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오늘을생각한다] 똥밟았네_장하나 활동가

프로젝트

 

비스킷: 뽀그리! 넌 무슨 노예가 따지는 게 많냐?

뽀그리: 밤에 일하는데 야근수당은 없나요?

기네스: 없어! 야근수당 대신 성과급 줄 테니까 열심히 싸기나 해.

뽀그리: 성과급? 푸짐하게 싸겠습니다!


 

뽀그리는 기네스, 비스킷, 룻거가 지켜보는 가운데 배변상자에 상체를 내놓고 앉아 밥을 먹으며 똥을 싼다. 7세 관람가로 방영된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의 한 장면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음식을 섭취하며 배변하는 것이 ‘노동’이라니, 이토록 가학적이고 노동혐오 팽배한 내용을 EBS가 7세 아동을 대상으로 방영할 수 있단 말인가? 배변활동은 타인의 시선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하거늘, 화장실 불법촬영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영방송 EBS가 범죄를 희화화했다. 성과급을 대가로 인권을 유린하는 기네스와 돈만 준다면 치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뽀그리, 그런 뽀그리를 ‘노예’라 부르는 이 설정은 아동에게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 비뚤어진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겠는가?

 


기네스: 얌전히 있어. 시끄럽게 굴면 동영상 보낸다.

푸푸: 미안해. 얌전히 있을게. 동영상 보내지 마. 제발.

기네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동영상 지워줄 수 있는데, 어때? 할래?

푸푸: 뭐든지 다할게. 말만 해.


처음엔 불법촬영의 피해자였던 푸푸와 뿔테는 기네스의 협박에 의해 결국 불법촬영 범죄에 가담한다. ‘텔레그램 n번방’ 실체를 처음으로 밝힌 추적단 불꽃은 이러한 <포텐독>의 설정과 대사가 실제 범죄자의 수법, 언어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가벼운 소재로 다루는 것 자체가 피해생존자들에게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말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애니메이션처럼 실제가 아닌 것 같은 상황과 유머러스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범죄 재현) 내용이 아동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정치하는엄마들 미디어감시팀은 <포텐독> 시즌1·2 전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EBS에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심의를 요청했다. 그 결과 EBS가 시즌1 16화와 시즌2 전편을 ‘12세 이상 시청가’로 상향했지만, 시즌1을 보던 7~11세 아동에게 시즌2부터 보지 말라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EBS가 회차별로 시청등급을 구분한 것은 편의주의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근 방통위는 EBS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 제재조치를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보호자의 시청지도’가 필요하다고 해서 보다가, 정치하는엄마들이 결국 EBS를 지도하게 됐다.

 

🟣 [주간경향/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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