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시청자들이 예능프로 혐오 차별 표현 심각하다 느끼는 이유

프로젝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보고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인식조사’ 
대다수 시청자 방통심의위 심의규제 강화 찬성해…전문가들 “제재 시 ‘기존 유사사례와 형평성’ 사유 적용 배제해야해”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욕설과 같은 비속어보다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시청자는 방송사의 자율규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사후 심의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가 지난달 16일 발간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인식조사’ 연구보고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언어 사용, 방송 프로그램의 폭력성, 사극 등 역사재현 프로그램,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경제 관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시청자 인식을 조사했다. 지난해 10월15일부터 18일 사이 이뤄진 조사에는 총 600명이 응답했다. 

 

드라마보다 예능, 욕설보다 ‘혐오표현’ 사용에 더 큰 심각성 인지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부적절한 방송언어와 관련해 대부분의 시청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욕설과 같은 비속어보다는 ‘대상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방송언어’ 사용이 더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혐오 및 차별적 언어의 경우 71%, 선정적 언어 68.2%, 비속어 67%, 은어/신조어/축약어 66.7%, 고함/고성은 66%의 응답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 예능프로그램 내 방송언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예능프로그램 내 방송언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연령대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대체로 20대는 모든 연령대 중 방송언어 사용에 가장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반말 사용의 경우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제가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지만, 20대의 경우 37.9%의 응답자들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비속어, 은어/신조어/축약어, 선정적 언어, 혐오 및 차별적 언어 등에 있어서도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장르별로는 드라마보다 연예/오락 장르의 부적절 방송언어 사용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사람들은 드라마의 경우 픽션으로 인식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논픽션으로 우리의 현실을 더 반영한다고 지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차이가 예능 프로그램의 심의 과정에 있어 세밀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혐오가 만연한 시대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혐오 표현은 중요하게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SBS '런닝맨' 방송화면 갈무리. 정치하는엄마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청소년 출연자의 행동이나 발언은 '사춘기이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것, 중장년층의 감정적 변화나 반응은 '갱년기'로 납작하게 설명하고 희화하는 것은 혐오, 차별 표현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 SBS '런닝맨' 방송화면 갈무리. 정치하는엄마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청소년 출연자의 행동이나 발언은 '사춘기이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것, 중장년층의 감정적 변화나 반응은 '갱년기'로 납작하게 설명하고 희화하는 것은 혐오, 차별 표현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폭력성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모든 대상에 있어 여성의 문제의식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장면에 있어서는 여성의 71.5%가 문제가 있다고 느낀 반면 남성은 47.8%만이 문제의식을 가졌다. 청소년에 대한 폭력 장면에서도 여성의 71.5%가 문제의식을 가진 반면 남성은 49.8%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 방송 프로그램 내 대상별 폭력 장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방송 프로그램 내 대상별 폭력 장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심의위원의 인적 구성에 있어 성별의 균형이 필요함을 시사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젠더 이슈 등과 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이러한 다양하고 균형적인 시각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역사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만을 다뤄야 한다고 믿는 시청자의 수가 많았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역사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42.7%의 응답자들이 역사 드라마는 역사적인 ‘사실’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했고, 55.5%의 응답자들은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을 함께 반영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불과 1.8%에 불과했다.

 

▲ 역사 드라마의 바람직한 제작 방향성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역사 드라마의 바람직한 제작 방향성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40% 넘는 한국의 시청자들이 역사 드라마를 ‘드라마’가 아니라 ‘역사’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역사 드라마의 드라마적 성격과 역사적 사실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믿는 상당수 시청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 간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한 역사 드라마에 대한 방송심의는 사회적 논란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드라마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폐지 청원이 있었던 JTBC ‘설강화’. 사진=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드라마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폐지 청원이 있었던 JTBC ‘설강화’. 사진=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이밖에도, 주식·부동산·암호화폐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시청자를 오도하는 내용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4.5%, 충동적인 투자를 야기하는 내용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8.0%였다. 투자 수익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9.7%, 구체적인 예상 수익률을 언급하는 표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7%였다. 경제 관련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해 방송 내용이 정보제공보다 투자 권유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 MTN 주식 투자 자문 프로그램 ‘머니왕 3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지난해 4월11일 해당 방송이 특정 상품명을 반복 노출했다고 판단해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 MTN 주식 투자 자문 프로그램 ‘머니왕 3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지난해 4월11일 해당 방송이 특정 상품명을 반복 노출했다고 판단해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 방송심의와 연관 측면에서 경제 관련 방송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방송심의와 연관 측면에서 경제 관련 방송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방송심의와 연관 측면에서 경제 관련 방송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방송심의와 연관 측면에서 경제 관련 방송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대다수의 시청자는 방통심의위가 심의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 아울러, 방송사의 자율규제 범위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과 규제기구의 규제 범위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기보다, 방송사의 자율적인 심의도 강화되는 동시에 방통심의위의 법적인 심의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부문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제 강화'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 부문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제 강화'에 대한 시청자 인식. 표=방통심의위 정책연구센터 연구보고서 갈무리.

 

 

방송심의 제재결정 시 ‘기존 유사사례와 형평성’ 사유 적용 최소화와 배제해야해

 

연구에 자문한 전문가들은 혐오·증오·차별 표현적인 방송에 대해 심의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방송 제작단계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화적 다양성을 해치는 비방과 조롱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음란물, 폭력 등 피해가 극심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제재를 가하되 그 외 방송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심의·제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심의위원과 특별위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연령별·세대별·성별·직업별로 다양한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며 이러한 다양성이 위원 구성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의 다양성, 특히 젊은 세대가 방송심의를 위한 기초자료의 수집과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을 때 제재 수준을 완화하는 주요 사유인 ‘기존 유사사례와 형평성’은 향후 방송심의 결정에서 배제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존의 심의사례 중에는 ‘기존에 유사한 심의제재 사례가 없다’는 이유,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한 최초 사례라는 점’을 이유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에 대해 제재의 수위를 낮춘 경우도 발견됐다”며 “방송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들의 인식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바, 심의과정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기존 사례와의 형평성은 더욱 배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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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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