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소수자들이 등장하는 더 많은 기사의 댓글 창을 닫아보자

프로젝트

소수자들이 등장하는 더 많은 기사의 댓글 창을 닫아보자 

성범죄뿐 아니라 성소수자·어린이·양육자·장애 관련 기사도 혐오 댓글 양산
언론사들 포털·유튜브 댓글 비활성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혐오 댓글에 소수자들 대응 어려워

기자강원도 삼척시에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가 지어지고 있다. 이미 공사가 진행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삼척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탄소중립이 전 세계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완공되면 1300만t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1229만t보다 많은 양이다. 

기후위기가 미래세대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삼척블루파워 건설은 삼척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지난달 23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주간경향에 관련 칼럼에서 “11월23일부터 국회 앞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탈석탄행동을 시작한다”며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 기후활동가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 어린이 활동가 관련 기사 댓글 일부. 이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수준의 댓글이 많다
 

느닷없이 이 칼럼에 어린이와 엄마 등 양육자를 혐오하는 댓글이 달렸다. 칼럼의 취지와 큰 관련없는 공격이다. 발전소 건설 반대 근거를 대면 될텐데 이럴 일인가. 해당 칼럼이 1차적으로 설정한 독자가 어린이와 양육자란 점에서 해당 댓글은 폭력적이다. 그동안 양육자들뿐 아니라 다수 교사가 공통적으로 하소연하는 내용 중 하나는 “어린이들과 함께 기사를 읽거나 포털에서 뭘 검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와 엄마 등 양육자 혐오가 일상적이고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말 네이버는 각 언론사 개별 기사 댓글 창에 온·오프(ON·OFF)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고, 지난해 11월 한겨레는 성범죄 관련 기사의 경우 2차 피해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댓글 창을 닫기로 결정했다. 성범죄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댓글 창을 닫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언론계에 일부 공유가 됐지만 양육자들과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이 정도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 성범죄·아동학대 보도는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최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과 대화 중에 들었던 언론사들이 댓글 문제에 더 신경써야겠다는 의견을 전하고 싶다. 언론사들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댓글창 비활성화에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하지만 어린이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소수자들도 해당 언론기사를 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댓글창 비활성화 범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육자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기사를 볼 수 없다.”, “조금만 생각해보거나 모니터링해보면 무조건 혐오 댓글이 예상되는 기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노키즈존 관련 기사, 어린이들이 취재원으로 나오는 기사, 엄마 등이 양육자로서 등장하는 기사 등이다.” “어린이 등 소수자들은 당초 발언권(반론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언론보도 이후에도 사실상 발언권이 없다. 개별 기자나 언론사에 접촉해서 왜곡된 주장이나 혐오발언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어린이나 양육자는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언론사가 출고 이전에 댓글창을 더 광범위하게 닫을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어린이나 청소년을 다루는 예능 관련 기사, 아동학대 기사, 이주민 기사, 이태원참사나 세월호참사 등 사회적·집단적 재난 기사, 성소수자나 장애 관련 기사, ‘~녀’ 관련 기사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기사는 사실상 기사의 내용이나 방향과 무관하게 혐오 댓글이 달린다. 

 


▲ 유튜브 관련 이미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는 네이버 등 포털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요새는 신문사도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방송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 뉴스리포트를 유튜브에도 올린다.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 보도하더라도 요즘은 뉴스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유튜브에는 언제는 볼 수 있고, 해당 영상에 혐오 댓글이 달리며 영상 중 일부는 캡처 등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 인용되면서 뉴스가 혐오 콘텐츠로 악용되기도 한다. 

스피커를 가지지 못한 소수자들은 조직화돼 있지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사소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당사자들에게는 각종 트라우마와 심지어 목숨을 끊는데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사회적 흉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이다. 

여전히 많은 언론인, 특히 언론사 데스크들은 ‘표현의 자유’란 가치를 떠올리며 너무 많이 닫아야 하고 신경쓸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언론인들이 생산해서 포털에 내다 팔고 유튜브에 올린 게시물의 댓글들을 유심히 모니터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자의 취재내용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혐오댓글을 불러오고 소수자들이 상처받고 있다. 

‘사상(표현)의 자유시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떠들 수 있으니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는 말은 현실과 다르다. 어느 시장이든 시장실패가 있듯 사상의 자유시장 역시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약자가 있는 불공정 경쟁시장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말 안에 발언권이 약하거나 없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소수자의 발언권을 조금이나마 보장하기 위해서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듣고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혐오발언을 억누르는데 일조할 의무도 있다. 자유·인권과 같은 가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기보다는 사실 철저하게 약자들에게 필요한 권리다. 표현의 자유가 약자들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언론사들이 포털과 유튜브 댓글 비활성화 기능을 더 적극 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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