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타임즈] 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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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최주연 기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되어버린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돌봄전담사 “시간제 인력의 땜질 돌봄, 상시전일제 전환이 우선”
교원단체 “교육과 보육은 구분해야...현재 방식은 교육 장애 유발”

(이미지=charlein gracia on unsplash)
(이미지=charlein gracia on unsplash)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지난 9월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건은 돌봄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큰 참변으로 이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엄마가 외출한 사이 어린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려 라면을 끓이다 일어난 화재로, 형제는 중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안타깝게도 투병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건에서 집중할 것은 어린이 화재 안전 교육보다 더 근본적인 ‘돌봄 사각지대 해소’다. 사회 변화로 돌봄이 더는 부모나 가정의 책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의 공적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그러나 돌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재해 안정적인 공적 돌봄체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지난 6월과 8월 권칠승 의원과 강민정 의원은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논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돌봄교실 운영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찬성하는 교사들과 반대하는 돌봄전담사들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교사들은 돌봄과 교육은 다른 것이라 정의하고, 돌봄전담사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보육과 교육이 다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들이 시간제로 고용되어 이번 사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구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강민정 의원과 권칠승 의원이 개최한 ‘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 쏟아진 각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 "지자체 이관, 돌봄의 질 담보 어려워"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부장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17년째 운영 중이고, 2017년 학부모가 뽑은 '가장 잘한 국가정책 1위'이며, 매년 95% 이상의 높은 학부모 만족도를 받고 있다.

이러한 돌봄교실의 운영주체를 교원들의 업무부담만을 이유로 지자체로 이관하라는 교원단체의 주장은 학부모나 아이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돌봄전담사 입장 또한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매우 안타깝다.

현재 돌봄교실은 대표적인 공적 돌봄으로, 각 교육청이 주관하여 운영하고 있어 돌봄의 질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학교 안 공간이라는 돌봄 장소를 통해 접근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덕분에 학부모의 신뢰를 받고 있다.

현재 전체 돌봄시설의 약 73%를 학교 돌봄교실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된다면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45.2%에 불과하다.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돌봄이 운영될 것이고, 돌봄의 질은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직영보다 민간위탁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고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의 문제점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 "돌봄전담사, 시간제 아닌 전일제로" 
박성식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시간제 인력 중심의 땜질 돌봄을 상시전일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봄전담사 전체 인력이 약 1만3000명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게다가 전국 초등돌봄전담사 중 8시간 상시전일제는 18%에 불과한 상황이다. 82%는 4~6시간 시간제로 아이들과 대면하는 시간만 고용하는 땜질식이다.

아이를 대면하는 돌봄시간 중에 각종 행정업무도 수행하기에 돌봄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간제로 할 수 없는 행정업무는 정교사가 담당해 학교 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아울러 교원단체가 ‘해외선진국은 초등돌봄을 지자체가 운영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실상과 다르다.

미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은 초등돌봄(방과후학교)을 주정부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초등돌봄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의 운영을 주정부 등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다. 즉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분리된 한국과 달리 외국의 주정부나 지자체는 교육행정의 기능까지 포함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돌봄만 일면적으로 비교하는 건 선택적 왜곡이다. 게다가 영국은 주정부가 학교돌봄을, 지방정부가 마을돌봄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 선진국들은 한국 교원단체들이 돌봄과 보육은 교육이 아니라며 학교와 분리시키려는 것과 반대로 방과후돌봄을 교육활동의 일환이라는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시스템으로 제도화하고 있으며, 학교가 적극적으로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일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학교비정규직 복리후생 차별해소 △돌봄교실 공공성 강화 △돌봄전담사 시간제 폐지 △교육공무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지난 6일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학교비정규직 복리후생 차별해소 △돌봄교실 공공성 강화 △돌봄전담사 시간제 폐지 △교육공무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사진제공=전국여성노조] 

 

■ "돌봄, 이제 교실 벽을 넘어야" 
임운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돌봄의 대상이 초등학생일 뿐 돌봄 자체의 성격은 보육임이 자명하다. 이에 따라 돌봄교실의 주무관청은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등이 되어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감안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돌봄을 학교 안 위주로 실시하는 것은 안전면에서는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과 돌봄 그리고 사교육이 혼재된 상황에서 학교의 근본인 교육의 질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고, 돌봄 자체의 질적 향상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기에 지역사회 돌봄과 지자체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 "교육은 교사에게, 돌봄은 돌봄사에게"
이장원 교사,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

학교는 설립 목적이 교육이다. 학교에서 돌봄은 학교의 고유 업무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돌봄전담사를 채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 모집부터 돌봄사의 채용관리 등 돌봄교실 운영 전반을 교사들이 책임지는 구조로 담당교사의 교육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또한 교실 여유가 없는 학교에서는 학습교실과 돌봄겸용교실을 운영하는데, 이 또한 해당학급 학생의 교육손실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양질의 공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돌봄이 전문인력에 의해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초등 돌봄교실이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고 돌봄전문가에 의해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양질의 공적 돌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내년부터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가겠다고 제시한 ‘학교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자자체에서 돌봄 운영을 책임지는 돌봄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 "부실한 급식판 또 다시 받고 싶지 않아"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공적 돌봄이 민간에 맡겨져 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한 경우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가장 공적인 영역에 있어야 할 것이 아이 돌봄이다. 민간위탁에 떠넘겨져 온갖 사고와 비리의 온상이 된 사립유치원, 공립어린이집의 사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양육자가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기면서 질 좋은 돌봄을 위해 교육기관과 함께 협업하기는커녕, 매일 그저 사고가 나지 않기를, 우리 아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비리유치원이 아니기를, 그래서 우리 아이가 부실하고 비위생적인 급식판을 받아들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 이땅의 아이들과 양육자 인권의 현주소다. 공적돌봄의 공백, 그 피해는 단연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출처: http://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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