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 류하경의 불온한 사건첩] 용역에 맞고 물건 부서져 '살려달라' 한 것이 공무집행방해가 됐다

프로젝트

2008년 5월 서대문구

 

2008년 5월 대학 '대동제'는 내 생에 중요한 기억으로 남는다.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축제다. '대동제' 말 그대로 크게 하나 된다는 뜻이다. 소위 '운동권'이 독재와 싸우던 90년대 초반까지는 학생, 학내노동자, 지역주민, 사회단체 다 초대하여 학교 안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밤새 놀았다고 한다. 크게 하나 되는 '대동제'였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와 학내 운동권은 소멸하고 탈정치화 되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뤘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 경쟁이 심해져서 그렇다.

 

2008년 5월 대동제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시 '크게 하나 되는 축제'를 만들어 보려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부터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 처우개선, 노동조합 조직화 운동에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2008년 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2008년 5월 대동제때는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대동제 천막 주점을 열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장사를 해봤어야 말이지. 

 

한 줌 남아있던 학내 운동권이 상시적으로 연대하던 노점상 단체가 있었다. '서부노련'이다. 상급단체는 '민주노련'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이 정식명칭이다. 서부노련은 민주노련의 지역조직이다. 명지대, 서강대, 연세대, 이대, 홍대가 모여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 연남동, 신촌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의 결사체다. 수십 년 오랜 빈민운동의 핵심이다.

 

서부노련 노점상 분들과 학생회, 엄밀히 말하면 운동권은 당시 이명박 정권 비판 데모도 같이 나가고 인근 이랜드-홈에버 비정규직 투쟁 때도 연대활동하러 가서 만나고, 그런 걸 떠나 평소에 거리에서 김밥, 떡볶이, 순대, 모자, 가방, 티셔츠를 사고 팔며 웃고 떠들던 사적인 사이다. 이 노점상 분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장사의 신'이 아닌가. 대동제에 함께 해야 할 0순위 이웃이었다. 

 

대동제가 시작되고 캠퍼스에 일자로 뻗은 넓고 긴 대로에 예년과 같이 학과, 학부, 동아리들의 주점이 차려졌다. 2008년 그땐 총학생회에서 대표들이 결의하여 올해 대동제의 취지를 상징하는 '중앙장터'를 학생회 주관으로 세우기로 했다. 캠퍼스 큰길 한 가운데 가장 대목자리인 학생회관 앞이었다. 서부노련과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 노동조합 그리고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중앙장터'였다. 청소·경비 노동조합은 100년 넘는 대학 역사상 최초로 생긴 지 몇 달 남짓이었다. 학생들은 재료 준비며 요리며 우왕좌왕했다. 그곳에 서부노련이 등장했다. 다른 장터 천막들에 비해 요리속도, 맛, 서비스가 어땠을까. 가히 압도적이었다. 어찌 불공정 거래가 아닐 수 있으리. 

 

사전에 총학생회에서 결정하기를, 수익금은 민주노련과 공공운수노조(청소·경비노동자 소속 노동조합)가 반씩 가져가서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쟁취 활동에 쓰는 것으로 했다. 먹는 사람, 파는 사람, 자리를 만든 사람 모두 행복한 '대동제' 크게 하나 되는 자리였다. 나는 기타를 쳤고 다 아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그리고 민주노련은 자기 몫을 신생 노조에 다시 전액 기부했다. 당시 몇 명 안 되는 운동권이지만 정파가 있었다. 이 5월엔 특별한 의미 없이 함께 즐거웠고 기뻤다. 현장에서 살아있는 서부노련, 공공운수노조, 그리고 그들과 같은 이정표를 가는 우리들이 '동지'였기 때문이다. 같은 뜻을 가진 친구가 '동지'다. 

 

이경민 선배라고 있었다. 당시 서부노련 사무국장이었다. 고된 일을 도맡아 하고 학생들과 형제, 남매, 친구하며 지내던 사이다. 나는 형이라 부르며 따랐다. 

 

15년 뒤 서초동 

 

"피고인 최영찬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 최인기를 징역 1년 2개월에 처한다." 

(그 밖의 피고인들 4인 선고내용 생략) 

- 2023년 7월 19일 서울고등법원 제302호 법정,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항소심 선고일.

 

최영찬은 민주노련 위원장이다. 최인기는 민주노련 수석 부위원장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보건대 내용과 형식, 외관이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화석 같은 투쟁이 두 가지 있다. 재개발 철거 투쟁, 노점상 투쟁이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이후 국가는 여전히 아무 관심이 없고 그리하여 건설, 상업 자본은 더 악랄해졌다. 의회, 지자체는 여기 빌붙어 표, 돈을 받아먹고 연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가장 진보한 최대치의 투쟁이다. 정치인? 웃기는 소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사회안정'을 걱정하며 우리를 탓한다. 법대로 안 해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재판 연극. 빈민운동이다.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한번 고양이를 물 수 있다고 한다. 노점상들은 한번이 아니라 매일같이 궁지에 몰려서 덩치가 큰 용역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물건들을 파괴당했다. 이러다가는 도저히 죽을 것 같아서 대항했다. 소리도 치고 밀기도 하고 저항했다.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제발 좀 도와달라고 우리를 좀 살려달라고 집회를 열었다. 이게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되어 있다.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우리 사건 재판부는 대법원 제3부(가)[대법관 오석준(주심·1987년 사법시험 합격), 안철상, 노정희, 이흥구]다. 글을 쓰는 현재 선고 전이다. 

 

항소심 선고 당일 오후 2시 20분 선고를 듣고 와서 사무실 소파에 쓰러져 2시간을 잤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운 적이 있었을까. 방청 온 수십 명 노점상 동지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1층 광장이었다. 선고 결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변호인으로서 설명을 해야 했다. "많이 기대들 하셨을 텐데"라고 말하고 나니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잠시 가만히 있었다. 참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다음 하려고 했던 말이 "변호사가 능력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말씀 드리고 울어버렸다. 다가오는 사람들 손을 잡고, 안았다. 승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서러움 때문이 더 컸다. 서럽고 억울하다. 이렇게들 사는 게, 고작 법원 판사에게 삶을 판단 받는 게. 이겨도 져도 이 설움은 마찬가지다.

 

조항아 민주노련 사무처장이 안아주니 더 울음이 났다. 이경민 형이 다가와서 손을 꽉 잡아줬다. 수고했다고 말한다. 이경민 형은 서부노련 지역장이자 민주노련 위원장 직무대행이다. 한결같이 사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호사는 법률 따위라도 연구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 노력한다. 온 힘을 다한다고 느끼지만 '그래봐야 판사가 보겠나' 회의가 커진다. 판결이 이상해서 그렇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철거주체인 구청들은 행정대집행법상 이 사건 강제철거 필요성이 크지 않은 반면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즉시철거를 강행했고, 핵심 절차들을 상당히 위배했으며, 철거 과정에서 목적 달성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용역깡패'들을 동원해서 말이다. 이에 저항하는 우리의 행위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가 되었다. 형법에서는 정당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저항하는 행위를 '정당행위', '정당방위'라 하여 처벌하지 않는다. 당시 구청 공무원, 용역깡패들은 누구도 조사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대법관들에게 글로 이렇게 호소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심은 행정대집행법, 도로법의 예외규정을 잘못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행정 비례의 원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간과하여 이 사건의 경우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심리조차 하지 않았거나 전혀 판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본 변호인은 위와 같이 법률적으로 명백한 부분들만을 설명 드립니다. 노점상들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사회적 연대의식을 배제하더라도 법률가적 양심으로 귀 재판부께서 원심을 파기하여 주실 것으로 기대하여 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2년 8월 16일 서울 남평화시장 앞에서 구청의 노점상 철거에 반발한 상인들이 굴착기 앞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무자비한 철거가 왜 위법한지, 우리는 왜 정당방위였는지

 

강제철거 관련 법률은 주로 행정대집행법, 도로법이다. 행정대집행법을 먼저 알아보자. 제2조는 '실체적 요건'인데 쉽게 말해 강제철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어떤 건지에 대한 규정이다. "다른 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확보하기 곤란하고 또한 그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 강제철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구청은 사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노점상들이 거리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약속했고 몇 가지 서로 간의 이행 조건을 들어서 합의서까지 썼다. 그런데 구청장이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대화도 전면 거절한 채 밀고 들어와서 노점을 부수고 물품들을 가져갔다. 구청들은 이 사건 폭력적인 수단 외에 협의 등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

 

한편 위 법률 규정 상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한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수년 또는 십 수년째 이 사건 거리에서 피고인들이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심히 공익을 해했다는 사정을 검사가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심히 공익을 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소 간의 통행불편, 일부 건물상인들의 불만, 시민들의 호불호 등이 있을 수는 있으나 행정대집행법상 강제철거 요건은 "심히" 공익을 해할 것이다. 무자비하고 기습적인 강제철거를 할 만한 실체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절차적 요건을 살펴보자. 법원은 아래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중대·명백한 하자가 아니라고 보았다.

 

첫째, 행정대집행법은 제3조 제1항에서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아니할 때에는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서 계고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구청들은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지도 않았고, 각 공소사실 사건시에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계고장'을 문서로 교부하지도 않았다. 일부 교부 시도를 하였으나 피고인들을 포함한 노점상들이 거부하여 교부하지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예 교부 시도조차 하지 아니한 공소사실 사건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심리를 세밀하게 하지 않고 싸잡아서 다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하고 말았다. 계고장을 스티커로 노점 천막에 부착만 하고 간 경우에도 행정대집행법 시행령 별지 제1호서식 계고장을 따르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위 서식의 필수적 기재사항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계고 절차는 전체적으로 무효다. 그런데 법원은 그저 전체적으로 계고절차에 문제가 없다고만 하였을 뿐 각 공소사실 사건시별로 소상히 사안을 적용하지 않았다. 심각한 심리미진이었다. 

 

둘째, 행정대집행법은 제3조 제2항에서 '대집행영장으로써 대집행을 할 시기, 대집행을 시키기 위하여 파견하는 집행책임자의 성명과 대집행에 요하는 비용의 개산에 의한 견적액을 의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구청들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1심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된바 공무원들 및 용역원들은 대집행영장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셋째, 행정대집행법 제4조 제1항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대집행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구청들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 대집행을 여러 번 했다. 

 

넷째, 행정대집행법 제4조 제2항은 '행정청은 대집행을 할 때 대집행 과정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현장에 긴급 의료장비나 시설을 갖추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1심 증인신문 당시 공무원, 용역원들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자백했다. 검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다섯째, 행정대집행법 제4조 제3항은 '대집행을 하기 위하여 현장에 파견되는 집행책임자는 그가 집행책임자라는 것을 표시한 증표를 휴대하여 대집행 시에 이해관계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1심 증인신문 당시 공무원, 용역원들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모두 자백했다. 역시 검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위와 같이 강제철거는 대부분 행정대집행법상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결여한 채 무자비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법원은 모르쇠다. 나아가 법원은 이처럼 폭력적이고 절차도 지키지 않는 강제철거에 적극적으로 면죄부를 주는데 그 근거 법률이 바로 도로법 제74조 '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 조항 즉 행정대집행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특수 예외규정이다. 그러나 법원은 아래와 같이 위 예외규정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함부로 남용한다.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 제1항은 '도로관리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절차에 따르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도로에 있는 적치물 등을 제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법 같은 조 제2항은, 위 제1항에 따른 적치물 등의 제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는 도로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한다. 즉 '행정비례의 원칙'이라는 법치주의 필수법리,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위 예외규정을 특정상황(도로법 제74조 제1항 각호)에서 특별히 적용시켜 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구청들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지 아니하여 행정비례 원칙을 모두 위배했다. 밤낮없이 깡패들을 동원해서 천막을 부수고 끓는 기름통을 뒤집고 흉기를 소지한 채 상욕을 퍼부으며 집단 구타했다. 사진과 영상 증거로 모두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같은 법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제거된 적치물 등의 보관 및 처리에 필요한 사항, 반환되지 아니한 적치물 등의 귀속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한다(도로법 시행령 제75조). 그러나 구청들은 적치물의 보관 및 처리, 반환되지 아니한 적치물 등을 폐기하거나 압수하여 돌려주지 않는 등으로 위 제3항을 전부 위배했다. 공무원들도 자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도로법 제74조 제2항, 제3항을 모두 위배한 이 사건 공무집행 즉 무자비한 강제철거는 도로법 제74조 제1항 특례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칙으로 돌아가서 행정대집행법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구청들은 전혀 그리 하지 않았다. 검사도 반박하지 않았고 판사도 아는 사실이다. 즉 이 사건 공무집행 절차위반 행위들에 도로법 제74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를 간과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개발 철거든 노점 철거든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의 강제 철거 형사재판에서 매번 일어나는 일이다. 진짜 가해자는 공무원과 용역깡패, 진짜 피해자는 철거민, 노점상인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들의 지위를 바꾼다.

 

법대로 하자면 이렇다. 공무원들과 용역깡패들은 (특수)폭행죄, (특수)상해죄, 재물손괴죄, 절도죄, 직권남용죄의 공모공동정범이고 철거민, 노점상들은 폭행사실 인정되나 위법한 공권력행사에 대한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다. 이것이 변호인의 의견이다. 

 

구청들이 지켜야 했을 '행정비례의 원칙'이란 무엇인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공권력행사는 과잉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는 당연히 행정대집행의 영역에서 적용된다. 이를 행정법에서는 '비례의 원칙'이라고 표현한다. 비례의 원칙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적인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행정기본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행정비례의 원칙은 법치주의의 뼈대이자 에너지원이다. 

 

법치주의(法治主義-rule of law, nomocracy)는 근대 입헌 국가의 통치원리로서, 권력 분립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국민의 주권을 대표하는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국가 활동이 규율되며, 법의 지배원리에 따라 규범의 잣대로서 폭력이나 인간의 주관이 아닌 법을 적용하여 불가침성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달성케 한다는 원리다. 법치행정은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따라 행정을 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민주행정을 의미한다.

 

즉 법치행정은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회의 뜻에 따라 행정을 하므로 민주행정의 의미를 지닌다. 법치행정은 또한 국민의 기본권을 행정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 행정으로부터 국민이 입는 피해를 구제해야 하며, 행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능이 있다. 특히 행정대집행은 행정상 강제집행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쉬우므로 반드시 법치행정의 원칙이 관철되어야만 한다. 

 

한편 구청들의 행정대집행이 적법한 공무집행의 범위를 넘어서 과도한 수단과 방법을 강행하였다는 점은 정부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권력의 필요최소한의 강제력 행사라는 행정대집행법의 취지와 달리 자의적으로 해석 · 경시되고 있는 조항을 보완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고자 한 노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경 ① 대집행 계고 시 10일 이상의 최소의무이행 기간 도입 ② 공무원이 대집행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실행 후 대집행실행자 인적사항, 실시현황 등을 기재한 대집행 조서 작성의무 부여 ③ 대집행 의무자가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퇴거 등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완료된 후 대집행 실행 ④ 국민의 신체·재산에 중대한 위해나 손해가 명백할 경우에만 행정청에 대집행 실시의무 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대집행법' 전부 개정을 추진했다(행정안전부 행정대집행법 전부개정법률안). 이 사건과 같이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국민 인권 침해가 빈번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4월경 국회의장에게 결정문으로서 "행정대집행 계고 시 최소한의 의무이행 기한 도입, 공무원의 행정대집행 현장 입회·감독, 기상특보 발령 시와 공휴일에 행정대집행 금지, 집행 정지 효력이 있는 이의신청 제도 도입, 의무자의 퇴거 조치 완료 후 행정대집행 실행 등을 신설하는 '행정대집행법 전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986호)에 대하여 조속한 논의를 거쳐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나아가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7호 등 국제인권기준은 강제퇴거는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고, 강제퇴거로 인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는 강제퇴거와 관련한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입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행정편의를 위하여 혹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로 행정청이 공권력을 남용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통된 입장이다. 

 

우리나라 '행정대집행법'의 연원인 일본에서는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방지하고 국가의 강제력을 최소화고자 행정대집행법을 제정하였고 강권발동의 이미지를 주는 행정대집행을 실행하기 전에 행정지도, 정보제공 등 다른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김아름, '국민의 권익보장을 위한 행정대집행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2015)].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경우 노점상 철거가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수단으로서만 달성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 사건 구청의 행정대집행 과정을 다룬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행정대집행법에 대한 개선안 연구(2016)'에서도 노점상들의 적극적인 협의 의지와 대화 요청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구청은 안전하고 깨끗하게 장사할 수 있게 하는 상호 간의 합의내용들을 모두 파기하고 법률상 절차도 위배하면서 기습 침투하여 전부 파괴하고 말았다.

 

법원의 고민 

 

법원은 아마도 사회질서에 대해 고민을 하신 것 같다. 피고인들과 같은 노점상들의 저항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기에 만약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선처를 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또 이런 혼란이 계속 반복될 것을 걱정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 공무집행의 방식과 내용 정도는 위법하지 않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어떤 선례가 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공권력이라는 공인된 폭력은 헌법과 법률에 엄격히 따라야 한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한다. 이를 어기거나 과잉된 경우 국민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우리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역사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원의 잣대는 상대적으로 국민에게 보다는 국가공권력에 더 엄격하고 날카로워야 한다. 물리력의 차이, 사회적 영향력의 차이가 비교도 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청과 용역대원들에게 관대했다. 그것은 자동으로 노점상들에게만 형사책임을 지우는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판결이야말로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잘못된 선례가 아닐까. 

 

치외법권적인 법절차 생략과 야만적인 폭력이 별문제 없다는 싸인을 준 것이다. 이렇게 공권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용기를 준 것이다. 이 사건 공무집행과 같은 형식과 내용은 과하다, 이렇게 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남겼어야 했다. 피고인들과 같은 약자들이 벼랑 끝에서 저항하며 실정법을 어기는 행위를 한 것은 맞다고 해도 이렇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안되니까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겼어야 했다. 법원의 고민은 지금도 있을 것으로 본다. 부디 고민이 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국가를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행정대집행법, 도로법을 앞세워 이 사건처럼 100여 명의 용역깡패들이 흉기를 들고 국민을 위협하는 행위가 적법하다고 확언되지 않기를 대법원에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 2017년 4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노점탄압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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