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청소년들의 불안과 고통, 우리 사회는 과연 진지한 문제로 다루고 있는가 - 연이어 보도된 청소년 자살 사건들을 마주하며
지난 6월 21일, 부산에서 고등학생 3명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고인들이 남긴 유서에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표현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30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입시학원에서 한 고등학생이 자살했다. 원인 조사가 더 이루어져야겠으나 고인은 심한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고 한다. 우리는 돌아가신 분들에게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아 깊은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과 지인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사건 이후 최근 청소년 자살과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와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죽음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교육부 집계상 2024년 초·중·고 학생 자살은 221명으로 조사 시행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소년 사망원인에서 자살은 부동의 1위이며, 198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청소년들의 죽음이 한번씩 사회적 이슈가 되곤 했다. 이토록 고질적인 문제가 왜 계속되고 있는지를 따져 물을 일이다.
한국 사회가 청소년 자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과 태도부터 돌아봐야 한다. 본래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원인과 과정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는 너무 단순하게 죽음의 원인을 규정하려 든다. 근래에는 청소년 자살 사건에 대해 ‘학교폭력이 있었는지’부터 묻곤 하는데, 6월의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손쉽게 책임을 돌리고 손가락질할 대상을 찾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학교폭력이 있던 경우, 물론 폭력과 괴롭힘은 심각한 잘못이며 가해자에게 마땅히 책임을 지워야 한다. 다만 그 피해자가 도움을 청하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데는 사회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문제도 결코 작지 않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심지어 한국 사회는 청소년 자살 사건에서 그 외의 원인들, 가령 가정 내의 폭력·학대, 학교에 의한 폭력·괴롭힘, 극심한 경쟁교육, 소수자 차별·혐오, 청소년이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환경 등이 지목될 때는 무관심하거나 무능한 모습만을 보여왔다. 과연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죽음, 그리고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불안과 고통을 진지하게 문제시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너무 늦었지만, 청소년들의 불안과 고통에 정부와 온 사회가 응답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삶과 권리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너무나 부족하다. 이제라도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불안과 불행을 배양하고 조장하는 경쟁적 교육을 개혁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게 제도적·문화적 개선을 꾀하고, 위기에 처하고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 누구나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도 한때의 화제로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책임있는 논의와 대책 마련을 간절히 촉구한다.
2025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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