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식판전쟁] 학교방학에 무급휴가를 당하는 직종이 있다 (권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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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전쟁] 학교 방학에 무급휴가를 당하는 직종이 있다
  •  정치하는엄마들 (권혜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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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멈추는 곳, 학교급식실

코로나 상황에서 보여준 교육청과 교원의 이중성 

급식실 노동강도 낮추고 돌봄교실 전향적인 인식 변화 필요

방학에도 학교는 멈추지 않는다. 행정실무사, 교무실무사가 출근해 학교 운영을 하고, 도서관 사서가 있는 학교는 도서관도 운영된다. 교육공무원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업무에 임한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방학에 자율연수가 허용되는 교원 역시 원칙적으로는 당번제로 학교에 온다. 무엇보다 방학에도 학생들이 온다. 특기적성교실(방과후학교) 수업도 듣고 돌봄교실에도 간다. 학교는 방학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싹 사라지지거나 업무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학에 유일하게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급식실이다. 급식실은 방학에 돌입하기 며칠 전 대청소를 한다. 모든 식기와 기자재를 소독하고 방학동안 급식실을 멈출 준비를 한다. 그리고 개학 2~3일 전에는 다시 대청소를 실시하여 급식실을 가동시킬 준비를 한다. 왜 이런 소모적인 일을 하냐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는 학교 방학기간에 출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없어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으니 급식노동자를 포함한 방학중 비근무직종에게는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학생이 없어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으니 급식노동자를 포함한 방학중 비근무직종에게는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그럼 방학에 급식노동자는 뭘 할까. 교육청에 소속된 교육공무직은 상시근무자와 방학 중 비근무자로 나뉘어 급식노동자인 조리사, 조리실무사, 배식노동자는 방학 동안 출근하지 않는다. 강제 무급 휴가를 얻는 셈이다. 방학에 급식노동자가 뭘 하는지, 교육청과 학교는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 급식노동자들은 방학에도 쉬지 못한다. 학기 중 강도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고장난 몸을 추스르려 물리치료도 받고, 한약도 짓는다.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다음 학기의 노동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충격이 전 세계를 휩쓴 2020년 3월부터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한 잇따른 개학 연기와 온라인개학 조치는 불가피한 교육 공백을 낳았고, 이런 와중에 학교 현장은 교직원 급식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됐다. 

 

교육청은 개학이 연기되자 명백히 초중등교육법상 3월 1일부터 개학임에도 방학 중 비근무자의 출근을 불허했다. 하지만 상시근무직종에게는 학기 중이니 출근해야 했다. 자녀돌봄이 필요한 교육공무직원에게 제대로 돌봄휴가도 부여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반면 학생이 없어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으니 급식노동자를 포함한 방학중 비근무직종에게는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한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온라인개학이 시행되니 학교급식법은 안중에 없다. 학생이 오지 않더라도, 교사들을 위한 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이 없어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으니 급식노동자를 포함한 방학중 비근무직종에게는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한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

학교급식법은 그 대상을 학교 또는 학급에 재학하는 학생으로 규정(학교급식법 제4조), 법정 영양기준량에 맞게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고 식생활 지도와 영양교육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학생 없이 교직원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히 학교급식법에 어긋난다. 일부 교육청들에서는 학교급식법에 따른 급식이 아닌, 학교급식 부재에 따른 대체업무임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업무 진행 중 식중독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영양사와 조리사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면허가 취소되는 불이익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이를 지시한 학교장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법적 근거로 인한 '원칙적 불가 입장'에 부딪히자 이번에는 긴급돌봄학생의 점심식사와 함께 교직원 중식을 요구했다. 실소가 나오는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돌봄교실 학생들의 급식이 필요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개학을 한 지금뿐 아니라 매 방학 때마다, 사실상 ‘일상적으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돌봄교실학생들은 방학 때마다 외부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먹거나, 위탁 급식으로 충당해왔다. 그렇게 걱정되고 중요한 학생들의 점심식사가, 어째서 이제야 신경이 쓰인다는 말인가.

 

더구나 정상적인 개학을 했다면 학교급식으로 따뜻한 식사를 했을 취약계층 학생들이 편의점 김밥 등으로 한 달이 넘게 끼니를 때우고 있던 시기였다. 정녕 이 학생들보다 교직원들이 더 자신들의 점심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었을까.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열린민주당의 강민정의원은 아예 지난 7월 1일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급식 대상을 ‘재학생’으로 규정했던 학교급식법 제4조 내용을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과 그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는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원칙도 깨버리라고 요구하는 교육계의 파렴치함을 보았다.

코로나로 급식 인원은 줄었지만 급식 노동자들의 급식업무는 줄어들지 않는다.
코로나로 급식 인원은 줄었지만 급식 노동자들의 급식업무는 줄어들지 않는다. ⓒ정치하는엄마들

코로나19 상황 속 급식노동자들의 근무상황 및 학교급식법 제4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법 개정과 교직원·긴급돌봄학생 대상 급식 확대부터 추진하는 건 성급했다. 피급식자가 50명이든 1,000명이든 학교급식 제공을 위한 일련의 노동 과정은 똑같다. 흔히 범하는 오해 중 하나가 급식 인원수가 적으면 급식업무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인데, 급식실은 매일매일 하수구의 모든 음식찌꺼기를 꺼내 물기 하나 없이 싹 말려야 비로소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피급식 인원은 적더라도 조리와 배식을 위해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은 달라지지 않으며 따라서 매일 청소해야 하는 면적도 동일하다.

학교급식을 긴급돌봄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매일매일 학교에 오는 돌봄교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방학에도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위한 급식을 먼저 걱정해야 했다. 학기 중 강한 노동에 시달리는 급식노동자를 먼저 헤아려야 했다.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여 학교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하기 전에 지금 돌봄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를 포함한 교육공무직은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노동자다. 교육공무직이 소속된 노동조합인 교육공무직본부는 그동안 ‘방학중 비근무직종’을 ‘상시근무직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지금처럼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방학 중 비근무직종으로 방학에는 무급휴가를 겪고, 학기 중에는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한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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