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정치하는엄마들 서성민 활동가] 스쿨존 사고, 안타까운 사망... 이 사람들이 막을 수 있다

프로젝트

전국 지자체장·경찰에 드리는 공개 편지... 현행법상 여러분에게 주어진 책무, 이행하십시오

 

저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이자, 아이들의 양육자입니다.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스쿨존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가족과 이들을 지켜보며 함께 힘들어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편지를 씁니다. 



스쿨존 사고에 지자체장과 경찰 관계자에게 왜 편지를 쓰냐고요? 몇 년째 반복되는 스쿨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능률적 운영을 기하는 국가공무원일 뿐만 아니라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고에 관해선 도로교통법상 직접 그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자입니다. 주권자가 여러분에게 위임한 권한을 이용해 책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안타까운 죽음도, 스쿨존 사고 발생시 아이와 유가족을 향해 늘상 행해지는 무자비한 비난도 막을 수 있습니다. 





헌재의 지적 "후진적 차량 중심의 문화"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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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수원시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신호를 위반해 우회전 하던 버스에 9살 은결이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전인 4월에도, 더 이전에도 계속 스쿨존에선 음주운전, 부실한 시설(안전펜스)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사망했습니다. 



스쿨존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1995년부터 운영돼왔습니다. 그럼에도 2020년 기준으로 5년간 스쿨존의 교통사고는 약 2458건에 달했습니다. 저는 많은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고, 처벌의 수위를 강화하는 취지를 담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른바 '민식이법')이 개정에 찬성했습니다. 



더 강화된 법률 속에서도 여전히 스쿨존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망하는 일들을 보며 저는 마음이 너무 힘들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이에 대해, 올해 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민식이법에 관한 합헌결정을 했습니다. 저는 결정내용 중 두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보행 중 사망자의 비율 및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가 최근까지도 매우 높은 편이고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 하는 후진적인 차량 중심의 문화다."

"운전자가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운행방식의 제한을 받는데 따른 불이익보다 어린이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예전 헌재가 다른 결정에서 "자동차의 속도·중량 등 그 특성상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커서 자동차를 '달리는 흉기'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 것도 생각납니다. 



교육부·행안부가 합동점검으로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5주간 전국 6247개 초등학교 주변 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와 과속, 학교 주변 통학로 안전 등을 집중 단속한 결과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점검 결과, 학교 주변에 불법으로 설치된 노점이나 통학로의 불법 적치물 등으로 인한 통학 안전 위험요인이 4786건,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와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행위 4만7094건 등 총 5만1880건이 적발돼 53억5000만 원의 과태료와 범칙금이 부과됐습니다. 앞으로도 후진적인 차량 중심의 문화가 계속될 것이며, 어린이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매우 심각한 불안감은 비단 저만의 걱정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문제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이미 드렸습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입구에서 경찰이 행락지 및 스쿨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  지난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입구에서 경찰이 행락지 및 스쿨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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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국가가 우리나라의 후진적 교통 문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급되는 일본·미국·스웨덴·독일의 수준으로 갈 때까지 차량 속도와 교통량을 줄일 수 있는 시설 등을 설치하고, 도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함으로써 보행자의 도로 이용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방법,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안내와 경보를 강화하는 방안, 현행법을 더욱 보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 현재 도로교통법상 '시도경찰청장 및 서장, 시장 등'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면밀히 살핀다면 아주 많은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몇 가지 요청을 드립니다. 



먼저, 도로교통법 제12조 및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규칙에 따라 지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의 보호구역을 지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설치할 수 있는 방호울타리, 미끄럼 방지시설, 도로표지 등이 모두 설치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지정된 보호구역 안에서도 많은 사고와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점이 명확하고, 어린이 교통사고에 관해 많은 전문가들과 자료들이 운전자들의 '인식'을 지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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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인식을 높임과 더불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호구역의 범위를 넓히고, 설치할 수 있는 설비를 모두 갖추는 등 현행법상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최대한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전국 각 지역의 여건이 다르므로, 각 지역에 맞는 어린이 통학로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해 개별 지역에 맞는 안전한 통학로가 확보되고, 고위험 통학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통학로는 전국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알아서 차량을 피해 등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는 '곡예등교'라고 하고, 여러 명이서 같이 등교하도록 맺어주는 '등교친구'라는 단어까지 생겼습니다. 



스웨덴처럼 홈존을 지정해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차량을 통제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도로교통법상 시·도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일정 조건을 정해두고 차량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활용해 각 지역별 통학로 안전대책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이 안전한 통학로를 정해 다닐 수 있게 한다면 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은 어느 길보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2020년 6월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리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방에 안전덮개를 씌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2020년 6월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리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방에 안전덮개를 씌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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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이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노인·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각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최대한의 보호가 필요한 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각 지역에서의 주차문제, 인근 주민들의 항의민원 등의 이유로 적극행정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면 여러분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는 게 도로교통법의 목적임에도 목적 달성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어린이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할 책임을 지며, 어린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어린이안전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때 OO만 했더라면... 그때 OO만 아니었더라면..." 더 이상 부모들이 말하는 그 OO이 여러분께서 사전에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어진 책무를 다해주십시오. 



이 편지에 대해 전국 지자체장·경찰 여러분께서 공개적인 답장을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성민씨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입니다.

 


 

🟣서성민 활동가의 공개편지 전문읽기
https://omn.kr/2429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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