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학대 피해아동 얼굴 공개는 인권침해” 고발 논란

프로젝트

“성폭력 피해 땐 2차 가해 우려”

정치하는엄마들, 대아협 등 고발
“재발 막게 공론화 필요” 반발도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를 각각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했다. 뉴스1

 

말간 얼굴로 입에 인형을 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이름을 들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이다.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학대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정인이의 얼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법 및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에 따르면 대아협 공혜정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정인이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공 대표를 지난달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 측은 당시 방송 예정인 ‘대전 20개월 여아 성폭행 사망사건’ 피해 아동 A양의 사진이나 신상이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아동 얼굴 공개가 현행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언론은 피해 아동 등의 인적사항이나 사진을 공개할 수 없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누구든지 피해 아동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공개해선 안 되고,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피해 아동 사진 공개가 공익적 목적이라고 해도 사망한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 가해자가 아닌 유가족들의 고통 등을 고려할 때 허용 정도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굴 공개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가해 등 사진 유포로 인한 부작용 등은 막을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피해자나 유족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 얼굴 공개를 허용한 것이라면 다르게 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A양 역시 유족이 사진과 피해 상황 등을 공개해 달라고 언론과 대아협 측에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 대표는 “백 번 피해 사실을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사회적 공분이나 추모를 일으키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또 다른 피해 아동이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는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고, 일부 악용되는 경우에는 사자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조건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동학대 가해자 신상이 공개된다면 피해자 사진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가해자의 처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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