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①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①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굴하지 않는 삶을 살 것

[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①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아직까지 내 인생의 책은 단 한 권이다. 열셋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고, 나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조르바처럼 살기로 맹세했다. 한 마디로 자유다.

자유란 무엇이냐? 주위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초연해지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내가 되고자 하는 존재에 대해 허락을 구하지 않는 삶이다. 눈살 찌푸려 봤자 그들의 얼굴에 주름이나 더할 뿐 내 상관할 바 아니다. 손등에 핏발이 서고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삶을 빼앗기지 않도록 부여잡아야 한다. 망하든지 흥하든지 남 탓을 할 필요 없는 삶이어야 한다. 유일한 소유물은 내 삶이다.

열세 살이 조르바를 읽고 뭘 이해했을까 의아할 수 있다. 하나 마흔다섯에도 이해라는 건 없다. 조르바를 펼치면 땀 냄새, 바다 냄새가 나고 후덥지근하다.

거부할 수 없는 쿵쾅거림만은 33년 전과 다름없다. 차이가 있다면 삶에 대한 설렘이, 요동치는 가슴이 두렵다는 것. 그것이 마흔다섯 살의 조르바다.

이십대에도, 삼십대에도 조르바를 읽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인생은 언제부터 꼬인 걸까? 예술가가 되고팠던 이십대에는 산투르(현악기)에 대한 조르바의 정열, 도자기에 미쳐 물레질하는데 걸리적거리던 왼쪽 집게손가락을 손도끼로 내리친 조르바의 미친 짓거리가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이번엔 달랐다. 죽음은 개의치 않지만 늙고 병듦을 경멸하는 조르바의 분노만이 내게도 절절했다.

나는 마흔다섯을 받아들일 수 없다. 토악질이 나올 만큼 싫다. 언제부터인가 그 화를 삼키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다시 자유다. 조르바는 유언을 마치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만류하는 사람들을 밀어제치더니 창가에 섰다. 먼 산을 응시하며 크게 웃다가 이내 통곡했다. 창틀을 짚고 선 채로 죽음을 맞았다. 누구도 죽음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조르바는 죽는 순간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굴하지 않는 것, 그게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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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32103005&code=960205#csidx22dca0a50fb88d5bbbbc8b0c3be12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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