또는 방치하거나 불합리하게 출연료를 산정하고, ‘군대 내무반’식 합숙 환경을 조성하는 등 권리 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엠넷(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출연자 케이데이 부상 장면 갈무리

▲엠넷(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출연자 케이데이 부상 장면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자 2016년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참가자의 권리 보호 강화’ 조치를 내려 방송사와 출연자 간 계약서에서 불공정 약관 조항 12개 유형을 시정토록 했다. 부당한 편집으로 출연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고, 출연자의 자작곡 저작권을 방송사에 일괄 이전하도록 한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팝업은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시정되지 않았다”며 “2017년 이후 ‘프로듀스 101’과 ‘아이돌 학교’ 폭로 등에서 보듯 출연자들은 여전히 불공정 계약과 산재 사각지대, 노동권 침해의 문제와 더불어 악마의 편집 등 인권침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을 중의 을’의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팝업은 “방송국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위한 공정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며, 지난 프로그램 촬영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선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역시 대중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크루 멤버 부상에 대한 엠넷 입장은 어떨까. 엠넷 홍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스우파 제작진에 문의한 결과 해당 (홀리뱅) 팀원 수술비 등 치료비를 제작비로 별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외 부상당한 멤버들의 치료비에 대해선 “출연진이 요청할 경우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있는 협력 전문병원에서 지원이 가능했고, 스우파 촬영이나 연습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협력 병원에서 진료받은 경우 진료비 일부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팝업은 2018년 말 아동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존중을 위한 방송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린 연대체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세이브더칠드런,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노동인권 노랑,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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