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탐사][단독] 맥도날드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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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맥도날드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슈&탐사]

맥도날드 내부 제보 영상 50여개 분석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17건 확인
2차 유효기간 넘긴 식자재 영상 30여건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식자재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최소 3년 전부터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유효기간을 몰래 늘리기 위한 스티커 갈이는 201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햄버거병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던 맥도날드가 자체 품질관리 기한인 ‘2차 유효기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직후 일부 매장에선 되레 강화된 식자재 관리 기준을 어기고 있던 것이다. 맥도날드의 한 햄버거가 지난해 2000만개 이상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생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맥도날드의 한 매장(기사와 관련 없음). 국민DB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9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촬영된 맥도날드 일부 매장 내부의 제보 영상 50여개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들 영상에는 2차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폐기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을 늘린 스티커를 덧붙인 식자재 부실 관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스티커 갈이 17건뿐 아니라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고 있는 장면들도 다수 확인됐다. 맥도날드 일부 매장이 2019년부터 2차 유효기간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빵 등에 대한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1년 가까이 이뤄졌다는 내용은 보도된 바 있다.

제보자 A씨는 17일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는 오래된 문제로 안다. 이번에 영상에 찍힌 것도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A씨는 “스티커 갈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자체 품질 관리 기준인 2차 유효기간을 스스로 정했다. 유통기한과 같은 ‘1차 유효기간’보다 짧은 2차 유효기간을 자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원재료 품질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해서” 유통기한보다 짧은 2차 유효기간을 정해 지키고 있다는 게 맥도날드의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을 넘긴 식자재를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햄버거 빵으로 쓰는 냉동번의 경우 해동시간 3시간에 24시간을 더한 27시간을 넘기면 사용하지 않고 버린다. 이는 ‘소비자가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냉동제품은 해동 후 24시간 이내에 한해 판매할 수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시에 따른 것이다.
 

 

“처음엔 스티커 떼고 다시 붙였다”

맥도날드는 2019년 11월 11일 ‘주방 공개의 날’ 보도자료를 통해 2차 유효기간 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을 ‘원재료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존 유효기간보다 더욱 강화해 관리하는 맥도날드 자체 품질관리 유효기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을 자동으로 계산해 스티커로 출력하는 ‘2차 유효기간 프린터’가 주방 공개의 날을 통해 고객들에게 처음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햄버거병 사건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맥도날드가 고심 끝에 내놓은 개선책이었다.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는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 일부 매장에서 시작됐다. 제보 영상에서 스티커 갈이가 처음 확인된 건 2019년 12월 중순이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방 공개의 날 행사가 열린 바로 다음 달이었다. 취재팀이 확인한 영상에는 치킨랩 등에 쓰이는 또띠아의 비닐포장 위에 2차 유효기간 스티커가 겹쳐져 부착된 장면이 포착됐다. 2차 유효기간을 넘긴 또띠아에 유효기간 일시를 새로 입력한 스티커를 덧붙인 것이다. 스티커 갈이는 주로 냉동 상태로 보관하다가 해동해 쓰는 냉동번이나 또띠아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2차 유효기간 위반 사례는 2019년 12월, 2020년 5·12월, 2021년 1·2·7월에 걸쳐 영상으로 확인된 것만 17건이었다. A씨는 “처음에는 기존 스티커를 떼어낸 뒤 새로 붙이다가 나중에는 만성이 돼서 기존 스티커 위에 부착을 했다”며 “‘누가 이것까지 보겠느냐’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눈속임용’ 스티커 갈이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2019년 9월 초순에 찍힌 한 영상에는 2차 유효기간이 지난 냉동번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새벽 2시쯤 촬영된 이 영상 속 냉동번의 비닐포장 겉면에는 2차 유효기간이 전날 오후 2시로 기재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폐기 시점이 1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다음 날 판매 가능한 상태로 보관한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한 아르바이트생은 “마감 시간 이후 매장 내에 보관 중인 식자재는 판매 목적으로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유효기간을 넘긴 베이컨이나 양상추, 양파 같은 식자재를 폐기하지 않은 영상도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2019년 가을에는 유효기간을 32시간 넘긴 케네디언 베이컨이 포장이 뜯긴 채 매장에 그대로 보관돼 있는 장면이 영상으로 찍혔다. 그해 11월 말 새벽에 촬영된 영상에는 당일 오전 7시7분이 2차 유효기간인 양상추가 보관돼 있는 장면도 있다. 맥도날드 매장은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식재료는 모두 폐기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2020년 겨울에는 촬영 당일 오전 7시41분이 유효기간인 건조양파가 포착됐다. 마찬가지로 폐기됐어야 할 식자재다. 이처럼 2차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폐기되지 않은 식자재가 포착된 사례는 2019년 9월~2021년 2월에 걸쳐 30여 차례가 넘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점장 등 관리자급 지시 없이는 스티커 갈이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2차 유효기간 프린터는 점장이 아니면 손을 못 댄다”면서 “덧붙인 스티커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스티커 갈이 지시가 있었다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티커 갈이는 또 일부 매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매장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도 “‘단속 떠서 영업정지 되면 네가 책임 질 수 있냐’며 (스티커 갈이를) 시켰다”고 말했다. 스티커 갈이는 서울 대구 전남 등 전국 곳곳의 매장에서 암암리에 벌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 ‘法빈틈’ 빠져나가나
‘셀프 유효기간’ 위반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재로선 자체적으로 설정한 유효기간을 지키지 않았으면서 마치 식자재 관리를 엄격하게 한 것처럼 포장한 데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묻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 스스로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기준이어서 식품위생법의 유통기한 위반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달 초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유효기간 위반 문제와 관련한 공익제보를 심사한 국민권익위원회에 ‘2차 유효기간 위반은 식품위생법에 처벌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분야 전문 변호사인 김태민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소장은 “2차 유효기간 위반은 스스로 약속한 기준을 안 지킨 문제라서 식약처도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맥도날드가 일선 매장의 관리를 소홀하게 한 윤리적 책임은 있다”면서도 “유통기한 지난 걸 팔지 않은 이상 식품위생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스티커 갈이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자재의 신선함이나 철저한 품질 관리를 강조하는 맥도날드의 홍보 문구가 거짓·과장 광고이거나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김 변호사는 “신선하다는 건 일상적으로 쓰이는 모호한 표현”이라며 “식자재에서 대장균이나 세균이 발견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2차 유효기간 위반을 지시한 게 아니라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쓰이는 식자재 관련 현행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유통기한이 남았으니 상할 일이 없다는 건 무책임하다”며 “해동된 음식은 주방 환경에 따라 급격히 상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처리 조건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패스트푸드처럼) 즉석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며 “스티커 갈이에 대한 식약처의 후속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가 스티커 갈이를 한 것으로 파악된 아르바이트생에게 최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햄버거병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며 “본사의 직접 지시가 없었더라도 관리 책임이라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 식품위생·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입증 책임을 신고자나 피해자 측에게 지우고 있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입증책임이 전환돼 기업이 사고예방 조치를 충분히 다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세원 기자, 영상편집=전병준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176833&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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