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쿨미투’ 배운 게 없다…학교 40%만 재발방지대책 마련

프로젝트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자료 분석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한겨레 김정효 기자

 

2018년 9월 서울 한 중학교에서 ‘스쿨 미투’(교원이 가해자, 학생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가 있었다. 에스엔에스(SNS)에서 피해 학생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가해교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사과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학교 쪽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의무가 있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학교장이 피해 사례를 확인한 게 전부였다.

 

성폭력방지법은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에서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기관장이 의무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여성가족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년 간 성범죄가 발생한 학교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 관련 기관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비율은 40%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7~20년 전국 시·도교육청과 초·중·고 교육 공무원이 기관 내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사례는 773건이다. 교육기관이 집중된 경기(161건)·서울(141건)에서 전체 징계의 39%가 나왔다. 이어 광주 48건, 부산·충남 각 47건, 경남 41건, 대구 39건, 충북 36건, 전남 35건, 전북 33건, 경북 32건, 인천 29건, 대전 28건, 강원 23건, 울산 20건, 제주 9건, 세종 4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가 445건(57.5%)이나 됐다.

 

반면 해당 기관이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한 사건은 773건 중 301건(38.9%)에 그쳤다. 징계 건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는 92건(57.1%, 2017~18년 자료없음)만이 확인됐다. 서울도 85건(60.2%)에 대해서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광주는 17건(35.4%), 부산 4건(8.5%), 충남 5건(10.6%), 경남 9건(21.9%), 대구 14건(35.9%, 2017년 자료 없음), 충북 15건(41.7%), 경북 3건(9.4%), 대전 4건(14.2%), 강원 2건(8.7%), 울산 8건(40%), 제주 1건(11.1%), 세종 1건(25%)이었다.

 

전북(징계 33건)·전남(징계 35건)의 경우 재발 방지 대책을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재발 방지 대책이 잘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가해자 징계로만 그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등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것,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등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면서 얻어지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모범사례도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한 건수(41건)가 징계 건수(29건)보다 많았다. 인천시교육청은 “징계까지 가지 않은 성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예방지침 마련, 연간 기본계획수립, 교육실시 및 횟수, 기관장을 비롯한 직원 참여율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성희롱·성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을 마련하는 곳들이 느는 추세라고 했다. 이희연 여가부 권익지원과 사무관은 “최근 들어 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 재발 방지 대책을 받아보면 대부분 충실하게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내 성폭력 사건이 있은 뒤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학교에만 맡겨두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년 동안 스쿨미투 피해자들과 연대해 온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스쿨미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려면 전수조사 등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이 교내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개인교사의 일탈로 여기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도 방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달 13일부터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강제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방지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다. 공공기관 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하며, 3개월 안에 재발 방지 대책을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전에는 재발 방지 대책 제출이 의무이긴 했지만 제출 시한이 없었고, 여가부 통보 의무도 없었다. 여가부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여부를 점검해 언론에 공표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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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04497.html#csidx52a4a890c08437ba2e6c9ee5b1ea6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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