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우리는 모두 보행자다! 생명과 편의를 저울질하는 광주시는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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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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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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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보행자다!

생명과 편의를 저울질하는 광주시는 각성하라!

신호등 및 과속·주정차 단속 카메라 없는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건

교통수단 아닌 보행자 중심의 해결을 촉구한다

지난 17일 광주 북구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신호등도 과속·주정차 단속 카메라도 없는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 길을 건너려던 엄마와 세 아이들을 화물차가 덮쳐 엄마와 7살 아이는 중상을, 유아차에 타고 있던 3살 아이는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지난 5월에도 7세 아이가 과속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어 만들어진 횡단보도였다. 경찰청 등 교통 유관기관들은 예산이 없다며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방호울타리 설치 등 형식적인 조치를 취했다. 보행자들을 위한 안전조치는 어디에도 없었고 결국 우리는 또 한 생명을 잃었다.

 

보도의 주인은 보행자다. 많은 보행자들이 자동차 눈치를 보며 그 보도를 건너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되는 세상이 올바른 세상인가. 한 손에는 아이 손을, 한 손에는 유아차를 잡고 횡단보도 위에 멈춰 섰던 엄마는 잘못이 없다. 양보해주지 않는 차량들에 속절없이 그 길 위에 서있어야 했던 엄마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행자를 횡단보도 위에 세워두고 무시하고 지나갔던 운전자들, 운전자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주위를 살피지 않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잘못을 따져 묻고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광주시의 조치는 어땠는가!

 

이번 사고로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사고 지점 주변 횡단보도 2개를 없애기로 했다. 어린이가 차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나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가 또 다른 어린이가 숨지자 어른들은 신호등 설치 대신 횡단보도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광주시의 이런 결정은 피해자들에게 있어선 안 될 곳에 갔다는 죄책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행정이다. 피해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었던 게 잘못이 아닌데 대체 왜 횡단보도를 지워야 하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경찰 관계자는 신호기 설치가 사고 예방과 차량 소통을 아우르는 현실적 방안으로 고려됐으나 주민들이 보행자 통행 불편을 감수하고 횡단보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결정에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과연 얼마나 반영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과 그 어린이들을 기르는 양육자들, 교통약자로서의 보행자들 의견은 과연 얼마나 반영이 되었는가.

 

그 곳에 사는 다수의 보행자의 편의는 제쳐두고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 두 곳을 지워 35m를 더 가서 길을 건너라는 것은 누굴 위한 결정인가? 폐쇄 결정을 한 횡단보도는 교차로로 X자 횡단보도 설치로 충분히 보행권을 보장할 수 있다. 신호등과 과속·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는 당연하다. 주민들의 선택이었다며 횡단보도 폐지 의견 뒤에 숨어 나몰라라 하는 광주시 경찰은 과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 근본없는 조치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결코 지킬 수 없다는 걸 진정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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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3세 유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광주 북구 한 아파트 입구 지도. 위쪽이 1단지, 아래쪽이 2단지. 왼쪽 빨간 선 횡단보도가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 5월 첫 사고 발생 시 왼쪽 횡단보도가 신설됐으나 신호등은 설치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 발생 후 신호등 설치 등이 대책으로 나왔으나 정작 유관기관과 주민대표 간 간담회에선 아파트 진출입로에 있는 신호등 2(빨간 원)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지도 왼쪽 사거리 횡단보도까지 35미터를 돌아서 길을 건너야 한다.2020.11.26/뉴스1 © News1 https://www.news1.kr/articles/?4130500

 

아파트 단지의 4차 도로, 인근에 어린이집이 많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 위에 보행자의 안전할 권리는 대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교통사고 피해자들과 그런 결정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빼놓고 이뤄지는 탁상행정에 우리는 분노한다. 길을 건너고 싶은 사람들은 수 십 미터 돌아가라는 논리에 유아차를 몰고 가야 하는 양육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혹은 거동이 불편한 어른, 이제야 교통규칙을 배워가고 있는 어린이들이 늘 배제되고 있지 않은가!

 

3월부터 전국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됐고,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우선하게 하도록 인식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보행자들, 특히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와 전국에 있는 지자체가 나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만을 위한 광주시의 미봉책은 후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길 위에서 언제 어디서나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 어린이를 다른 어느 곳 보다 더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건 바로 보행자 안전을 간과하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안전에 대한 감각을 습득하도록 도우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이 이 사회가, 그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운전자들의 잠깐의 불편함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응당 운전자가 잠시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자의 잠깐의 불편함이 보행자의 안전보다 우선시 되는가.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더 안전한 거리를 위해 잠깐의 불편함을 부탁해야한다는 이 현실이 정말 부끄럽기만 하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과 관련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해, 배려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처음부터 어른이 아니었고,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으며 어른들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자라왔다. 운전자는 처음부터 운전자가 아니었고, 운전자 또한 보행자로서 길 위에 서게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광주시는 이번 어린이 사망 사고를 뼈아프게 반성하며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결정을 빠르게 되돌려 보행자가 우선시 되는 대책을 펼쳐야 한다. 앞으로도 운전자의 불편과 민원보다 보행자의 민원에 더 귀 기울이고 보행자들을 보호해야만 시민들이 살기 좋은 안전한 광주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것이다. 광주시가 모든 사람들이 횡단보도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보행권을 우선하도록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광주시와 북구청, 경찰, 도로교통공단 등과 주민 대표가 합의 한 횡단보도 철거 결정을 철회하라!

광주시는 피해 가족들과 교통약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운전자 보다는 보행자의 안전할 권리를 위한 해결책을 논의하라!

광주시 내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시설을 빠짐없이 설치하라!

 

 

 

20201126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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