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장하나)

[장하나의 눈]비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대한민국에서 깨끗하게 하는 어린이집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교재·교구비에서 남겨먹고, 다 대표자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거 알면서 다 계약했잖아요. 원장들… 나는 잘못한다고 생각 안 해요. 내가 그 돈 먹었다면 잘못이지만 나는 그거를 먹지 않았고, 난 페이백(pay back)한 적도 없어요. 다 회사에서 지이앤 회사로 다이렉트로 했기 때문에 공급가가 얼마인지도 몰라요.” 경기 남양주의 한 민간어린이집 현직 원장 손아무개씨가 한 말이다. 이 녹취록과 녹음파일은 검찰에 증거로 제출됐다. 고발인은 정치하는엄마들이다. “현실적으로는 어린이집이 사업장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희가 비영리법인인 어린이집과 성과급 계약을 했으면 문제가 되죠. 어린이집이 아니라 원장이랑 했잖아. 원장이랑.” 지이앤 남아무개 대표가 YTN 취재진에 한 말이다. 지이앤 소속 어린이집에 고용된 원장들은 불법 리베이트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았으니, 적극적으로 불법에 가담한 공범이다.
 

지난 7월 YTN은 ‘민간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A사와 불법 리베이트 실태’에 대해 7차례 보도했다. 그 A사가 녹취록에 등장하는 (주)지이앤이라는 회사다. 민간어린이집 50여 곳을 위탁운영하며, 교재·교구 납품업체와 특별활동 강사파견 업체에서 페이백 방식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국가가 지급한 보육료(교재·교구비, 급식재료비 등)와 부모부담금(특별활동비·현장학습비·행사비 등)을 편취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제보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이앤이 불법 편취한 금액은 아동 1인당 월 10만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지이앤 소속 어린이집의 총 아동 수 4921명이니 매달 약 5억원, 연 60억원 이상의 불법 수익을 낸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집 소유주들이 이런 알짜배기 이권을 순순히 내어줄 리가 없다. 지이앤 소속 어린이집 54곳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33곳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채권최고액은 총 169억원에 달한다. 투입한 자본금은 약 170억원이고 연간 60억원을 회수하니 수익률은 무려 35%에 달한다. 유치원·어린이집의 불법 리베이트는 수십 년간 지속됐다. 교육부·교육청·복지부·지자체 공무원들의 무능, 직무유기, 공모, 방조에 의해 양육자들의 돈이 털리고,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범죄소굴에서 자라났다. 아동 한 명당 수백만원씩 돈을 떼이고, 나라살림까지 좀먹은 악질적인 범죄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지이앤 사건은 한 명의 제보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이앤 소속 어린이집에서 불법 행위를 거부한 이유로 해고당한 신아무개 원장의 소신과 용기 덕분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지이앤과 소속 어린이집 대표자·원장 전원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사기죄로 고발할 수 있었다. 신 원장은 단지 아이들 앞에 떳떳한 원장선생이고자 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그렇다. 지이앤 사건은 어린이집 50곳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집이 돈이 되니까 거대 자본이 냄새를 맡고 틈입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 3법이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이 K-에듀파인을 쓰게 된 것처럼 모든 어린이집에 국가관리 온라인회계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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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008141422261&code=124&code=124&artid=202008141422261&pt=nv&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_share#c2b#csidxfbb867e07f52853a43a01335252ee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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