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오늘을 생각한다] 누가 세상을 움직이는가?

지난 4월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가족 555명과 함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했다. 470여명은 청와대 인근에서, 80여명은 전국 각지 온라인으로, 한날한시 애꿎은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발달장애인이 부모, 형제 없는 세상에서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냐?”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의 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2일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이동권 보장·탈시설 등 장애인권리예산과 4대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장애인특수교육법) 제·개정을 쟁취하기 위해서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그들은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 “대한민국 정부에 21년째 외치고 있는데 여전히 장애인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게 그들이 밝힌 이유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4월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17대 국회부터 법안을 발의했으나 무려 17년 동안 제정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비문명적이라고 매도하는 등 스스로가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이들은 말한다.

스물여덟 살 때 선배의 권유로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인·야학교사로 일하게 된 걸 계기로 지금까지 공익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시절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같은 활동가들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서른여섯 살에 국회의원이 되니 박 대표나 기선, 랑희, 명숙 활동가 등 팬심을 가지고 있던 분들과 일할 기회가 많아 ‘나 참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존경하는 활동가에게 인정받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가끔 지구라는 돌덩어리가 너무 거대하고 육중해 꿈쩍도 안 할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활동가로서 마음이 위축될 때다. 그 움직임이 보일 듯 말 듯 느려도 지구는 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누가 세상을 움직이는가. 유명 정치지도자 몇몇이 세상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착시다. 지구가 뒷걸음치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건 지구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는 사람들, 깔릴 듯 말 듯 위태로운 자리에서 지구를 굴리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는 사람들, 굴리고 또 깔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 바로 인권운동가들이다. 세상이 비웃고, 욕하고, 매질을 해도 그들은 옳다. 역사 이래 그들이 없었다면 대다수 사람은 자기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유물로 살고 있을 것이다. 2022년 4월 13일 인권위는 남녀 간 결합이 아닌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가족형태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되도록 관련 법 제정을 권고했다. 우리는 그렇게 나아간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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