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한국] 용기 낸 스쿨미투 짓이긴 검찰·재판부, 형사 재판 중 피해자 신상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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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낸 스쿨미투 짓이긴 검찰·재판부, 형사 재판 중 피해자 신상 노출

 

충북여중 교사 성폭력 고발한 A씨, 끊임없는 2차 가해에 ‘자퇴’
2차 가해 유발한 검사 1명과 판사 2명 공수처에 고발하고 권익위에 징계 요청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교사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한 검찰과 재판부를 규탄하며 2차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2021.6.22. (뉴스한국)
 

학교 내 교사 성폭력 사건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각각 노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기를 내 ‘스쿨미투’를 고발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표적이 됐고, 감당할 수 없는 2차 가해로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스쿨미투’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하는 학생들의 미투(Me Too·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운동이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와 판사가 충북여중 A씨의 신상정보를 노출해 2차 가해를 유발했다고 지적하며, 검사 1명과 판사 2명을 직무 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하고 동시에 국민권익위에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폭력특례법 있으나 마나…신원 노출 후 2차 가해 시달리다 고등학교 자퇴

A씨는 충북 청주시 충북여중의 교사 성폭력 피해자다. 자신이 겪은 일을 친구와 후배들이 겪지 않게 하겠다며 용기 내 2018년 9월 ‘충북여중 스쿨미투’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7월 검찰은 충북여중에서 과학을 가르치던 김 모(62·남)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학교의 국어교사인 노 모(48·남) 씨도 학생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2018년 초 명예퇴직한 후였지만 재직 당시 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노 씨와 함께 재판을 받았다. 2020년 2월 청주지법 형사 11부는 김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노 씨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처벌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의를 실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황은 이내 바뀌었다. 그해 10월 대전고법 청주재판부가 노 씨의 원심을 유지했지만 김 씨의 경우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풀려났다.

죄질보다 형량이 약한 것도 문제였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A씨의 신상정보를 노출하는 사태가 벌어져 파문이 일었다. 이 때문에 A씨는 상상하지 못한 수준의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애초 A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했다 인적사항을 가려 2차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A씨 법률 대리인인 조영신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심에서) 검사가 증인신청을 하며 피해자의 성(姓)을 노출했다. 흔하지 않은 성인데다 당시 2학년 학생 중 단 두 명만이 그 성을 쓰고 있었기에 A씨가 가해자에게 바로 노출됐다. 같은 재판에서 이번에는 판사가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지목하면서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피해자를 알 수 있게 했다”며 “범죄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검사와 국민이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도록 보장해야 할 판사가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해 피해자를 2차 가해에 노출시켰다”고 설명했다. 당시 판사는 가해자 가족이 법정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A씨에게 ‘증인이냐’고 물어 A씨가 피해자임을 특정한 것이다.

A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격 대상이 됐다. A씨를 악의적으로 표현한 익명의 편지가 A씨의 아버지와 A씨 친구 보호자들에게 도착하는 일도 벌어졌다. A씨는 고등학생이 됐지만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다 자퇴했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교사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한 검찰과 재판부를 규탄하며 2차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2021.6.22. (뉴스한국)
 

“무지는 면책의 사유가 될 수 없다”

강한나(가명)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 연대발언문을 보내 남성중심적 사법당국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이 대독한 글에서 강 활동가는 사법당국에 “이러한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어떤 기분인가”라고 물으며, “혹시 귀찮다거나 예민하게 군다거나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운다고 여기지는 않길 바란다. 그것은 당신들의 성인권감수성 무지를 방증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신들의 무지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으며, 당신들이 잘 알고 있듯 무지는 감책의 사유가 될 수 있을 뿐 면책의 사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인 해당 검사와 판사가 본인들 행동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이 전국의 스쿨미투 폭로 학생들의 용기를 꺾을 수도 있다”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활동가는 “피해자는 2차 피해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의거해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범죄피해자 보호법’과 ‘가명조사제도’에 따라 피해자 신변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며, “(누군가) 피해자 권리를 침해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기소하고 처벌해야 할 책임은 검사와 판사에게 있는데 오히려 그들이 피해자 권리를 침해했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최 활동가의 말이다.

“저는 3년 넘게 스쿨미투를 지지하면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성평등 학교를 만들고자 시작한 스쿨미투임에도 2차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서울 용화여고 스쿨미투에서도 2차 피해를 걱정하는 일이 발생한다.

2018년 4월에 시작한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긴 시간 용기 있게 싸워오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 늘 불안함이 있다. 피해자임이 드러나 현재 속해있는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누군가 자신을 의심하거나 비난하지 않을까, 누군가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그동안 2차 피해를 무수히 목격해온 피해자들이 ‘국가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해 고립되거나 따뜻한 위로와 지지가 절실할 때도 지친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학교와 사회가 강요했던 침묵을 깨고 학내의 성폭력을 고발한 용기 있는 청소년이다. 국가기관이 이러한 청소년에게 2차 피해를 줬다. 이제 스쿨미투를 한 청소년들은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스쿨미투를 한 학생들의 용기를 꺾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판·검사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2차 가해를 한 자들을 엄벌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는 가해 교사들이 떠난 교실에서 시작한다”

이베로니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스쿨미투에 침묵하는 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폭로의 무게를 학생들이 짊어지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권력에 의한 성범죄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게 쏟아진 2차 가해의 강도와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 우리는 목격한 경험이 있다”며, “스쿨미투 사태를 정부와 교육당국이 적극 해결하지 않는 사이 가중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 된다. 성폭력 해결에 무관심한 학교에서 용기를 내 고발을 결심한 학생은 보호를 받는 대신 갖은 위협과 멸시와 불이익을 마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학교에 만연한 성폭력을 뿌리 뽑고 가해 교사를 엄벌하는 일은 피해를 당한 미성년 학생이 혼자 떠맡을 숙제가 아니다. 대응을 책임지는 관련 주체들이 사안을 처리하고 진상을 규명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2차 가해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교사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학생이 2차 가해를 견디며 조력자 없이 해결에 나서고, 진로와 일상을 밀쳐둔 채 법정에 서는 스쿨미투의 현실은 아동인권수호와 교육을 맡은 정부와 당국이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충북여중 A씨 처럼 신상이 노출돼 공격을 당하고 2차 피해에 시달리다 학업마저 포기한다면 누구도 피해를 알리려 들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에 입을 다문 학생이 늘어날수록 학교는 아동 대상 성범죄의 온상으로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A씨 신상 노출과 2차 가해를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한편 A씨 회복과 치유에 교육당국이 뒤늦게나마 사과와 협조로 응답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했듯 ‘문제되는 사람들을 제거해나가는 것이 교사들 전체의 명예를 높이는 길’임을 강조한다”며,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는 가해 교사들이 떠난 교실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지방검찰청과 청주지방법원은 A씨 신원을 노출한 이번 사태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곽영환 청주지검 형사3부장검사는 “내부에서 이야기를 모아보고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당청 공판 업무 체계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여산 청주지법 공보판사 역시 “피해자 주장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밖의 구체적인 법원 입장이나 법원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 판단을 결정한 바가 없다”라며 “일단 현황과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원문 보기

https://www.newshankuk.com/news/content.asp?news_idx=2021062214453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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