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체르노빌 35년...“탈핵 못하면, 아이들에게 씻지 못 할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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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35년...“탈핵 못하면, 아이들에게 씻지 못 할 죄”

30여 년 지났지만 여전히 30km 이내 지역 사용 불능지역 특별관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26ⓒ김철수 기자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35주년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탈핵’(脫核, 핵무기·핵발전소 등 원자력과 관계된 모든 일에서 벗어남)을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려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체르노빌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원전 산업을 확대하려는 국내 정치·산업계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탈핵시민행동 또한 이날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및 국내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안전한 핵 발전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HBO 드라마 체르노빌 포스터ⓒHBO 체르노빌

체르노빌, 35년 동안 계속되는 피해

사망자...“40~50명” vs “최소 3만5천명”

이날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35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북서부 벨라루스 접경 지역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외교부가 발행한 ‘우크라이나 개황’ 자료에 따르면, 사고 이후 원전 주변 100개 마을이 거주가 불가능한 폐허가 됐고 12개주 2000개 마을이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 중심 반경 30km 이내 지역은 거주 및 사용 불능지역으로 특별관리가 되고 있으며, 직·간접 우크라이나인 피해자 수는 약 3백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체르노빌 사고 관련 각종 정부 보상수혜자는 150만 명으로 그 중 어린이만 66만 명이다.

뿐만 아니라, 기형아 출산 불안에 따른 인공 유산 급증 등으로 1988년 출산율이 1986년 대비 30% 감소하고 실제 기형아 출산 및 출생 전 사망이 배로 증가했다. 유아 사망률은 1.5~2.5배 증가했으며, 어린이 암 환자도 6.5배에서 10배가량 증가했다. 피해 지역 주민 60%가 갑상선계 질병을 경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IAEA 등 원전 전문가로 불리는 전 세계 원전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고로 체르노빌 원전에 있던 직원, 추가 피해 막기 위해 투입된 소방대원 및 그 가족 등 40~50여 명(이들은 사고 직후 얼마 없어 모두 숨졌다)만 숨지고 쉽게 치료 가능한 갑상선 질병만 다수 발생했을 뿐 별일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환경사 및 핵역사를 연구하는 케이트 브라운(Kate Brown) 메사추세스 공과대학 과학기술사회 프로그램 교수는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라는 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배우자가 체르노빌 관련 건강 문제로 인해 사망한 3만5천 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며 이는 보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 자료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한정된 보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수치는 체르노빌 낙진의 70%가 내려앉은 벨라루스를 제외한 우크라이나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이고, 비공개를 전제로 한 키예프의 전연맹방사선의학센터 소속 과학자와 체르노빌 발전소 관계자 등의 주장을 근거로 최소 3만5천 명에서 최대 15만 명이 원전 폭발 사고 영향으로 숨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26ⓒ김철수 기자

“우리 아이들에게 씻지 못할 빚”

에너지정의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사고 이후 체르노빌은 핵발전소의 방사능 공포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며 지금까지도 핵발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라며 “여전히 체르노빌 핵발전소 반경 30km 내에는 출입이 불가능하고 그 안에 있는 상당량의 핵물질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2011년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핵사고 또한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위기를 핑계 삼아 핵산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야당과 핵산업계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주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지난 4월 14일에는 이를 위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출범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기후위기 해결을 핵발전으로 하자는 것은, 인류에게 다가오는 기후위기라는 위협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핵발전이라는 일부의 이익을 위한 수단을 택하는 것으로, 결국 인류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을 또 다른 위험 속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26ⓒ김철수 기자

탈핵시민행동도 체르노빌 사고로 나타나고 있는 측정 불가능한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이어지고 있는 오염수 방류, 1978~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760건의 원전 사고 등을 짚으며 “우리는 일상화 된 재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두 번의 참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 관리 정책은 탈핵”이라고 촉구했다.

탈핵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어른들의 탐욕, 어리석음으로 생명·건강·웃음·미래를 빼앗긴 전 세계 핵사고 피해 어린이들을 잊지 않겠다”라며 “핵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원전 밀집도 전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 계속해서 쌓여가는 고준위 핵 폐기물 대책은 마련조차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갚지 못할 빚이며, 씻지 못할 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권력이 있다면 핵 없는 세상을 선택할 것”이라며 “탈핵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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