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엄마라서 울어야 하고 엄마라서 고통받아야 하는 일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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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엄마라서 고통받아야 하는 일 이젠 없어졌으면"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사무국장

"사회가 우리 엄마들에게 준 선택권 없어"
"악순환 벗어나려면 사회구조 뜯어고쳐야"
"'고용단절 해소하려면 육아경력 인정 필요"
"'공정' 담론 앞서 경쟁 자체의 당위성 살펴봐야"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엄마라서 울어야 하고 엄마라서 고통받아야 하는 일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지난 15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저를 양육하면서 본인 인생이랄게 없어 너무 안됐다"면서 "정말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강했다"고 말했다. 

 

장 국장의 어머니는 37세 때 이혼했다.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난 장 국장이 불과 7세였을 때다. 이후 모녀는 어머니 고향인 제주도에서 친척 집에 얹혀 살았다. 외할머니의 암투병으로 가산을 탕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던 홀어머니는 모유 수유를 한번도 못했다. 이후 딸이 잔병치레가 잦자 "모유 수유를 못해서 이렇게 됐다"고 오랫동안 자책했다고 한다. 장 국장은 "당시는 공적 돌봄도 없었고 건강보험 제도도 지금 같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사회가 엄마에게 (인생의) 선택권을 전혀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게 했던 사회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4월 장하나 당시 더불어민주당 사전투표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 국장은 2012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정당)의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2015년 2월에는 딸을 낳아 임기 중 출산한 최초의 국회의원이 된다. 이후 출산 전날까지 일하고 아기를 낳은지 10주만에 복귀해야 했다. 1년 동안 열악한 여건에서도 모유 수유를 밀어붙이고 남편이 1년 이상 '독박육아'를 해야만 했던 일 등이 겹치면서 장 국장은 '엄마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해갔다. 임기 말기에는 지역구 경선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시면서 '엄마정치'를 시만사회 차원에서 구현하게 된다. 2017년 뜻이 맞는 엄마들을 모아 '정치하는엄마들'을 창립했다. 초기에 공동대표를 맡았다가 물러나 현재는 활동가 내지 사무국장으로서 활동 중이다.

 

장 국장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나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처럼 정치와 무관할 듯한 단체들도 필요한 게 있을 때에는 정치권을 찾고 있다"면서 "엄마들도 노키즈존, '고용 단절'처럼 당면한 과제들이 있는 만큼 조직화하고 세력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들의 정치 세력화를 다루는 단체가 기존에 있었다면 참여했겠지만 그런 롤모델이 없다보니 스스로 만들게 됐다"며 "여성 단체들은 독립적인 여성을 주로 다룰 뿐, 앞으로도 모성 관련된 의제들을 비주류 취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9년 10월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왼쪽)가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불매+퇴출 기자회견'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장 국장은 1개월쯤 전 홀어머니가 지병으로 쓰러지자 간병차 제주도로 내려가 생활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도 전화로 진행됐다.

 

요즘 장 국장은 '일'과 '돌봄' 병행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친정 어머니가 퇴원을 앞두고 있지만 후유증을 겪으면서 지속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단은 돌봄과 재택 근무를 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 국장은 "처음에는 지방에서의 재택 근무가 저에 대한 특혜라는 자격지심이 들었다"면서 "임신했을 때도 그렇고 '민폐가 되면 안된다'는 의식이 마음에 계속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직장을 관두는 건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회원들이 말해왔다"며 "어떻게든 (재택으로라도) 일을 지속하도록 단체가 다같이 도전해보자는 말에 모두들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육지에 남겨둔 7세 딸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남편과 잘 지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장 국장은 "이렇게 오랫동안 딸과 떨어진 적은 아마 처음 같다"면서 "매일 저를 찾고 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제가 매일 딸을 보고 싶어서 울고 있고 남편과 딸 두 사람이 의외로 참 케미(조화)가 좋다"며 웃었다.

 

그는 "남편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육아를 계속해왔으니까 준비되지 않은 위기 상황에 빛을 발하는 거 같다"면서 "저의 빈자리를 못 느끼게 해줘서 두 사람에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인터뷰에서 남편과 딸을 부를 때 '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은 '남편분', 딸도 '그 분', '이 분'인 식이다. 장 국장은 "집에 있으면 편하게 부르지만, 공식 인터뷰라서 존칭쓰는 것"이라며 "정치하는엄마들 내부에서도 나이와 관련없이 상호존대하는 문화를 회원 자녀들에게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 국장은 출산·육아, 단체 활동,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고용 단절'을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혀가는 중이다. 그는 "'경력 단절'이 아니라 '고용 단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육아를 경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북유럽 선진국에서는 육아휴직 쓴 사람들의 경우 여성과 남성을 불문하고 인사고과에서 가점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여성의 고용 단절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 제일 많다"면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초등 돌봄 문제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11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왼쪽)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스쿨미투' 처리 자료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공정 담론 때문에 요즘 골이 아프고 답답하고 고통스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 국장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커야 자신들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을 (자신 스스로)합리화할 수 있다"며 "양극화 피해자가 (양극화) 체제를 옹호하는 아이러니함이 이해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정 담론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쟁 자체가 과연 괜찮은지 들여다봤으면 한다"며 "고용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서 0세부터 30세까지 공부하는 건 너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장 국장은 "어릴 때 노는 것이 인간 본성에 맞는데도 경쟁 일변도로 내모는 국가는 아동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아동이 놀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 활동을 통해 공교육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태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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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060386&infl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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