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어린이날, 보내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지키지 못한 이름을 부릅니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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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보도일시

2021. 05. 04. 화

담당

사무국

010-2540-0420

 

장하나 활동가

010-3693-3971

배포일시

2020. 05. 04. 화

총 6매 (별첨 0건)

어린이날, 보내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지키지 못한 이름을 부릅니다.

아동학대특별법, 5월에는 반드시!

 

■ 일시 : 2021년 5월 4일(화) 오전 11시

■ 장소 : 국회의사당 정문 앞

■ 주최 : 정치하는엄마들

■ 순서

- 김정덕 활동가

- 김장회 활동가 (태호 아빠, 태호유찬이법 제안자)

- 이소현 활동가 (태호 엄마, 태호유찬이법 제안자)

- 윤성미 활동가 (보내지 못할 편지 대독)

- 조용환 활동가 (보내지 못할 편지 대독)

- 박민아 활동가 (보내지 못할 편지 대독)

- 현장 발언

- 기자회견문 낭독

- 퍼포먼스 : 아동학대 피해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할 편지가 ‘새’를 통해 하늘로 전해지기를 기원하는 이미지 구현

 

<발언문 1> 김정덕 활동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는, 아이들의 친구·동료·버팀목이 될 수 없었던 이웃이자, 가족이 없는 아동들의 유가족입니다.

 

국회는 들으십시오!

대체 언제까지 아동이 사회로부터 방치되어 고통스럽게 생명을 잃는 사태를 맞아야 합니까?

일상이 전쟁인 나라에서 아동들이 죽고 있습니다. 멍이 든 온 몸으로 살려 달라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가 전쟁터이며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걸 정녕 국회만 모르고 있는 겁니까?

 

‘죽음으로부터 배울 의무’ 다하겠다, ‘정인아’ 이름 부르며 ‘미안해!’ 외친 국회의원들!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윤, 강병원, 강선우, 고민정, 고영인, 김미애, 김민석, 김성주, 김원이, 남인순, 백종헌, 서영석, 서정숙, 신현영, 이용호, 이종성, 인재근, 전봉민, 정춘숙, 조명희, 최혜영, 최종윤, 최연숙, 허종식 국회의원들은 들으십시오.

 

아동들이 지난 4월 28일 당신들이 ‘아동학대특별법’만 빼고 통과시킨 관련법들이 없어 학대로 사망한 겁니까? 그 법들이 있었다면 아동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들 이름 앞에 놓였던, 힘없고 표 없어 죽어간 사람들의 사인(死因)을 당신들은 정녕 알고 있습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당신들이야말로 바로 이 나라에 진상조사를 외쳐야할 사람들입니다. 왜 아동들이 속절없이 죽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죽음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라며 국가에 요구하는 일이 바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란 말입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가 알고도 모른 채 하는 뻔뻔한 지금 이 순간에도, 숨죽인 비명 끝에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가적 위선이고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미안하다, #처벌하라 해시태그 단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임기 동안 죽음의 행렬이 끝날 거라고 자기 위안하지 마십시오. 그런 태도에서 비롯된 게 국가적 방임이고 아동학대입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숨죽여 소리조차 못 내는, 피눈물 흘리는 아동들이 있습니다. 망각을 핑계로 잃어버린 목숨들 사이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아동을 보듬고 살리는 사람들로서 요구합니다.

 

대체 빈틈이 무엇인지, 그 틈에 빠진 아동들은 왜 방치됐는지, 어째서 구조되지 못했는지, 그 진실과 실태를 소상히 밝히십시오. 아동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십시오. 돌봄, 교육, 복지 관련 구조와 예산, 협업의 정도와 형태, 아동을 객체화하는 정부와 민간사업의 고리, 유착관계를 밝히십시오. ‘죽음으로부터 배울 의무’를 새겨 아동이 처한 대한민국의 빛과 그늘을 헤집고 되짚어 내십시오. 제발 이 국가적 재난 앞에 서 있는 아동과 그들을 돌보는 이들이 세상 떠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국회는 하루빨리 ‘아동학대진상조사특별법’을 제정하십시오!

 

 

<발언문 2> 이소현 활동가 (태호 엄마, 태호유찬이법 제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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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지 못할 편지 1> 윤정인 활동가 (윤성미 활동가 대독)

 

안녕 준호야,

지금은 아프지도 또 힘들지도 않은 곳에서 잘 지내는지 모르겠구나.

사실 편지를 쓰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는지 몰라.

이런 편지를 써서 괜히 편히 가야 하는 이의 발걸음을 붙드는 것은 아닌지…

또, 반짝 사람들의 관심만 끌고 다시 또 묻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미 떠난 너는 돌아올 수가 없는데, 아줌마가 괜한 일을 벌이는 게 아닌지 지금도 아줌마는 확신을 못하겠어.

 

아줌마가 너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뉴스였어. 아줌마는 너보단 동생인 7살 아이가 있는데, 그날도 그냥 평온하게 아침에 아이는 유치원에 갔고, 아줌마는 집에서 일을 하던 그냥 평범한 하루였던 것 같아. 그런데 저녁에 너의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게 된 거야.

 

그날 아줌마는 뉴스를 보다가 TV를 껐어. 아줌마의 아이가 듣기에 너무나도 끔찍한 이야기를 앵커가 브리핑하고 있었고, 기자들은 너를 괴롭게 만든 나쁜 어른에 대한 이야기보단, 준호가 어떻게 아팠고, 어떻게 고통을 받았고, 어떻게 죽어갔는지에 더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더 뉴스를 볼 수가 없었어. 속으로 얼마나 욕을 곱씹었는지 몰라. 너의 아픔을 세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서 안달 난 뉴스도 싫었고, 네가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예민하지 않게 바라본 또 다른 어른들에 대해서도 열 받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

 

아가, 너를 좀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반복된 폭력에 무뎌지고,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 체념이 익숙했을 너의 모습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심하게 넘긴 어른들이라서 정말 미안해.

희망조차 없어서 체념한 너를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고 오해하고 넘어간 세상 멍청한 어른들이라서 미안해.

어른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가, 혹시라도 네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지 마렴. 너는 충분히 착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였고, 너를 괴롭힌 어른들은 나쁜 사람들이고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어. 세상에는 착한 어른도 나쁜 어른도 있는데, 우리 아가가 처음 만난 어른이 나쁜 어른이었던 것뿐이란다.

 

그리고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렴.

아가, 네가 왜 보호를 받지 못했는지를 고민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죽어가는 모습만 보고 보도하던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렴.

시스템 안에 들어온 너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어른들의 안일함을 용서하지 마렴.

이건 어른들이 잘못한 일이야.

 

아줌마는 이제서야 동네 아이들이 노는 것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단다.

처음 보는 아이이건, 자주 보는 아이이건, 아줌마 아이의 친구이건 모두 관계없이 자세히 보기 시작했어.

너희가 말하기 어려운걸 아니까, 아줌마가 먼저 눈치를 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 하는 것이 너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

하늘에서 많이 웃고, 많이 뛰고, 그랬으면 좋겠다.

 

2021년 5월 4일

준호를 너무 늦게 알게 된 아줌마가.

 

 

<보내지 못할 편지 2> 배수민 활동가 (박민아 활동가 대독)

 

아가야, 안녕?

 

나는 7살, 9살 딸 둘이 있는 아줌마란다. 너는 아줌마를 영영 모르겠지만, 아줌마는‥ 네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너를 알게 되었단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런 너를 정말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는데 마음이 아프구나.

 

내일이 어린이날이야.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이날만큼은 행복하게 지내도록 하게 해주자고 어른들이 오래 전부터 약속한 날이지. 이 멋진 약속의 날에 너와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줌마는 너무 슬퍼. 아줌마의 딸들이 웃고 있을 때도 아줌마는 문득문득 네 생각이 나서 눈물이 차올라. 가엾은 아가야. 너는 과연 이 하루만이라도 행복했을까. 이런 날이 있다는 걸 알기는 했을까.

 

소중하고 예쁜 아가야, 너는 무엇이 가장 하고 싶었을까. 무엇이 가장 먹고 싶었을까. 무엇이 가장 갖고 싶었을까.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생존과 안전'을 바랐던 너의 눈물로 그렁그렁한 눈동자가 상상이 된다. 너의 빨간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절차상의 이유'로 그 기회를 그냥 놓쳐버렸어. 어떤 어른들은 네 죽음을 막지 못한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대수롭지 않은 죽음은 하나도 없어. 특히 어린이의 죽음은.

 

아줌마는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걱정 마. 아줌마는 가만히 슬퍼만 하고 있지는 않을 거거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처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버리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아줌마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노력할 거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줌마 혼자서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과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면 뾰족한 수가 생길지도 몰라. 잘 안 돼도 포기하지 않을게. 너도 그곳에서 같이 아줌마와 친구들을 응원해 주겠니?

 

아, 하늘이 어쩜 이렇게‥ 쨍하니! 이 맑고 고운 하늘을 너와 함께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귀여운 아가야, 만약 네가 새로 태어나서 우리 다시 만난다면 누구보다 사랑 듬뿍듬뿍 받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해.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안녕.

 

2021년 5월 4일

정치하는엄마들 배수민 활동가 아줌마가.

 

 

<보내지 못할 편지 3> 곽지현 활동가 (조용환 활동가 대독)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떠난, 미안하고 또 미안한 너희에게,

 

이제는 안녕한지 모르겠구나. ‘안녕’하냐고 묻는 일상의 말이 이렇게 큰 의미라는 것을 너희 덕분에 알게 됐단다.

너희들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그렇게 아프고 힘들기만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닐 텐데, 나쁜 어른들에게 나쁜 세상만 만나게 한 것도 너무 미안해.

 

나는 부끄럽게도 이번에서야 왜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는지가 궁금해졌어.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다른 이름의 너희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

 

입양 된 후 상상도 못할 폭행과 무관심에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너, 배고픔에 지쳤지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게 죽음에 이른 너, 홧김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벽에 내쳐져 죽게 된 너.

 

정말 마음 아픈 것은 이렇게 죽음에 이르기 전에 너희들이 살 수 있던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는 것이야. 어린이집 선생님에 의해서, 병원 의사 선생님 또는 주변의 선한 사람들에 의해서 너희들은 살 수 있었는데 우리는 너희를 지키지 못했어.

 

더 이상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서가 아닌 너희들 그 자체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해.

그리고 사회와 법에 의해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지켜질 수 있어야 해.

우리가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모아 너희들을 지켜달라고 할게.

 

너희가 있을 그 곳에서는 아픔도 슬픔도 없기를, 친구들과 언니 동생들과 마냥 뛰놀기만도 바쁜 세상이기를 바랄게.

 

 


<기자회견문>

 

5월, 국회는 ‘아동학대진상조사특별법’ 제정하라!

 

벌써 5월이다.

지난 4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고,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아동학대특별법)이 안건번호 71번으로 상정되었으나 전혀 심사되지 않은 채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아동이 유권자라면 그렇게 무시할 수 있었겠는가!

아동들의 죽음에 마치 해법이라도 있는 듯 내놓는 대책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그것이야말로 오만이다.

 

국가 차원 성역 없는 진상조사만이 아동보호체계의 대대적인 개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특별법은 대통령 직속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운영과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포함하는 조사결과 보고서 작성,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를 국가기관이 따라야 한다는 점 등이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3개월 전인 2월 5일 국회의원 139명이 공동발의한 아동학대특별법이 잠자는 동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 나태와 안일함에 아동들은 죽음의 행렬을 잇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아동들이 죽음으로 정치권의 망각을 일깨워야 하는가!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어린이날을 맞아 지키지 못한 아동들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 우리는 아무도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잊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국회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마라!

 

국회는 아동학대진상조사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2021년 5월 4일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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