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존폐 기로에 선 여가부③]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여가부 폐지되면 ‘돌봄 공백’ 직면…구체적인 로드맵 필수”

[존폐 기로에 선 여가부③]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여가부 폐지되면 ‘돌봄 공백’ 직면…구체적인 로드맵 필수”

 

[인터뷰]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여가부, 가족 정책·스토킹법 등 성과 냈음에도 ‘무능’ 오명 써
폐지 시 돌봄 공백·양육자 큰 타격…尹 정부, 대책 마련 먼저
컨트롤 타워 부재로 혼란 증가…예산·권한 확대한 ‘개편’ 으로
페미니즘, ‘우리 누구나 평등하다’는 의미…인정·수용 교육 필요

 

여성가족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논란과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평등사회’라는 존재의 목적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이 거세던 시기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성 평등 공약’을 발표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이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았다. 

이렇듯 여가부는 남녀평등이라는 목적보다는 남녀갈등의 본거지이자 정치적 기구로 돼버린 모양새다. <투데이신문>은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부터 폐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바라볼 수 있는 [존폐 기로에 선 여가부]를 기획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오세라비 작가,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가족부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미래를 직접 들어봤다.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가부 존치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여가부가 수많은 약자와 성폭력 등의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부서라며 폐지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청원 동의에도 폐지론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11일 여가부 김현숙 장관은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장관은 ‘폐지’를 동의하는 이례적인 장관 내정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 장관은 기존 여가부가 젠더 갈등 해소에 미흡했으며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가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실질적인 역할을 할 부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 내정자가 장관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모순이며, 구체적인 계획 없이 폐지를 주장하는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여가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어떤 입장일까. 여성 양육자를 대표하는 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공동대표는 “양육자와 아동·청소년을 위해서라도 여가부는 필요하다”며 “만일 폐지된다면 독박 육아, 돌봄 공백 등 문제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폐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덧붙여 앞으로 여가부는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보는 박민아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가부가 존치해야 되는 이유와 여성이자,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바라본 성평등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정치하는엄마들’의 공동대표이자, 현재 딸과 아들 두 자녀를 둔 박민아다.

Q. ‘정치하는엄마들’ 단체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육 당사자들이 양육자와 아동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관련된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제기, 해결하기 위해 꾸린 단체다. 우리는 성평등, 아동학대, 돌봄 그리고 고용 단절 등 양육자와 아동이 들어간 모든 영역에 있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단체에 가입하게 된 이유와 무엇을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지.

우선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는 양육자다 보니 관련 단체에 더욱 눈길이 갔다. 그러던 중 지난 2020년 초 ‘핑크 노 모어 프로젝트’를 보고 단체에 가입하게 됐다. 핑크 노 모어는 분홍색 젖꼭지 제품이 여아용, 파란색이 남아용이라는 성별 구분에 대해 인권침해라 판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목소리 낸 프로젝트다.

뉴스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고, 실제 양육자 당사자이자 실사용자들이 소속된 단체에서 해당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 참신했다. 이에 관심 있게 알아보다가 단체 가입으로까지 이어졌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공동대표까지 맡게 됐다.

 

여성가족부 현판. [사진제공=뉴시스]

여성가족부 현판. [사진제공=뉴시스]

Q. 현재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이유가 있다면.

우리 단체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강력하게 폐지를 반대한다기 보단, 여가부는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름 중 ‘여성’이 앞에 붙었다고 해서 여성을 대변하기 위한 혹은 여성 정책만 펼치는 부서는 아니다. 정부 부처 중 가장 예산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여가부의 정책 중 성평등 관련은 단 15%일뿐,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가족, 돌봄 영역으로 약 48%을 차지한다.

여가부는 있으나 마나 한 부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여가부는 권한, 예산이 적어 주요 사업 및 정책 과제들을 꾸준히 힘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 주요 부처가 될 수 없다. 앞으로 정부는 여가부를 개편이라는 큰 틀 안에서 ‘확대’ 쪽에 더 무게를 둬 예산, 권한 등을 더 지원해야 한다. 지금 상태의 여가부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방법은 충분히 있다. 

아울러 성평등에 대한 책임을 한 부처에만 두면 안 된다. 여가부만 성평등 정책 및 사업을 펼치는 게 아닌, 정부 모든 부처의 정책들에 성평등이 녹아있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Q. 대통령이 취임했음에도, 아직까지 여가부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 지속 중이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왜 개편이 아니라 폐지론이 계속 등장하는지 의문이다. 여가부가 예산이 적고 권한이 약한 이른바 ‘힘이 없는 부서’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전략으로 휘둘리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여가부 폐지를 남성 청년 세대들의 지지율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남성 청년 세대들이 가진 불안정함 혹은 분노의 표출구를 “성평등 혹은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임의대로 주입해버린 거다. 사실 젊은 남성 세대의 분노는 심화된 경쟁, 불평등한 주거, 열악한 노동환경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인데 말이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여가부가 폐지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해 계속 무언가를 정치권 입맛대로 맞춰나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Q. 여가부 폐지 찬성 측에서는 남녀 편향적인 정책, 인구정책·자살 등 다양한 어젠다를 다루지 못한 점, 여성을 사회적 특권 계층 혹은 약자로의 규정 등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질책받아야 할 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잘못을 하고 나면 질책을 받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맞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중앙 정부나 여론은 여가부에 당시 상황은 물론 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그런 과정 없이 폐지를 무조건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판단이다. 

여가부가 다양한 어젠다를 충분히 다뤄왔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여가부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 분명한 성과를 냈음에도, 해당 성과들은 굉장히 저평가되고 있다. 이런 오해가 쌓여 이제는 여가부 폐지가 마치 가십거리처럼 계속 소비되고 있다. 

또 여가부가 여성을 좀 사회적 특권 계층이나 약자로 본다는 의견은 부서 이름에 ‘여성’이 들어가서 생긴 편견으로 보인다. 아직 성평등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지 않다 보니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보는 것은 여성들의 입장, 사회적 특권 의식이 있다고 보는 것은 남성들 입장으로 보이는데 둘 다 옳은 방향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여성을 향한 구조적 성차별은 남아있기 때문에 여성은 사회 구조상 특권을 누리는 계층은 절대 될 수 없다. 반대로 ‘약자’로 규정되는 것은 현재 여성의 지위, 위치 등이 상승한 것을 고려해봤을 때 맞지 않는 판단이다. 

Q. 반대로 여가부는 예산도 적고, 기능도 약해 ‘동네북’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 다른 부처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된다고 주장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사실이다. 예산이 적다보니 여가부는 관할 정책,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할 수 없다. 물론 강력한 권한도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처와의 협력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어떻게 보면 여가부를 다들 ‘우습게’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작은 새장 속에 새를 가둬놓고 “너 왜 못 날아”, “날아야 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보다 더 잘 운영될 수 있게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앙 정부의 역할이다. 부처의 작은 미흡에 ‘폐지’를 언급하는 것은 단편적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예산을 투여해 봤자 ‘아웃풋’이 안 나오면 폐지하자”는 방식이 정부에 고착될까 염려스럽다.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Q. 여가부는 여성 정책 뿐만이 아니라 성폭력·성매매 피해 지원, 노인·청소년, 다문화 등의 정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진행했던 정책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를 영어로 해석하면,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이를 해석하면 성평등과 가족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다.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여성’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 인해 여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돌봄, 다문화, 한부모, 성폭력, 성매매 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하고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나도 과거 아이 돌봄 이용자로, 여가부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당사자다. 여가부의 예산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돌봄 영역이다 보니 나와 같은 양육자들과 그 자녀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용을 해 본 사람으로서, ‘돌봄’이라는 제도는 너무나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이를 혼자 둘 순 없으면서도 일을 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양육자들이 한국 사회에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 돌봄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양육자들은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아동·청소년 관련 서비스가 멈춤과 동시에 돌봄 공백이 찾아오게 된다. 이에 양육자들은 돌봄을 위탁해야 되는데 정부가 이를 대체할 방안도 내지 않아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이 성평등 저하, 젠더 갈등을 비롯해 한부모·다문화·성폭력 및 성매매 지원, 돌봄 영역의 지원이 당장이라도 끊기게 생긴 거다. 이는 당사자들의 상황, 상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보다.

Q.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가칭 ‘미래가족부’ 혹은 ‘인구가족부’로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저출산위원회에서 이제는 저출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낳은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이를 아우르는 정부가 오히려 뒤처지는 비전을 내놓았다.

미래가족부와 인구가족부는 여성을 굉장히 도구화하는 이름이다. 정부는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저출산의 근본적, 구조적인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는 노동, 고용 단절, 돌봄, 독박 육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엮어져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꼭대기는 ‘성평등’에 있다. 성평등의 관점 없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단순히 부처의 명칭만을 바꾸는 것으로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Q. 또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 혹은 기존 여가부 업무를 부처가 나눠 운영하는 방안 등도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성평등위원회는 찬성한다. 다만 정부에서 위원회의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 반드시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가 설립돼야 하고, 설립 이후에도 정부 내 주요 위원회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와 유사하게 권한이 낮거나 예산이 부족하고, 주요 안건에 발 들이지 못하는 등 단순히 여성단체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위원회 설립은 안 된다. 

그리고 분산 운영보다 오히려 아동·청소년부를 따로 둬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분야는 지금까지 많은 부처들로 나눠져 운영됐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가부로 분류될 수 있는데,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은 교육부 소속이고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 소속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아동도 마찬가지다. 같은 나이의 아이라도 어린이집에 다니면 복지부, 유치원에 다니면 교육부 소속이다. 너무 제각각이라 일반 시민들은 당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아동, 청소년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보니 각 부처는 무슨 잘못을 하거나 긴급 제도가 필요할 때 서로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다. 아동과 청소년 중점으로 운영되는 부처를 만들어야만 관련 법이 원활하게 입법되거나 재발 방지 등 실질적인 효과가 생긴다.

Q.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김현숙 전 윤석열 대선후보 정책특보가 임명되며 여가부의 폐지가 일단 유예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가부의 미래에 대해 예측해본다면.

현재 더불어민주당, 많은 여성단체분들이 폐지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미루기식으로 잠시 유예한 느낌이 든다. 이렇듯 사실상 폐지는 쉽지 않겠지만, 김 장관이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를 통해 폐지에 동의한다는 것을 밝히는 등 그의 태도는 황당했다. 그런 장관이 임명된 지금, 여가부는 과거보다 권한과 예산이 줄어들어 더욱 힘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대한민국에서 한 가정의 엄마로서 겪는 사회적 불합리와 구조적 모순은 무엇이 있는지.

근로, 독박 육아부터 고용단절, 돌봄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이에 더해 요즘엔 양육자 혐오 문제까지 추가됐다. 혐오 표현은 일명 ‘맘충’, ‘노키즈존’이 대표적이다.

나도 출산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 아마 국내 모든 엄마들은 아이로 인해 자신의 세상이 달라졌음을 많이 느꼈을거다. 출산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퇴직을 요구받는 등 각종 차별을 받게 된다. 특히 나는 출산 휴가가 없는 회사에 재직했었기 때문에 차별을 더 크게 느꼈다. 근로계약서상 출산휴가 항목은 기재돼 있지만 단 한명도 쓰지 않는 이름 뿐인 휴가였다. 이런 회사가 아직도 많다.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고용단절과 재취업이 안 되는 경우도 당연 비일비재하다.

최근 ‘단시간 공무원’을 뽑는 정부 정책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에서는 채용 자격을 퇴직한지 10년 이내인 여성들로 제한을 뒀다. 퇴직을 한지 10년이 넘은 여성들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거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일자리가 되레 고용단절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육자는 일, 돌봄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마저 사라진 사회를 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아, 사회로 나와라”라고 외친다. 하지만 사회 진출을 하려면 돌봄 문제가 해결되야 하는데 엄마가 된 이상, 정부의 제대로된 체계가 받쳐주지 않으면 다시 사회에 나오기 어렵다. 

재취업을 한다해도, 직업 선택 범위가 너무 좁다. 그나마 채용이 되더라도 일용직, 단기간 노동자, 저임금 등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서글프게도, 엄마가 되면 이전 수준의 일자리를 다시 가지기 어렵다.  

여기에 양육자를 향한 혐오 정서도 늘면서 엄마들은 더 상처받고 있다. 출산 전에는 누군가가 혹은 어딘에선가 날 ‘거부’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노 키즈존, 맘충 등의 단어가 탄생함에 따라 양육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잠재적인 ‘트러블메이커’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일반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혐오 표현을 내뱉는다. 이러다 보니 양육자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수, 약자가 돼가는 것 같다. 사회는 울지 않는 아이를 원하는데, 사실 아이들이 울지 않을 수가 있나. 자꾸 부정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마주하다 보니 저절로 집에만 있게 되고 그 부정적인 고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Q. 우리나라는 현재 ‘페미니즘’이 뜨거운 감자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그리고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페미니즘은 ‘우리 누구나 평등하다’라는 뜻이 기본적으로 내포된 단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본래 그 뜻을 정확하게 모를 정도로 변질됐다. 인간을 평등하게 보고, 존엄성을 존중하는 페미니즘이라면 굉장히 찬성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한 사람 혹은 특정 영역만을 우월하다고 주장을 하는 사상이라면 강력하게 반대한다.

Q. 젠더갈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궁금하다. 한 가정을 이끄는 엄마로서, 2030세대의 젠더 갈등이 왜 발생했다고 보는가.

젠더 갈등은 늘 우리 사회에 잔재해 왔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렇지만 과거보다 오늘날이 갈등이 더 심각해진 건 확실하다. 이는 남성들이 느끼는 ‘간극’ 때문이다. 과거 일부 기성세대 남성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힘겹게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자란 현재 2030세대 남성들은 그 기성세대보다 몇 배는 노력했고, 너무나도 극심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3분의 1도 못 누리고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여성들이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여성 할당제 등 여성 우대하는 정책들이 그들 눈에는 여성들이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특권처럼 보이는 거다. 청년 사이 젠더 갈등은 이러한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면서 탄생했다.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 더욱 성평등과 같은 공정성 문제에 있어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들의 시각으로 보면, 이들은 이미 오랜 과거부터 성차별을 받아왔고, 아직까지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계속 사회와 맞서고 있는 거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자라온 환경, 시각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질 수 밖에 없고, 거기에 정치권에서까지 여러번 언급하니 결국 해결이 어려울 지경까지 온 거다.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명함 뒷 모습. ⓒ투데이신문<br>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 명함 뒷 모습. ⓒ투데이신문

Q. 페미니즘의 대표소설로 꼽히는 조남주 작가의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봤는지. 본인의 삶과 비교하자면.

책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읽어보지 않았고, 개봉 직후 영화로 접했다. 영화를 보기 전 <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의 대표작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보고 나니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모르겠더라. 해당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전혀 과장된 부분 없이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살아오고 있고, 당연한 사례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과장됐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같이 울어주는 등 극 중 남편 모습만 이상적이다. 이를 제외하면 현실 속 아내이자, 엄마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고, 마주할 수 있는 아픔들이 작품에 그대로 담겼다. 현재에도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양육자로서 혹은 가족을 돌보는 며느리로서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다. 영화 속 생활이 양육자들에게는 ‘일상’인 셈이다.

이와 비슷하게, 예전에 인터넷에서 한 그림을 접하고 굉장히 마음이 동했던 적이 있다. 해당 그림은 비가 오는 날 밖에서 임산부가 홀로 서 있는데, 배에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현재 여성 양육자들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림의 숨은 뜻은 아이가 태아일 때, 그리고 그 태아를 품고 있는 임산부 일 때만 정부 차원에서 품어줄 수 있지 출산하고 나면 양육자와 아이에 대한 정책은 현저히 부족한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담아낸다. 이처럼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래가족부 혹은 인구가족부가 생겨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Q. 젠더 갈등, 성차별 등이 가정에 영향을 끼친 적은 있었는지.

아직 자녀들이 어려 젠더 갈등이나 성차별 등을 직접적으로 마주하진 않았지만,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세상에는 여러 색이 있음에도 미디어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분홍색으로, 남성 캐릭터는 파란색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남성은 강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약한 여성을 구해주는 모습으로 연출된다. 사회에서 성평등 시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미디어에서는 과거와 다름없는 모습을 아직까지 보여주고 있다. 현세대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 등의 발달로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 있는데, 미디어가 성별을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조부모들이 자녀 양육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일부 조부모들은 아직도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여자면 조신해라” 등 성차별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 또한 아이들의 젠더 판단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Q. 아이들에게 ‘페미니즘’, ‘여성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교육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모두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인정과 수용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과 사상으로 교육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현재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이 맞는 행보인지는 의문이 들고 있다. 페미니즘이 공격을 받는 이유는 지나치게 여성 우월과 남성 혐오를 강조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변질된 사상과 운동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하지 말라는 원래 취지대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성장하길 바란다.

덧붙여 현재 한쪽 성별만 힘든 상황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를 계속 차별하고 혐오하지 말고 서로 더 격려하고 지지하면서 나아가야 할 때다. 충분히 같이 극복할 수 있다.

Q. 앞으로 자녀 혹은 아울러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자라길 바라는지.

혐오와 차별을 모르는 세상에서 자라나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 세상에서는 옆에 장애인이, 성 소수자가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든 당당하게 드러내고, 사회에서 숨어 살지 않는 청년이 되길 바란다.

아이를 낳고 나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 아이가 갑자기 큰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추후 커밍아웃을 할 수도 있다. 세상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대로 흘러간다. 아이의 인생과 자아는 교육 혹은 양육자의 바람대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가 어떤 모습이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나’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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