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단독] 정치하는엄마들…‘그알’ 등 고발, “학대 아동 신상 공개는 위법”

프로젝트

 

“<그것이 알고싶다>·아동학대방지협회 신상공개 막아야”

협회 “피해가족 동의 받아 공개…그래야 사회가 변화” 반박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5월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씨가 탄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5월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씨가 탄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학대 사진이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는 것은 어느 수준까지 허용돼야 할까. 언론이나 아동보호단체에서 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한다는 취지로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신상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가운데, 아동보호법에 따라 이같은 정보 공개에 법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 편에서 정인이의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방송에 공개한 제작진을 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또 학대 피해아동의 사진 등을 공개해온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조만간 최근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을 주제로 방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의한 아동학대 피해자 신상공개의 위법성 여부를 고발을 통해 따지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 <그것이 알고싶다>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을 방영하면서 정인이가 생전에 학대를 당했던 사진을 공개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방송 이후 아동학대 방지 운동인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확산되고 시민들이 양부모 재판을 방청하는 등 사회적 반향도 컸다. 당시 이 사건 공론화를 주도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공식 인터넷 카페를 통해 생후 20개월된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며 피해 아동의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하는 등 비슷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고발한 정치하는엄마들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해 아동 신상 공개는 아동보호 관련 법령이 금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언론이 피해 아동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인적 사항이나 사진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비밀엄수 의무를 정해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누구든지 피해 아동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피해아동에 대한 신상공개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적 관심과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정치하는엄마들을 대리하는 서성민 변호사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활동에 대해 “피해아동의 사진 공개에 공익적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자료는 사건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데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법을 지키는 선에서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공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피해자들도 2~3차 고통을 겪으면서 결국 사진 등 신상까지 공개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피해자 신원을 공개해야만 언론과 국회가 움직이고 법이 바뀌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과정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아동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공혜정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피해아동을 공개하고, (학대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회는 변화하질 않았다. 실체가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이 ‘아, 진짜네’라며 피해자에게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는 아동학대를 막지 못한 시스템을 깨뜨리는 일”이라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피해아동 가족의 동의를 받고 사진을 공개했다. 가족들이 먼저 피해아동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며 사진을 공유해 줬는데 왜 피해자를 숨겨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찬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아동학대 피해자 신상공개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동학대 방지라는 취지와 무관하게 사안이 가십거리나 자극적인 이슈로 소비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 피해아동을 변호했던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 아동을 위한 공개라고는 하지만, 사실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망인이 된 아동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생존)피해자가 성인이 됐을 때도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갈 수 있다. 이로 인해 피해아동과 가족이 2차 피해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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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198.html#csidxb117dce09846f8fb5ddaa02b2979c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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