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아동학대 사건 터질 때마다 '쉬운 길 찾기 "돈·인력 투입해 제대로 조사하라"

프로젝트

[아동학대 사건 터질 때마다 '쉬운 길' 찾기] "돈·인력 투입해 제대로 조사하라"

상설 진상조사기구, 정인이 사건 특별법 제정 … 처벌에만 집중하면 보호체계 문제 못 봐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토대로 제도적 개선을 이뤄낸 예로 영국을 들 수 있다. 2000년 2월 영국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9살 '빅토리아 클림비 사건'으로 영국 사회는 깊은 죄책감과 분노에 빠졌다. 빅토리아는 이모할머니의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했는데 그의 주검에는 담뱃불로 지져서 생긴 화상 등 크고 작은 128개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영국정부와 의회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2년여에 걸쳐 빅토리아가 친부모에서 이모할머니에게 옮겨지기까와 사망에 이르기까지, 아동보호체계에서 어떤 흠결이 있었기에 빅토리아를 구하지 못했는지 사건을 정밀하게 복기했다. 2003년 1월 발간된 보고서에는 약 270명의 증언이 담겼고 이를 바탕으로 또다른 빅토리아 클림비를 막기 위한 108개의 정책 제안을 담았다. 보고서를 한 차례 내고 그친 것이 아니라 영국은 과연 이런 정책제안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매년 점검해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영국 사례를 들며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매번 대책을 쏟아내며 '쉬운 길'만 찾고 있다"면서 "아동학대 사건에 매번 같은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조할 수 없는 것이다. 돈과 인력을 투입해 제대로 조사하고 제대로 대안을 찾아내야 또다른 정인이가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이서현 보고서'와 '은비 보고서'가 그것이다. 2013년 10월 발생한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2016년 7월, 9월에 각각 발생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에 대해 각각 민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했다. 앞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려달라는 호소를 했지만 정부가 외면하자 민간에서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진상조사는 한계점이 명백했다. '은비 보고서'에서 도출한 제도적 개선점을 바탕으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을 법안발의까지는 했지만 20대 국회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됐다.

장 활동가는 "지금은 가해자 처벌 강화나 신상공개 등으로 대책이 기울어져 있는데 여기에만 집중하면 시스템적인 문제가 가려진다"면서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선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조사할 수 있는 투트랙을 제안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 기구를 만드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김상희 국회 부의장측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타국에선 아동학대 진상조사를 벌여 제도적 개선점을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보다 촘촘한 아동보호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74051

 

 

김형선 기자 [email protected]

날짜
종료 날짜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