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한유총 집회장에 띄운 '맞불' 애드벌룬, 가장 기억 남아” (강미정, 김정덕 공동대표 인터뷰)

“한유총 집회장에 띄운 '맞불' 애드벌룬, 가장 기억 남아”

  •  권현경 기자

[인터뷰] 강미정·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4층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 사무실에서 강미정·김정덕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4층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 사무실에서 강미정·김정덕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평범한 엄마들의 진짜 정치를 통해, 정치는 엘리트의 것,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잔고민과 걱정이 많은 편인데 큰 결정은 오히려 쉬웠어요. 우리가 정치의 주인공이라는 말을 해왔는데 (공동대표직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신임 공동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정기총회를 통해 강미정 활동가는 신임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2019년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정덕 공동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두 사람은 단체 창립 초기부터 모든 활동을 같이 해왔다.

특히 강 공동대표는 사무국 활동가로 단체 로고 디자인부터 기자회견 피켓·현수막, 퍼포몬스 준비 등 단체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다양한 역할을 해왔고, 회계까지 맡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4층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 사무실에서 강미정·김정덕 공동대표를 만났다. 서울여성플라자는 2017년 6월 정치하는엄마들이 창립총회를 열고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강 공동대표는 “처음 여기 세미나실에 모여 사람들이 한창 이야기할 때 저 혼자 밖으로 나와 지금 사무실을 보면서 ‘여긴 뭐 하는 곳일까’ 하고 고개를 내밀어 봤던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 제가 여기서 일하고 있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3년 4개월 동안 스쿨미투를 비롯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운동, 사립유치원 비리 대응과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운동,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촉구 운동, ‘핑크노모어’ 캠페인, 공무원과 비공무원 육아휴직 기간 차별 헌법소원 청구, 초등 돌봄 문제 등 곳곳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치하는엄마들의 두 공동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정치는 엘리트가 한다? 정치에 대한 재정의 하고 있는 것”

강미정 공동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이 시민단체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강미정 공동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이 시민단체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지난 3년간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과 성과를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정덕(이하 김) : “창립 초기부터, 엄마에게 모든 돌봄의 책임을 묻지 말고 모두가 돌볼 수 있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움직여왔어요. 학령기 학부모단체로만 활동해온 게 아니라 생태나 환경, 교육, 보육, 돌봄, 노동에 관한 권리 등에 전 사회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라는 말이 우리 단체와 꼭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은 교육, 돌봄 등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누구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의 역할, 망설이지 않고 격려나 독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강미정(이하 강) : “저희가 시민단체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이름 안에 답이 있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인데, ‘정치’ 하면 냉소적이고, 혐오적이고, 욕먹는 정치를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무관심해진 ‘정치’를 다시 가지고 온 거죠.

누군가가 하는 정치, 엘리트가 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는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정치의 주인공이라는, 정치에 대한 재정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치하는대학생, 정치하는아이들 등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정치하는엄마들 활동 초기와 비교해서 우리 사회가 좀 바뀌었다고 느끼시나요?

강 : “제 삶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활동하는 동안 이 일에 배우자는 우호적이지 않았어요. 가정 내에서 계속 투쟁을 하면서 활동을 해왔어요. 대표 맡기 전에, ‘대표 활동을 잘하려면 가정 내 응원이 필요한데 내가 하는 게 무리 아닐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대표가 되니까 (배우자가) 사람이 바뀌었어요. 평일에 아이 하원도 해주고, 주말에도 일하라고 아이들을 돌봐주고요. 대표라고 하니까 달라지네요(웃음). 3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가 생겼죠.

‘정치하는엄마들’이 이제는 고유명사가 됐어요. 하는 일도 많이 알려졌고요. 정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 같아요. ‘유치원 3법’이 통과됐다고 비리가 없어지지 않았어요. 급식비 예산이 증액됐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부실급식은 있고요. 확 바뀌진 않았다는 건 아쉽지만, 계속 감시해야 하는 과제로 남은 것 같습니다.”

◇ “행동하면 바뀐다… 그동안 담아내지 못한 여성·아동 목소리”

정치하는엄마들이 그동안 해온 활동 모습 사진.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이 그동안 해온 활동 모습 사진.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정치하는엄마들이 해온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강 : “2018년 11월 ‘유치원 3법’ 통과 저지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총궐기대회요. 광화문에 한유총 회원이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모인 그때 저희가 8명 인원으로 맞섰죠. 현장 무대 뒤편에 ‘유아교육의 주인은 원장이 아닌 아이들이다’라고 적힌 애드벌룬을 띄울 때가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두려웠어요(웃음). 그들을 뚫고 달려가 애드벌룬 던지고 긴급기자회견을 열었어요. 현장에서 보도자료 쓰고 현수막 맡기고, 카페 가서 출력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그 장면이…. 저는 행동파라 일단 움직이고 보는 성격이라 기자회견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더라고요.”

김 :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 촉구 위해 국회에 갔을 때인데요, 당정 협의를 한다고 피해아동 부모님이 함께 자리했어요. 그런데 그분들 앉을 의자 하나 내주지 않더라고요. 사진 촬영 후 뒤로 와서 서서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나중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을 잃은 유가족에 대해 어떤 존중도 예우도 없었어요. 의자 하나 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너무 화가 났어요. 또 부모들이 한 의원에게 ‘법안소위 안 열리냐’고 물으니 ‘나도 엄마’라고 했는데, 그 고압적인 자세가 아직도 마음에 맺혀 있어요. 국회에 있는 동안 유가족들이 홀대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요?

김 : “지난 3월 5일 스쿨미투 관련해 서울시교육청과 행정소송에서 이겼을 때요.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항소해서, 좋았다 말았죠.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이고 12월 8일 항소심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유치원 3법’ 통과,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 급·간식비 예산 증액됐을 때도 정말 좋았어요.” 

강 : “2019년 10월 비영리단체 민간단체 등록증 받았을 때요. 서울시청에서 ‘정치’가 들어가는 시민단체는 허가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정치를 터부시하는 것이고, 행정적으로 정치를 바라는 보는 것 아니겠어요? 말로만 시민사회라고 하지 정작 시민단체가 정치를 내 거는 건 안 된다? 정치적인 건 안 좋은 거다?

안 된다는 걸 싸워서 받아낸 거죠. 시민단체 안에 ‘정치’를 내세운 것도 최초고요, ‘정치하겠다’고 표방한 단체도 저희가 최초예요. 저희가 정치의 새로운 정의를 계속 만들어가지 않을까요? 물론 국회 정치도 있지만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지금 초등 돌봄 이슈와 관련해, 새로운 논의 주체로 학부모가 거론된다는 게 저희 활동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정부도 학부모를 주체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아 신납니다. 5월까지만 해도 논의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 지난 6월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민주상 대상을 수상했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김 : “민주적인 활동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구나’ 행동하면 바뀐다는 효능감을 느끼는 활동이라 더 감동이었어요.

기존에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은 지난한 시대를 사셨고 굉장히 많은 어려움과 희생도 있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담아내지 못한 여성과 아동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활동이라는 게 많은 분들께 알려진 계기가 돼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아이들 사는 길 달라질 것”

김정덕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아이들이 사는 길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면서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그 길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정덕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아이들이 사는 길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면서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그 길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를 내건 단체라서 과제나 한계를 느낀 적도 있나요?

강 : “본의 아니게 아이를 서운하게 한다는 거요.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도 잊고 텔레그램방도 끄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집에 가서도 일이 끝나지 않아요. 다음날 기자회견 위해 취재요청서를 보내려고 앉으면 아이가 ‘엄마, 엄마’ 불러도 ‘가만히 있어봐, 5시까지 보내야 해’ 하죠. '시간 거지' 엄마예요. 말은 일·가정 양립을 외치고 아이 잘 키우려고 하는 활동인데, 정작 내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 딜레마죠(웃음).”

김 : “결국 활동가가 많아져야 해요. 지금 서울시 뉴딜일자리 지원 한 명 포함해 네 명의 상근 활동가가 있어요.”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김 : “스쿨미투 전수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더라고요. 왜 전수조사를 못할까요? 학교폭력은 (전수조사) 하고 있잖아요. 2020년 현재 학교 상황은 어떤지, 전수조사를 요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학교 현장은 얼마나 바뀌었고, 또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요.” 

강 : “초등 돌봄과 관련해선, 일단 물꼬를 텄어요. 돌봄 운영 주체가 지자체냐, 어디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취학 전에는 12시간 돌봄이 되다가 초등학교 가면서 단절되기 때문에, '투담임제'로 공백 없이 돌봄이 돼야 해요. 양육자들이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죠.

이번에 논란이 일면서 교육부-교원단체-노조-시도교육감이 참석하는 협의체가 구성됐어요. 그 자리에서 저희는 방과후 공백 없는 학교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학교가 기존 학교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등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핑크노모어’ 미디어 운동을 양성평등원 협력업체로 지원받아 모니터링 사업을 하고 있어요. EBS 유·아동 프로그램을 미디어에서의 혐오, 차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12월에는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에요. EBS 측에 제작가이드라인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 끝으로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 :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죄책감을 넘어서서 밖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뿐 아니라 주변 아이들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아이들이 사는 길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 작은 사람들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 곁에 함께 서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하는 길이고요, 후원으로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웃음).”

 

출처: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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