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출생통보제’ 지지부진한 사이, 존재 몰랐던 영아 3명 하늘로

프로젝트

출생신고 안된 2015~2022년생 2236명
3명은 이미 사망·학대피해 뒤늦게 확인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021년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아동학대 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대 피해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읽자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021년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동학대 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대 피해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읽자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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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우리 사회가 존재조차 몰랐던 영아 3명이 이미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출생 사실을 병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또다시 강조했지만, 정부가 근거법을 국회에 발의한 지 1년3개월이 넘어가도록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병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 안된 23명 중 3명은 이미 사망

 

 

감사원은 22일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2236명 가운데 23명을 조사해보니 3명은 이미 숨졌고 1명은 유기된 상태라고 밝혔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더라도 비(B)형 간염 예방접종을 위해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 감사원은 2015~2022년에 태어난 영유아 가운데 이런 번호만 있고 출생신고가 안 된 2236명을 추렸다. 그중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됐거나 보호자가 연락을 거부하는 등 학대 위험이 높아 보이는 23명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 가운데 2018·2019년에 각각 태어난 영아 2명은 경기도 수원의 가정집 냉장고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두 아이 친모인 30대 ㄱ씨는 살해 혐의를 인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영아는 생후 76일께 영양 결핍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영아를 임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에 유기한 학대피해 아동(2015년생)도 뒤늦게 발견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만 18살 미만 아동은 의료·복지·교육 등 성장하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대와 방임,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날 감사원 발표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지난 4월 발표한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방향’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아동이 태어난 의료기관의 장이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시·읍·면장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에 대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아동 99.8%(2021년)가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므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아동보호 사각지대를 대폭 좁힐 수 있다.

 

 

무관심 속 국회에 방치된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법안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모가 신고할 수 없는 경우 동거 친족,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도 신고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모 대신 출생신고를 하긴 어렵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외면해도 예방책이 없다는 의미다. 영국·독일·미국 등에선 의료기관이나 제3자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해당 국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운영 중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지난 10여년간 한국 정부에 이런 제도 마련을 수차례 권고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2022년 3월 법무부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국회에 돌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복지부와 법원행정처 등 관계 부처가 정부안을 함께 만들어 국회에 넘겼다”며 “국제기구에서도 계속 (출생통보제) 권유가 들어오고 있어 상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국회에서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 다수도 출생통보제 도입을 뼈대로 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의사나 의료기관 등이 출생사실을 지자체장에게 통보하도록 한 법 개정안은 10건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2021년 1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8살 딸을 어머니가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뒤 발의됐다. 그럼에도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이 1천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에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감사원이 생사를 확인한 23명 이외에 ‘임시 신생아 번호’로만 존재하는 2015~2022년생 아동 2213명에 대해서도 경찰청·지자체 등과 협의해 소재 파악을 비롯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천호성 기자 [email protected] 장예지 기자 [email protected] 신민정 기자 [email protected] 이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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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97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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