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 (14)]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대표 "양육 환경·기업 문화 바뀌고 청년 행복 우선돼야"

프로젝트

'독박 육아', '고용 환경'이 저출산 원인…환경 바뀌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어
청년 삶 보존도 우선돼야… 행복해질 수 있는 근본적인 것에 집중 필요

 

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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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역대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2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합계출산율 꼴찌 국가’ 꼬리표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원인 파악과 정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 <뉴스투데이>가 두 자녀의 엄마이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공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민아 대표를 만났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엄마’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민단체다. 현 세대, 미래 세대를 포함해 모든 세대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이들이 뜻을 모아 △아동 권리 △양육자 권리 △성 평등 △환경보건 등 여러가지 활동에 참여한다. 

 

그중 박민아 대표는 ‘핑크 노 모어(Pink No More)’ 캠페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하는엄마들에 발을 내딛게 됐다. 

 

핑크 노 모어 캠페인은 여아용은 분홍색, 남아용은 파랑색으로 나눠 제품이 나온다는 문제점에서부터 출발했다. 박 대표는 당시 캠페인을 접한 뒤 그동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하는 엄마들 가입을 결심했다. 이후 공동 대표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저출산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독박 육아’와  ‘고용 단절’을 꼽았다. 또 젊은 세대들이 현재 삶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점도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즉, 양육 및 기업의 문화가 변화하고 젊은 세대의 행복이 우선시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저출생’으로 표현했다.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저출산은 ‘아이’가 아닌 ‘출산을 하는 여성’에게 관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곧 ‘네가 출산을 안 하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거야’라는 식으로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뉴스투데이>는 법적 용어로 ‘저출산’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학문적으로 ‘출산’과 ‘출생’의 개념이 다른 점을 이유로 ‘저출산’을 사용했다. 

 

다음은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Q.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둔 엄마로서 생각하는 저출생 원인은 무엇인가. 

 

A. 원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하나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긴 어렵다. 다만 두 아이의 양육자로서 답하자면, ‘독박 육아’와 ‘고용 단절’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서 돌봄을 수행하려면 ‘누군가’는 필요한데, 보통 그 누군가는 여성에게 전가된다. 육아 도움을 요청할 곳마저 없다면 결국 여성은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회귀해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이러한 노동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생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기관도 부족한 실상이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엄마들이 직장을 가장 많이 그만둔다. 그전까지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아이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수업이 1시에 끝난다. 보통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은 6시다. 이를 보는 젊은 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만한 세상 아니다’라고 느끼고,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하나만 키우면 돼’라고 생각하게 된다. 

 

Q. 현재 정부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만 0세에게는 월 70만원, 만 1세에 대해서는 월 35만원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100만원과 50만원으로 확대된다. 부모급여 확대가 저출생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A. 이미 결혼을 했고 출산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 유도책으로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현금성 정책들은 전부 ‘실패’에 가까웠다. 이미 자자체에서 여러가지 현금성 정책을 펼쳐왔지만, 출산율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 그저 손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물어 봤을 때,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독박 육아와 고용 단절, 그리고 이러한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100만원을 주고 50만원을 준다고 아이를 낳을까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혀 유도책이 되지 못한다. 

 

Q. 부모급여가 확대될수록 저소득 여성은 되려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가정 양육이 늘면서 어린이집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아이의 정서상 가정 돌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가정 돌봄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 급여 100만원을 준다고 ‘나 이제 직장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나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양육자가 얼마나 있을까. 현재 육아휴직을 쓰고 받는 임금 자체도 최저시급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100만원이 돌봄의 가치를 너무 저평가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육아는 고강도의 노동이다. 차라리 부모 급여가 차라리 더 높아져서, 일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른다면 되려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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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사진=뉴스투데이]

 

Q. 육아기 단축근무 대상 및 기간도 확대되는 등 ‘워크맘’을 위한 지원 정책도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사실 법적으로 정해진 육아휴직조차 중소기업에서는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실상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나. 

 

A. 대부분이 다 고용 단절을 겪었다. 나는 그동안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회사에 다녔었다. 물론 출산휴가와 육아휴가가 계약서에는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쓰지 않는, 상상의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육아휴직을 쓰고 싶은 의사를 밝히니, 무급으로 한 달 쉬고 오라고 하더라. 당시 유산기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친구의 경우,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갔는데 책상이 없어졌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회사 인사팀과 복직한다고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그 친구는 그날 권고사직을 당했다. 흔한 일이다. 이밖에도 진급에서 불이익을 겪는다던가, 부서이동 또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일이 잦다. 그나마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10% 정도로 더욱 심각하다. 

 

Q.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기업문화 관련 지원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A. 먼저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잘못된 것 같다. 휴가와 휴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만큼 ‘출산을 하고 돌봄 노동을 시작하는구나’가 아닌 ‘쉬다 왔구나’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반대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신청서를 제출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쓰는 게 너무 당연해지도록 말이다. 또 출산휴가도 남녀 모두가 쓸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출산휴가가 출산 후 자기 몸을 돌보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이라면, 막 태어난 아이를 돌볼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와 내 몸을 동시에 돌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낮다는 점도 문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없도록 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에게는 대체 인력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Q. 한국에서 자녀 1명을 만 18세까지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3억65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 8세 미만 까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30개국이 15세 이상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A. 양육비가 많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구간이 8세부터다. 학원 뺑뺑이와 함께 들어가는 사교육 비용이 엄청나다.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나, 사교육비에 대한 지출을 줄여주는 것이 더 중점이 돼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여러 활동을 통해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보다도 중요한 건 질적인 부분이다. 질적인 부분도 간과하지 않기 위해 학교의 예산, 인력 등을 충분히 지원해줬으면 한다. 

 

Q. 미혼가정의 어려움도 클 것 같다. 저출생 대책 또한 대부분 혼인 가정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엄마와 아빠, 아이를 흔히 ‘가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밖에도 미혼모, 미혼부, 다문화 가정 등 여러가지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특히 미혼부의 경우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어서 법정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구성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모두가 소외 받지 않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즉, 저출생 정책이 ‘아동’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Q. 최근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돌봄·가사노동 부담이 줄어 저출생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저출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A. 정치하는엄마들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들여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육아 노동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현재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또 이런 경우엔 수요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같다면 굳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써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실제 싱가포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저출생 정책을 펼쳤지만,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를 정부에서 다 알고 있음에도 왜 이런 정책을 펼칠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너네는 나가서 노동을 해. 경제적인 활동을 해서 이익을 창출해. 애는 우리가 봐줄게. 노동은 노동대로, 돌봄은 돌봄대로’와 같이 이원화시키는 정책에 불과하다. 부모들도 가능하다면 아이를 가정에서 키우고 싶다. 노동시간 단축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노동시간은 계속 늘리면서 돌봄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저출생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Q. 앞으로 저출생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A. 결국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해질 수 있는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경우, 결혼할 생각도 없고 자녀 계획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무엇 하나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경쟁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힘든 것에 비해 현재가 내 삶이 너무 대단치 않은 삶인 것이다. 여기서 오는 무력감이 단지 ‘돈 얼마 줄게’라는 정책으로 해결될 순 없다. 결국 청년 정책이 저출생 정책이다. 정말 저출생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젊은 세대들에게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보전해주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인생이 좀 살만 해지면 미래 세대도 생각하지 않겠는가.

 

Q. 정치하는 엄마들이 저출생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나 목표가 있다면.

 

A. 정치하는엄마들이 하는 모든 활동이 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고, 저출생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래 세대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 성 평등, 아동학대 등에서 여러 가지 대응을 하고 있다. 또 계획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기사 댓글창을 닫는 사업이다. 성 폭력 피해자분들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연예 기사처럼 사회 기사에서도 댓글창을 닫도록 활동하려 하고 있다. 미래 세대와 현 세대를 포함해서 모두가 그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존재 자체로 인정 받고, 이 사회에 온전히 우뚝 발을 딛고 서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뉴스투데이 | 서예림 기자] 기사 전문보기
https://news2day.co.kr/article/2023090650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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