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대통령이 알아야 할 학교 이야기 ⑧] 교단 돌아온 가해자,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 - 교육청은 왜 판결 무시하고 '스쿨미투' 학교명 감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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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왜 판결 무시하고 '스쿨미투' 학교명 감추나?

[대통령이 알아야 할 학교 이야기 ⑧] 교단 돌아온 가해자,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

 

문재인 대통령님,

2018년 학교에서 입은 성폭력 피해를 학생들이 세상에 알린 스쿨미투 이후 3년이 흘렀습니다. 강제추행, 성희롱, 구타, 언어폭력, 불법촬영 등 전국에서 쏟아진 증언들은 교문 뒤에 숨겨진 인권침해를 드러내 경종을 울렸습니다.

안전이 보장돼야 마땅한 학교에서 교사의 폭력으로 생긴 피해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무렵, 정치하는엄마들은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피해 당사자를 돕는 무료법률상담을 시작하며 핫라인망을 개설했습니다. 학생들의 외침에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습니다. 2019년 2월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스쿨미투 청소년들과 함께 고발자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정부의 #위드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스쿨미투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UN 캠페인에도 참여했지요. 제네바로 가는 비용 마련을 위해 한파의 거리에서 청소년들과 모금을 할 때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사의 가해로부터 학생들이 보호받기는커녕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시민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경비로 국제기구에 도움을 청해야 되다니! 이 나라에는 범죄로부터 미성년을 지킬 어른도, 법도 없나 싶은 탓에 고개가 숙여졌지만, 교육부가 스쿨미투 발생 열 달 뒤에야 내놓은 종합대책에 학생들이 갈망한 전수조사가 빠진 것을 생각하니 UN 방문이 돌파구로 보였습니다.

법원 판결 무시하고 학교명 감추는 교육청들
 

큰사진보기 2021년 5월 11일 스쿨미투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에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판결 불복 정보은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마 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2021년 5월 11일 스쿨미투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에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판결 불복 정보은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마 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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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교성폭력 실태를 파악한 자료들을 한데 모은 스쿨미투전국지도를 만들었습니다. 학교명이 빠진 뉴스와 기사는 가해교사의 위치를 모르는 학생들이 성범죄에 노출된 위험을 막지 못하고, 불안한 보호자가 문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낳기 때문입니다. 해가 넘도록 오리무중인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알고자 16개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은 '정보 비공개' 투성이었지요. 정치하는엄마들은 UN도 본심의 의제로 선정한 스쿨미투에 무심한 당국의 책임을 묻고 법의 판단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교육청과의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성비위 교원에 대한 명단 공개와 퇴출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선포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1심 법정에서 가해교사 입장을 두둔한 데 이어 항소를 강행하여, 학교성폭력 피해 당사자들과 스쿨미투 해결을 기다려온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서울교육청의 항소를 기각하며 정치하는엄마들의 승소를 선언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5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7개월 만에 얻은 2심 승소 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들에게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습니다. 놀랍게도 광주와 제주를 뺀 나머지 교육청들은 학교명을 감추며 여전히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성명과 감사보고서를 뺀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학교성폭력 고발과 처리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학부모와 일반 국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는 법원의 입장을 거스르는 교육당국에 맞서 시민단체가 소송을 지속해야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는 현실이 대통령님께서 보시기에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의문일 따름입니다.

스쿨미투가 속출하기 1년 전 2017년 당시 지지율 1위 대선 주자로 발표하신 성평등 공약이 떠오릅니다. 인권의 핵심 가치는 성평등이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성평등한 세상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단호히 가중처벌하겠다는 약속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선 후 대통령님께서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에 대해서도 "성희롱, 성폭력 근절에 대해 이번 기회에 끝을 본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라"고 당부하시며 "당사자가 겪었을 고통에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위계문화가 강한 공공기관부터 먼저 달라지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뿐만 아니라 기관장이나 부서장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던 대통령님께서 도대체 왜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하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신 겁니까? 무참히 쏟아진 2차 가해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에 쓸 도구를 주머니에 챙겨서 한강에 갔던 김지은씨에게 대통령 직함이 찍힌 조화가 어떤 절망과 공포일지 짐작하기 어려우셨습니까? 김지은씨 뿐 아니라, 안희정 모친상에 이어진 유력 정치인들의 추모행렬을 지켜 본 수많은 여성들과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폭로에도 엄중 처벌을 주문하셨고,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던 대통령님이셨기에 혼란도 컸던 것이지요. 매일 밤 악몽을 꾸며 우울증과 공포성 불안장애로 약물치료를 받던 심석희 선수와, 약물로 버티시던 심석희 선수의 아버님과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헤아려주실 거라 믿었기에 상심했던 것입니다.

심석희 선수를 염려하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든 피해자들이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자신을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피해를 용기 있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오랜 세월 학교에 뿌리박힌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 학생들이 바로 그 일을 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상처에 시달리다 졸업하는 악순환을 멈추려는 의지로 위험과 불이익을 감수했으니 말입니다.

교육부가 스쿨미투 처리현황 취합해야
 

큰사진보기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교성폭력 실태를 교문 밖 세상에 알린 스쿨미투 학생들의 외침과 용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정치하는엄마들 강미정활동가 작품)
▲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교성폭력 실태를 교문 밖 세상에 알린 스쿨미투 학생들의 외침과 용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정치하는엄마들 강미정활동가 작품)
ⓒ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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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게 피해를 털어놓을 분위기'는 학교조차 만들어주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2차 가해와 주동자 색출 위협 속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포스트잇과 대자보가 뜯겨질 때마다 다시 만들어 붙였습니다. 재학생에 이어 졸업생도 찾아와 털어놓는 제보들을 받기 위한 SNS 계정도 운영했습니다. #스쿨미투가 2018년 가장 많이 쓰인 사회분야 해시태그 1위가 될 정도로 자판을 두드려 관심을 호소한 끝에 트위터의 CEO도 스쿨미투를 알게 되었습니다.

2019년 3월 한국을 찾은 트위터 CEO 잭 도시는 대통령님과 찍은 인증샷을 트윗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기자간담회에서 트위터가 스쿨미투에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힌 그는 학교에서 벌어진 부당함을 지적해 공론화로 이끈 용감한 학생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잭 도시가 스쿨미투에 부여한 의미는 혈세를 써가며 법정에서 가해교사들을 대변한 교육청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는 옳지 않다고 누군가 외쳤기에 같은 고충을 앓는 이들이 있음을 서로 알게 되고, 그렇게 형성된 공론장의 대화가 정책과 변화를 낳기에 스쿨미투가 중요하다는 잭 도시의 시선과 달리, 2020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연 교육감은 스쿨미투 3년이 넘도록 실시하지 않은 전수조사를 이탄희 의원이 추궁하자 교사 전체를 성범죄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법정부터 국정감사장까지 가해교사 편에 서는 교육감이기에 학교성폭력 근절로 개선될 아동 인권에 등 돌린 항소를 선택하고, 패소한 뒤에도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대신 판결에 불복하는 학교명 비공개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인가요. 패소한 서울교육청이 정치하는엄마들에게 보낸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스쿨미투로 징계 받은 가해교사 469명 중 187명이 서울에 근무했고, 그중 다수가 교단에 돌아가 학생들과 접촉하는 실정입니다.

대통령님, 2019년 2월 UN아동권리위원들은 한국에서 방문한 스쿨미투 청소년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학교와 국가기관은 대체 뭘 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n번방 범죄에 가담하고, 모텔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음란물을 송출하고, 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교사들이 적발되었습니다. 국감에서 드러났듯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수가 많아서 수업 결손이 우려되는 학교들'이 있어도 국민들은 정보를 알 길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가해교사들을 걸러내 학교의 안전을 되찾고 교단의 명예를 다시 세울 교육당국이 국민의 알 권리로 통하는 길에 걸림돌을 자처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정치하는엄마들이 승소한 이후 교육부에 요청한 정보공개청구에 '해당 부처가 생산, 접수하지 않는 사항'이라며 '정보 부존재'로 일축한 것은, 아동이 불행한 나라의 교육생태계를 총괄하여 자정력을 보살피고 백년지대계를 주도할 교육부의 책무를 망각한 답변입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2차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 이하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고발할 것입니다. 법원은 정치하는엄마들에게 '학교성폭력 발생 및 처리현황'을 알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지만, 가해자 보호에 급급한 서울시교육청 때문에 매년 같은 행정소송을 반복해야 할 지경입니다.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교육청 역시 학교명을 비공개하고 있으며, 소송이 아니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셈입니다. 이제라도 교육부가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취합하고, 매년 공시하는 제도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2018년부터 학생들이 그토록 요구하던 스쿨미투 전수조사를 매년 실시하십시오.

스쿨미투 3주년입니다. 가해자는 교단으로 돌아왔고 피해자는 피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디 #스쿨미투를 외친 학생들의 편에 서주십시오.

※ 추신 : 2019년 2월 25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열린 스쿨미투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당사자들은 3690여 명 시민들의 스쿨미투 지지서명과 요구안을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그날의 청소년들은 대통령님의 #위드유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음을 전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정치하는엄마들 베로니카 활동가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6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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